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2세 경영 ‘초읽기’

김남호 경영승계 위해 무리수 두나

2012-01-30     이범희 기자

 

동부그룹(회장 김준기) 재무개선작업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김 회장이 담보로 맡긴 주식가치가 모두 급락한 상황에서 계열사들의 대출 상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김 회장이 사재를 털어 계열사 부채를 상환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장남 남호 씨의 경영승계와 연관 지어 해석하고 있다. 남호 씨의 경영승계가 임박한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문제들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중이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남호 씨가 차장 승진연한보다 1년 빨리 부장으로 승진한 것이 경영승계의 신호탄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계열사 부채 상환…2세 경영 초석 마련 ‘꼼수’ //  “아니다” vs “금융계열사 수업 진행될 예정”

남호 씨의 경영승계설이 불거진 것은 어제오늘일 만은 아니다. 다른 재벌기업 총수 자녀들과 마찬가지로 입사 당시부터 수시로 거론됐다. 남호 씨는 지난 2009년 1월 동부제철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경영학과 졸업), 워싱턴대(MBA), UC버클리(경영전문과정 수료) 등에서 학업을 마친 뒤 첫 번째로 입사한 계열사가 당시 전기로 제철사업 투자가 한창이던 동부제철이다.

동부제철에 입사해 당진공장(아산만관리팀)에서 근무하던 남호씨는 3개월 뒤인 그 해 4월 본사 인사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도쿄지사로 파견됐다. 일본에서 그는 해외영업과 수출 등의 실무업무를 경험하며 어학연수(와세다 대학)를 병행했다.

이후 지난 2010년 4월 국내로 돌아와 동부제철의 경영 관련 회의에 참여하는 등 특정 업무에 국한하지 않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그러다 최근 정기인사에서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잠잠했던 경영승계설이 또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남호 씨가 입사 후 3년 만에 차장직급 승진연한인 4년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1년 빨리 부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버지 김 회장의 최근 행보도 남호 씨의 경영임박설에 무게를 싣는다. 
김 회장이 최근 그동안 보유 중인 동부제철, 동부건설 등 주식을 담보로 5년 전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자금 전액을 상환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29일 산업은행으로부터 동부제철 주식 157만2891주와 동부건설 주식 238만9521주를 담보로 2007년 8월 14일 대출받은 자금 전액과 2004년 4월 8일 동부하이텍 주식 71만8119주를 담보로 빌렸던 대출금 모두를 상환했다.

제조부문이어 금융부문까지
이미 그룹 내에선 남호씨의 부서 변경과 관련해서 말들이 무성하다.

제조부문이 주력인 동부제철에서 실무경험을 어느 정도 쌓은 만큼 이제는 또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겨 실무를 익히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이미 다음 경영수업 행선지로 금융부문의 동부화재와 동부생명, 반도체부문의 동부하이텍, 동부건설, 동부한농 등 그룹 전 계열사가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남호씨 역시 금융부문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동부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인 남호 씨가 동부제철에서 3년 가까이 근무하며 제조업체에서의 실무를 익힌 만큼, 이제는 금융과 반도체, 건설 등 또 다른 사업부문에서의 경험을 쌓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김 회장의 부채 상환은 아들에게 경영을 물려줄 시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그룹 경영의 위기요소 해소를 통해 남호 씨의 어깨를 가볍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동부그룹 측에서는 “여전히 김 회장이 왕성한 현역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남호 씨가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전혀 받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다만 1944년생인 김 회장이 칠순을 코앞에 두고 있고, 아들이 그룹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현역으로 뛰고 있을 때 경영수업을 시작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더 이상 시기를 늦출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내외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