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 간 위반경쟁 ‘무리수’?

삼성의 ‘엇나간 상생’

2012-01-31     김나영 기자


- 외부 담합에 내부 일감 몰아주기까지…삼성 계열사 위반경쟁 도마
- 삼성, 국내 대기업 중 공정거래법 위반 1위·담합 참여 1위

삼성(회장 이건희) 계열사들의 ‘엇나간 상생’이 지적받고 있다. 주력 계열사부터 연구 관련 계열사에 이르기까지 ‘일감 몰아주기’는 물론 타 기업과의 담합과 리니언시에도 최다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부회장 최지성)는 3년 간 1000억 원대의 기업보험 수수료를 같은 계열사인 삼성화재(사장 김창수)에 몰아주고, 삼성화재는 이를 단독으로 견적내며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삼성생명(사장 박근희)은 3년간 80억 원대의 결과물이 필요 없는 용역을 삼성경제연구소(소장 정기영)에 몰아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은 타 기업과의 담합으로도 ‘유명세’ 아닌 ‘유명세’를 타고 있다.

때문에 지난 25일 열린 삼성의 사장단협의회에서 김순택 부회장이 “담합을 사장 책임이라고 생각하라”며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 등을 지목한 바 있어 이번 지적이 두 경영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룹 내 핑퐁…‘몰아주기’와 ‘몰아받기’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는 지난 19일 이건희 회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 9명을 계열사 부당지원에 따른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 등 4개 계열사는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삼성화재에 기업재산종합보험(기업보험)에 가입하며 출재수수료를 과다하게 지급함으로써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일감 몰아주기)는 처음 논의된 것이 아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은 부당행위와 관련해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의 조사를 받았다.

조사 이후 공정위 사무처는 삼성전자의 삼성화재에 대한 ‘보험 몰아주기’와 출재수수료 과다 지급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금지(제23조 제1항 제7호)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의견을 기재한 심사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는 행위의 부당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려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공정위 사무처의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해당 연도에 기흥 반도체 공장과 구미 휴대폰 공장을 대상으로 기업보험에 가입하면서 삼성화재에서만 견적을 받았고 타 보험사에서는 견적조차 받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삼성화재에 29.3~42.1%에 이르는 출재수수료를 지급했는데 이는 유사 보험물건이나 비계열사의 통상적인 출재수수료 5.9~19.0%에 비해 훨씬 과다하게 지급된 것이다.

또한 공정위가 입수한 삼성 내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화재는 사전 회의를 통해 재보험 관련 수수료 수준을 협의했으며 삼성전자는 보험 가입 이후 삼성화재에 납부해야 할 수수료 수준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공정위가 조사에 나선 이후인 2008년에는 해당 출재수수료 비율이 전년대비 10% 이상 줄어들어 삼성전자가 의도적으로 삼성화재에 높은 출재수수료를 지급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했다. 삼성전자가 3년 간 삼성화재에 지급한 기업보험료 중 출재수수료 1040억 원은 통상적인 수수료율을 통해 산출한 258억 원의 4배에 달한다.

삼성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생명은 3년 간 80억 원대의 결과물이 필요 없는 용역을 삼성경제연구소에 몰아주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를 받아 국책연구 사업비 적자를 대신 메운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 2006년부터 3년에 걸쳐 삼성경제연구소에 건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용역을 발주하고 용역비를 지급했지만 대부분 결과 보고서가 없어 큰 파장이 일었다. 사실상 삼성생명의 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금 일부분이 삼성경제연구소에 ‘눈먼 돈’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특히 삼성생명의 삼성경제연구소에 대한 ‘용역 몰아주기’의 원인은 삼성경제연구소가 국가로부터 발주받은 국책연구사업 용역에서 발생한 적자를 메워주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3월 논평을 통해 “삼성생명이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차원을 넘어 정부와 삼성 계열사 간의 유착관계 및 편법적 관행의 일부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은 같은 해 4월 삼성생명의 해당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관련 임원의 ‘주의적 경고’를 내리는 데에 그쳤으며, 다른 적발 사실과 합산해 ‘기관주의’ 경징계를 내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빚었다.
 

담합도 ‘질세라’ 자진신고도 ‘재빨리’

공정위의 담합 적발도 심상찮다. 특히 삼성전자는 ‘보험 몰아주기’에 이어 ‘전자 빅2’ 담합 사실이 적발돼 다시 한 번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LG전자(부회장 구본준)와 지난 2008년에서 2009년까지 평판 TV, 노트북 PC, 세탁기 등의 소비자 판매가를 인상 또는 유지하기로 담합했다. 이에 공정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2개 사의 담합행위를 적발해 총 44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0월에도 삼성전자, LG전자, 캐리어 등 3개 사가 공공기관과 교육시설 등에 시스템 에어컨, TV를 납품하면서 조달단가를 인상하기로 담합한 행위를 적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삼성생명도 ‘용역 몰아주기’에 그치지 않고 ‘생보사 빅3’ 담합에 이어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 후 과징금에 관한 소송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본지 [일요서울 제901호 - 삼성·대한·교보생명, “담합은 우리가, 처벌은 너희가”]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공정위는 지난해 16개 생명보험사의 담합에 관한 조사를 벌였다.

이후 공정위는 같은 해 12월 16개 사에 총 118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2순위로 리니언시를 한 삼성생명의 경우 원래 과징금인 1578억 원에서 최대 70% 감면이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지난 19일 공정위가 부과한 1578억 원의 과징금 산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며 추가 감면을 요청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쇄신으로 이어질까

이에 공정위 담합 적발과 관련해 삼성의 각 계열사들이 뒤늦게 추궁받고 있다.

삼성은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사장단협의회를 열고 담합 근절을 위한 대책을 다음 달 말까지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은 “담합은 명백한 해사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담합행위는 각 회사 사장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담합근절을 위한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담합사실이 드러난 삼성전자는 다소 확고한 입장을 내놓았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담합을 부정과 똑같은 행위로 간주해 무관용으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사장단협의회를 계기로 향후 계열사의 동종업계 경쟁업체와의 담합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공정거래법 최다 위반에 담합 최다 참여

한편 국내 대기업 가운데 공정거래법을 가장 많이 위반한 기업은 삼성으로 밝혀졌다.

공정위가 김정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미래희망연대)에게 제출한 ‘10대 대기업 및 계열사의 2000년 이후 공정거래법 위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삼성은 공정거래법 최다 위반으로 80건의 과징금 혹은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사별로는 삼성카드 10건, 삼성물산 9건, 삼성생명 7건 순이었다.

또한 담합에 가장 많이 가담한 대기업도 삼성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이후 대기업이 가담한 총 146건의 담합 가운데 삼성 계열사가 최다 참여해 총 21차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삼성은 11번의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전액 혹은 반액 이상 감면받았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