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회장의 진정성 의심된다”

동원그룹 M&A, 대한은박지 직원들이 반발한 까닭

2012-01-02     이범희 기자

대한은박지 고위 임원, “동원그룹 1247억 원 제시 의문”
동원그룹 “그만큼 가치가 있다 판단했다”며 문제없다 주장 

동원그룹(회장 김재철)의 대한은박지 인수합병(M&A) 잡음이 끊임없다. 대한은박지 측은 동원그룹 인수자금이 터무니없이 높다며 인수자체의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한 인수가 부당하다며 공장 문을 닫고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대한은박지의 매출 하락은 물론 동원그룹 명성에도 먹칠이 예상된다.

지난 12월 29일 현재도 양측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때문에 동원그룹의 대한은박지 M&A가 성사된 이후에도 양측의 싸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원그룹의 대한은박지 인수 작업이 지난달 28일로 사실상 마무리 됐다. 대한은박지의 고위관계자는 “사측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지만, 어제(28일)로 인수가 체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회사가 어떻게 될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직원들이 대다수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현재 대한은박지 직원들은 동원그룹 인수에 부당함을 알리는 탄원서를 작성했으며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29일 현재 소량만 생산할 뿐 대부분의 부서가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 측도 사측의 입장을 동원그룹에 재차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대한은박지 고위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동원그룹이 인수자금으로 제안한 1247억 원이 고스란히 회사에 쓰인다는 진정성과 순환근무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는 한 임직원들이 불편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파업은 물론 M&A가 성사된 이후에도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대한은박지가 법정관리 절차를 받았던 과거 전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조에 따르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대주주가 유상증자 자금을 사외로 유출하면서 회사가 자금난에 허덕였기 때문이다"라며 “대주주의 대규모 자금횡령으로 이어져 회사가 파탄지경에 이르러 곤욕을 치렀는데, 동원그룹이 제시한 인수자금과 향후 행보가 미덥지 못하다"고 전했다.
 

동원그룹이 인수를 위해 1247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인 배경에는 ‘꼼수’가 있다는 것이다.
 

모 신문이 보도한 대한은박지의 인수금액은 매각주간사인 삼정KPMG의 회계자료 실사 기준으로 자산총계가 773억 원, 부채총계 695억 원, 순자산가치는 100억 7000만 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원그룹이 인수자금으로 제시한 금액은 1247억 원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은박지 고위 관계자는 “인수자금이 다른 기업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실제 다른 기업들의 경우 인수자금으로 약 500억 원~700억 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동원은 1200억 원을 제시했다”며 “이는 비정상적인 가격이다. 현재로서는 약 100억 원 가치에 지나지 않는 대한은박지를 1200억 원이나 투자해 인수하는 저의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인 동원그룹에 인수되면 순환근무를 하게 되는데, 이에 따른 고용불안이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한은박지가 생산하는 제품 중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에서 생산하는 품목과 겹치는 게 많아 대량해고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대한은박지 노조는 탄원서에서 “직원들의 자기개발 목적에 의한 계열사 간 순환근무 금지조항을 추가하여 주십시오"라고 적시했다.

성장 동력 마련이 오히려 발목 잡나
때문에 동원그룹이 대한은박지 인수를 통해 사업 박차를 가하려했던 노력이 시작도 하기 전에 부담을 떠안게 됐다.
 

그동안 동원그룹은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를 통해 E.O.E(Easy Open End, 원터치) 및 연포장재 등 식품분야 포장재 부문의 사업을 해왔다.
 

이번 대한은박지 인수를 통해 동원그룹은 알루미늄 압연 및 가공 부문의 축적된 노하우를 확보하게 되어, 국내 최고 수준의 종합포장회사 육성을 위한 핵심역량을 강화하려고 했다.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은 “대한은박지의 압연 및 가공 부문과 동원시스템즈의 연포장재를 비롯한 기타 포장부문 (PET용기, 성형용기, 공관부문)을 결합한다면 상당한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그룹의 식품가공, 유통사업 및 동원시스템즈의 건설 및 통신, 정밀 사업부문과의 연계를 통해 고속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한 동원그룹의 대한은박지 인수 사태는 당분간 논란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