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기업 때리기 ‘파장’ “떨고 있는 재벌 2세 누구?”

2012-01-30     이범희 기자

무분별한 사업 재벌 2세 ‘멈칫’…MB말 한마디에
서민들 분통 더욱 깊어져 “그동안 우릴 뭐로 봤냐”

이명박 대통령(MB)의 말 한마디에 재계가 떨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사업철수라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기업 2·3세들의 빵집 및 소상공인 업종 진출에 대한 실태 조사 촉구와 함께 강하게 비판했다. 재벌 2·3세들이 빵집·커피숍 등 식음료 사업에 진출하거나 라면·물티슈까지 수입해 파는 형태에 대한 불호령이다.

때문에 재벌 사이에선 이 대통령의 발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노심초사중이다. 더욱이 재계 맏형 삼성이 앞장 서 소상공인 업종 사업철수 의사를 밝혀 더욱 불안해한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MB발언의 주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에 대해 알아본다. 

 

재계에선 첫 타깃으로 삼성을 꼽았었다. 막연한 지적이었다.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고,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아티제’를 운영하고, 사촌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베이커리 ‘달로와요’와 ‘베키아에누보’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업철수’라는 입장을 들고 나왔다.
호텔신라에 따르면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 중인 커피ㆍ베이커리 카페 ‘아티제’ 사업을 철수하고, 소액지분으로 참여하는 ‘아티제 블랑제리’ 지분도 함께 정리한다고 밝혔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대기업의 영세 자영업종 참여와 관련한 사회적 여론에 부응하고, 사회와의 상생경영을 적극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신뢰는 가지 않는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오히려 서민들의 말에는 기울이지 않다가 강자(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노가 더 많다.

이는 또 다른 대기업 LG에서도 나타났다. 비록 방계기업인 아워홈이지만, 아워홈은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식음료사업 진출을 모색해왔던 기업이다. 순대사업은 물론 다른 사업에서도 두각을 보이려던 찰나에 사업철수 방침을 밝혀, 중소상인들의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중소단체 한 임원은 “그동안 사업철수를 이야기할 때는 말 한 마디 없다가 대통령이 나서니 바로 꼬리를 내리느냐”며 “이 대통령 발언보다 더 큰 것을 숨기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워홈 관계자는 “그 동안 투자해온 최신 설비 및 영업에 대한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상생 협력에 적극 동참한다는 취지에 따라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는 ‘포숑’이라는 브랜드를 들여와 롯데백화점 유통망을 이용해 영업하고 있다.

롯데는 또한 현재 롯데리아KKD를 통해 미국 도넛 브랜드 크리스피크림도넛을, GS리테일은 미스터도넛을 들여와 영업 중이다.


재벌가 유통·외식 대기업인  LG사보텐(분식), CJ푸드빌( 비빔밥), CJ푸드빌과 매일유업(카레), 대명그룹 계열사 베거백(떡볶이) 등도 골목상권 잠식에 나서고 있다.


서민 분통, 폭발 직전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10년 사이 영세 서비스 사업자들이 폐업하거나 전업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만8000개 수준이던 제과점이 지난해 말 4000여 개로 8년 만에 77.8%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다른 업종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중기중앙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삼중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 지원실장은 “일부 몰지각한 재벌들의 행태는 참으로 기괴한 느낌으로 다가온다”며 “그들에게는 경제와 민생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일각에선 창업주의 정신을 계승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 창업 1세대들은 대부분이 무일푼과 고난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킨 반면 재벌 2·3세들은 일구어 놓은 사업에 발만 담그고 성장한다는 이유에서다.

경제계 한 원로는 “과거에는 ‘배고픈 시절’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땐 모두가 땀을 흘려 경제를 성장시켰는데, 최근에는 ‘거저먹기식’, ‘문어발식 확충’ ‘돈 되는 사업만 몰두’라는 단어가 더욱 많이 쓰인다”며 “경영수업 시 창업주의 정신계승도 함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재벌 2·3세 본인들은 취미로 할지 모르겠지만 빵집을 하는 입장에선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중소기업 업종을 한다고 해도 그런데 소상공인 업종까지 하느냐. 수조 원씩 남기면서 그런 거 하면 되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재벌 2·3세의 행태를 윤리의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에게는 공직윤리가 있고 노동자에게는 노동윤리가 있듯이 이는 기업의 윤리와 관련된 문제”라며 “재벌 2·3세의 이런 행태는 비윤리적”이란 취지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