우면산 산사태 人災 의심한 박원순 시장, 또 한 번 人災 맞을 뻔
우면산 복구에 출처 모를 석재 쓰일 뻔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후 곧바로 서울방재종합센터를 방문해 “우면산 산사태를 천재지변이라고만 보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지만 결과는 그대로 천재로 보고됐다.
서울시는 산사태 현장에 대한 복구 작업에 나서 올해 본격적인 우기가 다가오기 전인 5월 31일까지 모든 일정을 마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우면산 산사태 복구 작업은 현재까지 3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일요서울]은 공사 초반 현장에 석재가 반입되는 과정에서 「서울특별시조경전문시방서」에서 지정한 서류가 일부 갖춰지지 않은 것을 단독으로 확인했다.
현재 우면산 산사태 복구 작업은 거의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차가운 날씨로 인해 공사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공사가 잠시 중단된 것이다.
날씨가 차가워지기 전까지 이뤄진 복구공사로 군데군데 돌쌓기가 이뤄져 있으며 붕괴된 지역이 작은 곳 중 일부는 복구 작업이 거의 끝난 곳도 있다.
현장은 총 4공구로 나누어져 있으며 1~3공구는 서울시가, 4공구는 서초구에서 맡아 복구 공사를 벌이고 있다.
원래는 우면산이 위치해 있는 서초구에서 모든 공구를 맡아야 하지만 규모가 너무 큰데다가 인력 등의 문제로 인해 서울시가 1~3공구를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날씨가 풀리면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진행될 예정인 복구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바로 석재(石材)이다.
산사태로 인해 토사가 쓸려나간 곳은 비가 내릴 경우 또 다시 붕괴 위험이 있어 비탈진 붕괴현장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돌을 쌓고 돌과 돌 사이를 콘크리트로 채워 다시 토사가 밀려 내려와도 버틸 수 있도록 공사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석재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공사 초반 석재 반출허가증명서 제대로 안 갖춰
우면산 산사태 복구를 위해 사용될 석재의 양은 대략 5만여 톤에 달한다. 지금까지 반입된 석재는 3000여 톤가량으로 전체 예상사용량의 6% 정도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사용된 석재는 각각 강원도 영월과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석재회사로부터 반입됐다.
「서울특별시조경전문시방서」에서는 조경석을 반입할 때에는 원소재에서의 반출허가증명서(이하 반출증)와 공인계량소의 계량증명서 및 기타 관련 자료를 갖춰야 한다.
우면산 산사태 복구 현장에서 사용되는 석재 또한 조경석으로 「서울특별시조경전문시방서」에 따라 반입 시 반출증과 계량증명서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 중 강원도 영월에서 반입된 석재 일부가 공사 초기에 석재회사가 발행한 반출증 없이 현장에 반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서울시는 반출증 없이 반입된 것을 확인하고 반출증을 나중에 받은 것으로 확인돼 공사 감독의 부실을 드러냈다.
[일요서울]이 확인한 결과 지난해 9월 중순 이후부터 10월 초까지 영월에 위치한 S석재에서 반입한 석재에 대해서는 반출증을 받지 않았으며 계량증명원만으로 서류를 갖췄으나 일부에서 이에 대한 지적이 있자 10월 중순 이후부터 계량증명원과 함께 반출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싸구려 돌 반입해도 몰랐을 판
반출증은 석재가 어느 곳에서 생산된 것인지를 확인해 주는 것으로써 석재회사가 석재를 납품하면서 발행한다. 반출증의 목적에는 외국산 값싼 석재가 국내산 석재로 둔갑시키는 것을 막기 위함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광주 지하철 역사 석재 시공 시 설계상 명시된 국내산 석재가 아닌 중국산 석재가 시공됨에 따라 당시 하청업체 간부 7명이 구속됐으며 광주지하철건설본부 직원 7명에 대해 감봉 등의 징계가 내려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면산 산사태 복구 현장에서는 공사 초반 반입된 일부 석재에 대해 반출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석재가 그대로 시공되었다. 따라서 향후 석재의 원산지 문제가 불거질 경우에도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S석재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석재 납품 초반 반출증을 발행하지 않았으나 10여 일 정도 지난 후부터 반출증을 요청해 발급했다”고 설명했다. 2공구 현장사무소 관계자도 S석재 관계자와 비슷하게 말했다.
문제 발생해도 지적할 근거 없을 뻔
석재 반입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보라매공원에 위치한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를 직접 방문해 S석재로부터 반입된 석재에 대한 반출증을 요청했을 당시 담당 직원은 즉시 현장사무소에 반출증을 요청했으나 현장사무소에서 보내온 것은 계량증명서뿐이었다.
담당공무원은 현장사무소 측에서 계량증명서로 반출증을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을 그대로 기자에게 전달해 「서울특별시조경전문시방서」에서 규정한 서류가 정확히 무엇인지 제대로 숙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냈다.
실제로 동부공원녹지사업소와 현장사무소에서 반출증을 챙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였으나 이 또한 「서울특별시조경전문시방서」를 검토한 후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닌 지적을 받은 후에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이런 지적이 없었다면 지금까지도 계량증명서만을 받고 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석재회사가 나쁜 마음을 품고 외국산 돌을 납품했다고 하더라도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어 자칫 값싼 석재를 비싸게 주고 살 수도 있었다.
생태공원 복원에 주민들 큰 관심
서울시는 올해 산지방재를 위해 590억 원가량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그 중 71%에 해당하는 420억 원을 우면산 복구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그만큼 우면산 산사태 복구가 산지방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현재 복구공사가 진행 중인 곳에는 생태공원 일부도 포함되어 있어 그동안 공원을 이용했던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면산 생태공원은 인근 주민뿐만 멀리서 온 주민들도 자주 이용하는 곳으로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복구공사를 진행하면서 기존 생태계를 더 이상 훼손하지 않고 공원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돌을 쌓으면서 돌과 돌 사이를 메우는 콘크리트는 최소한으로 사용해 생태계 보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복구 현장에서는 쌓아놓은 돌 사이를 콘크리트로 채웠음에도 그 사용량이 많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설계와 시공 동시에… 과연 문제없나?
올해도 집중호우는 어김없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면산 복구는 집중호우가 내리기 전에 끝마쳐야 하고 이에 따라 서울시는 5월 31일까지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산사태가 발생한 직후 서울시는 산사태 복구를 위해 산림조합중앙회와 수의계약을 맺고 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급 공사는 입찰을 통해 설계회사와 시공사를 정하게 된다. 하지만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사고를 수습할 경우에는 이례적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서울시도 빠른 복구와 함께 산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사고 후 곧바로 설계와 시공을 산림조합중앙회에 맡겼다.
산림조합중앙회는 산사태로 인해 밀려 내려간 토사를 치우고 작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설계 작업을 병행했다. 한마디로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산사태 피해를 본 주민들 중 일부는 설계 작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것은 오늘 설계해서 내일 시공하는 것이 아니며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진행되기 전, 토사를 치우고 나무를 베는 작업 등 부대 작업을 진행하는 사이에 설계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설계회사 입찰 후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을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한꺼번에 했을 뿐 전체적인 공정에는 이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일부 설계 변경 작업은 조금씩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우면산 산사태 복구에 대한 설계는 이미 완료된 상태이며 설계에 따라 시공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부공원녹지사업소에서는 추운 날씨로 인해 공사를 하지 못한 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날씨가 따뜻해지면 저녁 늦게까지 작업을 해서라도 계획하고 있는 기간 안에 모든 복구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