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 박지원 왜 이름이 나오나

정 관 재계 한파 주의보

2010-10-26     홍준철 기자

편법상속 증여와 수천억대의 비자금 조성의혹을 사고 있는 태광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태광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태광그룹이 관리해온 정관계 인사 105명 명단을 확보한 검찰 수사는 급기야 관련 인사 실명이 나돌 정도로 매섭다. 아울러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승승장구한 C&그룹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 한화그룹 수사 역시 전현직 정치인들이 거론되면서 정치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구나 제일기획에 대한 세무조사에 이어 구체적으로 일부 대기업 공기업의 이름이 오르내려 어디가 종착역인지 알 수 없는 샹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재계에 이어 정치권까지 ‘군기잡기’에 나섰다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태광 그룹관련 압수수색과정에서 얻은 ‘태광 로비스트’ 명단에 정치권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검찰이 태광 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의혹은 크게 3가지 로 나뉘어진다. 상속재산을 이용한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사업 편의를 얻기 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 그리고 계열사 자산을 활용한 편법 증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호진 회장의 외아들 현준군에 대한 편법 상속 및 증여의혹이다. 비상장 자회사인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 티알엠 등의 지분 49%씩을 현준군에게 넘겨주기 위해 회사 주식을 헐값으로 발행하고 이 과정에 계열사의 돈이 활용됐다는 의혹이다. 둘째는 엄청난 비자금 조성 의혹이다. 태광 비리를 폭로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태광의 비자금 규모가 차명주식 7000억원대를 포함해 모두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는 비자금 조성과정과 사용처에 집중돼 있다.


비자금, 정관계 로비, 편법 증여 3대 의혹

셋째는 태광 그룹 및 계열사가 2003년부터 검찰, 경찰, 국세청의 사정 대상으로 올라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유야무야 되거나 가벼운 처벌로 끝난 것도 의혹이다. 2003년 태광의 이호진 회장 일가가 흥국생명 보험설계사들의 차명계좌로 313억원의 비자금을 운용한다고 횡령 배임혐의로 노조가 고발했으나 검찰은 이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씨만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 했다. 또한 2007년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에선 태광은 900억 원의 추징금을 낸 적이 있으나 검찰에 고발되지 않은 점도 의혹을 사고 있다.

넷째는 태광이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인수당시 자격논란이 있었음에도 금융감독위가 이를 승인했다는 점이다. 다섯째는 2009년 태광의 계열사인 티브로이드가 또 다른 종합유선방송업체인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 역시 자격이 문제됐지만 방송통신위가 합병을 승인했다. 결국 태광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는 각종 인수.합병 등에 있어 특혜 의혹을 받았고 편법.탈법 의혹이 일었지만 무사히 넘어간 배후에 정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 의혹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 10월 18일 105명의 명단이 담긴 태광 정관계 리스트를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명단에는 청와대 고위인사를 비롯해 전현직 정치인, 방송통신위원회, 금감위원 등 정부 부처 고위인사들의 이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檢, 105人 명단은 연말 연초 선물 리스트

검찰의 정관계 명단 확보로 인해 정치권은 ‘누가 포함이 됐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나라당은 야권을 민주당은 여권 인사에 초점을 맞춰 명단에 올라 있는 인사들을 꼽아 대조를 이뤘다.

일단 야권에선 태광 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관리에 핵심 인사로 지목되는 이호진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82)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70년대부터 태광 그룹의 자금관리를 사실상 총괄해온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상무가 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누나로서 둘 사이 커넥션이 있을지 확인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회장의 외삼촌이기도 한 이 부의장은 7선의 국회의원으로 신민당 국회의원을 시작해 신민당 부총재, 통일민주당 부총재, 민주당 대표(꼬마 민주당), 민주당 총재를 역임했다. 하지만 1997년 대선전에 한나라당으로 탈당하면서 정치 인생이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에 몸을 담고 있을 때 만해도 이 부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공동총재를 맡았고 ‘이기택계보’를 가질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행세했다. 하지만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재차 한나라당을 탈당, 민국당을 창당하면서 정치 인생은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정치적 재기는 다시 왔다. 지난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중앙선대위에 들어가면서 민주평통 부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 부의장의 화려한 정치 경력으로 인해 태광 그룹이 승승장구하는 데 그의 계보가 핵심 로비 대상으로 정관계 명단에 포함돼 있는 게 아니냐는 게 민주당측의 관측이다. ‘이기택계’로 불리던 인사들은 대다수 한나라당 소속으로 홍사덕, 박계동, 허태열, 안경률, 장광근, 권오을 인사들이 있고 민주당에는 원혜영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런 추측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 부의장의 경우 민주당이 야당일 때 잘 나갔고 여당일 때는 한나라당에 몸담아 힘이 없었다”며 “결국 민국당을 창당하면서 정치 인생이 정리됐다”고 반박해다.

또한 그는 “힘이 없을 때만해도 이호진 회장은 외삼촌이 태광그룹 소유의 골프장에 부킹해도 쫓아낼 정도로 둘 사이가 안좋았다”며 “그러나 외삼촌이 잘 나갈 때에는 오히려 이 부의장이 조카를 사람 취급을 안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사이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민주당측에선 이기택 부의장 아들 이모씨가 한때 태광에 근무했고 MB 정권에서 청와대 행정관에 있으면서 ‘중간 가교’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권, 박지원 거론하며 공격

반면 한나라당은 오히려 DJ 정부 임기 말부터 참여정부 시절 정관계 특혜 논란을 들며 구정권 인사들을 겨냥했다. 특히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전북에 위치한 전주방송이 이호진 부자 소유로 야권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민주당 인사들을 겨냥했다. 실제로 태광 계열사인 티브로이드는 전주 방송을 모태로 한빛 전주방송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현 이름을 갖게 됐다. 전주방송과 티브로이드 등이 이호진 일가 소유라는 점에서 SO업체인 동종 업종을 따로 경영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 문방위원실의 한 관계자는 “전북의 대표적인 전주 방송이 이호진 일가의 소유라는 점은 곧 그 지역 유력 국회의원들과 친분이 깊을 수밖에 없다”며 “방송사 사주와 이런저런 친분이 얽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16, 17대 문방위 소속 의원들과 호남 유력한 인사들과 연루됐을 공산이 높을 것으로 추측했다.

급기야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지난 10월21일 국감장에서 ‘태광 게이트의 몸통’은 박지원 원내대표’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박 원내대표가 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비서실장을 지내는 동안 태광그룹이 케이블 TV 회사로 급성장했다”는 점을 들어 직격탄을 날렸다. 김 원내대표실은 이런 의혹에 대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 측은 청와대의 밀양 라인을 거론하며 여권을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정치권에선 이명박 정권이 임기말 정관계 및 재계 ‘군기잡기’에 나선 사정에 동감하면서 태광 그룹의 검찰 수사가 ‘게이트’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반응도 나왔다. 정치권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검찰 주변에서는 태광 그룹 압수 수색과정에 나온 정관계 105명 리스트가 금품을 주고받은 로비 리스트가 아니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정관계 로비리스트가 아닌 태광그룹이 연말 연초에 고마운 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내기위해 만든 선물 명단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연말 선물 명단이 로비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금품을 오고간 기록이 아닌 선물 리스트로 정관계 인사들을 엮기는 태부족”이라며 “검찰이 변죽만 크게 올리고 끝날 공산도 높다”고 내다봤다. 태광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관계 ‘군기잡기’라는 또다른 이유는 통상 정치인 수사를 전담해온 부서는 대검 중수부였기 때문이다. 이에 중수부가 유일하게 수사하고 있는 C&그룹 검찰 수사가 정치권으로 불똥이 튈 공산이 높다는 전망이다. 민주당내에서조차 ‘유력인사인 P 의원을 필두로 호남 출신 인사들을 겨냥했다’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수부가 손 댄 C&그룹이 더 크다

반면 서울서부지검에서 조사하고 있는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는 여야간 이해관계 속에 정황 증거만을 들며 하마평만 무성할 뿐이다. 또한 검찰내에서 나온 ‘선물 리스트’가 사실일 경우 그 명단만을 가지고 구속이나 형사처벌이 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이에 태광그룹에 대한 비자금 수사는 겉으로 요란하지만 속으론 ‘몸통 없는 깃털’만 나오고 ‘군기잡기용’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수사가 단지 태광그룹과 C&그룹만이 아니라 과거 정권에서 몸집을 불려온 모든 기업들이 다 대상이라는 소문도 나돌아 당분간 어느 누구 하나도 안심할 수 없을 듯하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