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영웅, 추락의 끝은 감옥인가?
2006-01-03 홍성철·이수향
1천억대 연구비 용처 밝혀져야
과학기술부와 민주노동당 등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지난해까지 황 교수팀에 지원된 정부의 공식 지원금은 모두 658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기부는 지난해 과학기술진흥기금 운영 예산으로 연초 신설한 ‘최고 과학자 연구지원’ 명목으로 전체 과학기술 예산의 1%가 넘는 265억원(연구시설비 245억원과 연구비 20억원), 일반회계로 10억원 등 모두 275억원을 지원했다. 또 98년 이후 과기부와 정보통신부 지원금 380억원, 보건복지부와 서울대학교병원 63억원, 경기도 215억원 등 총 658억원으로 파악됐다. 민간 기업들의 지원금도 상당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황 교수를 생명공학 분야 석좌교수로 임용한 뒤 향후 5년 동안 연 3억원씩 1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키로 약속했고, 농협중앙회는 ‘축산발전연구 후원기금’으로 1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 4월 결성된 ‘황우석 후원회’의 후원금 일부도 황 교수팀에 직접 전달됐다. 후원회측은 “지금까지 모은 후원금은 모두 33억원 정도이고 이중 19억원이 황 교수팀에 전달됐다”고 밝힌바 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후원단체 등이 황 교수팀에 지원했거나 앞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한 금액을 모두 합치면 대략 1,000억원대에 달한다.따라서 황 교수 주장이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황 교수팀에 지원된 연구비의 출처 및 그간의 지출내역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는 올해부터 집행될 예정이었던 연구비 70억원을 이미 삭감했고, 감사원은 연구비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공금횡령 등 불법행위 있었나
이처럼 천문학적인 정부 지원금이 연구비로 지원된 만큼 그 사용 내역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황 교수 사법처리설이 나돌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황 교수팀은 김선종 연구원 등 연구원들에게 수천만달러를 제공했고,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도 황 교수팀에 연구비 명목으로 20만 달러(약 2억원)를 제공할 것을 요청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황 교수팀은 또 지난해 6월 외국 공동연구팀에 20만 달러를 연구비로 보낸 적이 있다. 황 교수팀은 10개 팀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들 팀이 연구비를 지원 받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팀에 얼마의 연구비가 지원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황 교수팀이 연구원들에게 전달한 돈의 출처와 그 용도는 황 교수의 사법처리 여부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황 교수팀은 김 연구원에게 치료비와 귀국비용 명목으로 윤현수 교수와 안규리 교수를 통해 총 3만달러를 건넸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종혁 연구원에게도 1만 달러가 전달된 것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돈의 전달 목적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3만달러는 치료비 및 귀국비용 치고는 너무 큰 액수인데다가, 별다른 명목이 없는 박 연구원에게까지 1만달러가 건네졌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사태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김 연구원에게 거액의 돈이 전달된 것과 관련해서는 갖가지 해석이 나돌고 있다.
김 연구원 측에 돈이 건네진 시점이 ‘PD수첩’ 2탄 방영을 앞둔 때였다는 점, 그 후 김 연구원이 PD수첩 취재팀에게 했던 발언을 번복했다는 정황들은 황 교수팀이 김 연구원을 회유하기 위해 돈을 건넸을 것이란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따라서 이 돈이 정부와 각 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은 연구비에서 나온 것이라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연구비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황 교수는 공금횡령 및 배임죄에 해당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이 돈이 연구원들의 증언을 은폐시키려는 입막음 또는 회유, 사건무마 목적으로 건네진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검찰 대검 중수부에 사건 전담
연구비 출처 및 전달 목적 등에 관한 의혹을 푸는 일은 일단 감사원과 검찰의 몫으로 넘어간 분위기다. 서울대 조사위도 연구비 문제와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검찰의 수사 추이에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검찰은 서울대의 최종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대로 본격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검찰은 우선 황 교수측이 제기한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을 규명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나 이 과정에서 김선종 연구원 등에게 건네진 돈의 출처와 성격 등도 철저히 규명한다는 각오다.
특히 돈의 출처와 관련해 황 교수나 연구팀의 사재가 건너간 것이라면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겠지만 황 교수의 지시로 연구비 등 공금의 일부가 흘러들어간 것이라면 황 교수에게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란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은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대검 중수부(박영수 부장)가 직접 수사를 맡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중대성과 파괴력을 검찰도 인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게다가 야권 일각에서는 황우석 사건의 주무장관인 오명 과학기술부총리 등 정부 책임자들의 사법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천문학적인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 만큼 검찰이 연구비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할 경우 대형 게이트 내지는 ‘황우석 스캔들’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검찰 조사 결과 황 교수가 주장한 ‘바꿔치기’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 황 교수에 대해 무고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때 국민적 영웅이었던 황 교수가 논문조작에 이어 “줄기세포도 없었다”는 조사위 발표로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결국 검찰 수사로 비화된 이번 사건이 황 교수의 결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황 교수가 자신이 놓은 덫에 걸려 사법처리 수순을 밞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황우석 사법처리 여부 법조계 시각복잡한 이해관계 얽혀 검찰수사 주목
관계자들은 황우석 교수의 사법처리 여부에 대해 아직 수사가 끝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뭐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많을 뿐더러, 현재 드러난 정황들로만 봐서는 판단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황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일각에서는 황 교수가 천문학적으로 지원된 ‘연구비’를 다른 용도에 사용했다는 것을 들어 횡령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정작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연구비의 용도’와 황 교수가 지닌 ‘재량권의 정도’에 따라 불법 여부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안동일 변호사는 “돈이 국고로부터 나왔건, 어느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았건간에 황 교수가 그 돈을 쓸 수 있는 재량권을 갖고 있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즉 돈을 유용할 권한이 있는 황 교수가 일부를 연구원들의 차비로 썼건, 수고비로 줬건간에 그것은 황교수가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안 변호사는 또 “보통 연구비로 나오는 돈에는 부수적인 비용이 포함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횡령으로 보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전형배 변호사도 마찬가지.
전 변호사는 “횡령죄는 타인의 재산을 보관하는 사람이 취지에 반하는 용도에 사용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황교수는 연구비를 ‘지원’받은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횡령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원받은 돈으로 부당 이득을 취했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황교수의 재량권에 달린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황 교수의 경우 자칫하면 여러 법적기준에 복잡하게 엮일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바꿔치기 의혹과 관련, 김선종 연구원 고소건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무고죄는 물론 명예훼손에 걸릴 소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즈메디를 ‘거짓’이라 주장한 황 교수의 발언 역시 마찬가지.
특히 황 교수가 자신의 연구에 성과가 없는 것을 알고서도 지속적인 지원을 받았거나 개인적인 이득을 취했다면 허위공문서 위조에 사기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전 변호사의 설명이다. 단 외화밀반입과 관련해서는 금액이나 수법에 따라 법적처벌이 달라지기 때문에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인철 변호사는 “‘마음대로 써도 무방하다’는 재량권이 주어졌을 경우, 횡령죄 처벌은 어려울 것 같다. 식사비나 교통비로 썼다해도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즉 황 교수에게 위임된 돈이라면 문제삼기 어렵다는 입장. 그러나 “연구와 전혀 상관없이 개인적인 불순한 목적(입막음이나 회유)에 사용했다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연구원 고소건과 관련해서는 “단순히 의혹이 들어서 수사를 요청한 것이라면 무고죄 성립은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이 처한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의적으로 고소한거라면 무고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