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핫 피플’ 임재범, ‘여러분’ 신드롬부터 ‘고해’ 작곡 시비까지

토크쇼에서 예능감 뽐내…활동 비중 변화 있나

2012-01-02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로 다시 태어난 25년차 로커 임재범(48)은 가요계, 연예계에만 국한되지 않았던 '2011년 인물'이었다. ‘나가수’ 제작진들이 국내 최고 가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획기적인 아이템을 기획했다면, 임재범은 그 아이템의 흥행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대중들은 누구보다 ‘호랑이’ 칭호가 어울렸던 ‘야인’의 노래실력과 굴곡진 삶에 열광했다. 반면 임재범과 관련된 폭언, 폭행 구설수가 불거질 때는 “은둔했던 것도 인성 문제 때문이지 않나”등의 비난 여론도 일었다. 과거부터 무성했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몇몇이들은 날 것과 같은 임재범의 말투와 자유분방함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혹은 임재범이 시답잖은 일에도 적극적인 해명과 변호로 일관했던 여타 연예인들과 노선을 달리하자 이를 잘못에 대한 시인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의 ‘고해’ 작곡 시비 역시 그 ‘침묵’이 원인이었다. 처음에는 인기 덕분에, 그 다음에는 예기치 못한 악재로 이슈 메이커 길을 걷고 있는 임재범. 1년간의 ‘명암’을 들여다봤다. 

 

지난해 5월 임재범은 ‘전설적인 가수’, ‘국내 보컬 1인자’라는 극찬과 함께 주말 예능 ‘나가수’에 나타났다. 그의 골수 팬들은 그의 출연 소식을 방영 직전까지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고, 동료 가수들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임재범은 ‘너를 위해’를 시작으로 ‘빈잔’, ‘여러분’으로 열풍을 주도했고 작곡가 김형석이 발언한 ‘나만 가수다’라는 위엄을 간직한 채 퇴장했다. 
임재범의 거친 목소리와 깊은 저음은 그의 쓸쓸한 감성과 맞물려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아내의 암 투병, 6~7년간의 조울증, 난로와 TV를 켜지 못하고 꽁초를 주어 피웠다는 생활고 등은 그를 세상이 버린 비운의 ‘고수’로 격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임재범이 부른 윤복희 원곡의 ‘여러분’은 그를 ‘상반기를 빛낸 스타 1위’에 올린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경연을 봤던 윤복희가 “기뻐서 울고 박수치고 야단이었다”, “너무 감동을 받고 은혜로워서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말할 정도.
임재범의 노래들은 ‘나가수’ 경연곡을 필두로 과거 음원들까지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가 2011년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이 100억 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감정이 격해 사랑받고, 오해를 사는 ‘백호’


하지만 신드롬이 가라앉기도 전에 임재범은 경호원 폭행 소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8월 경찰은 ‘임재범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김모씨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김씨가 서울 서초동의 한 연예기획사 지하 사무실에서 연습 중이던 임재범에게 음악 소리를 줄여달라고 요구했다가 임재범과 경호원 2명에게 폭행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소속사는 김씨의 주장을 강력 부인했다. 예당엔터테인먼트는 “폭행하지도, 폭행을 할 수도 없었다”면서 “언성이 오고 간 후 피자를 나눠 먹고 배드민턴도 함께 치며 화해했는데 한 달이 지나고 나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억울해했다. 합의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당시 사건은 크게 이슈화 됐고 네티즌들은 “임재범에게 경호원을 붙인 이유는 화를 가눌 수 없는 그의 성격 때문이라더라. 실망이다”라는 의견과 “한 달이나 지나서야 신고를 하다니, 임재범이 피해자다”로 갈렸다.   


임재범 폭행설은 ‘나가수’ 탈퇴 뒷 이야기를 통해서도 불거졌다. 임재범의 하차 이유가 표면적으로 알려진 맹장 수술이 아닌, 후배 폭행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소문은 진상은 지난해 12월 6일 임재범이 직접 밝혔다. 이날 방영된 KBS 예능 프로그램 ‘승승장구’에 출연한 임재범은 MC 김승우의 “(나가수)멤버들 간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폭력이 오갔다던데”의 질문에 대해 “폭력은 없고 야단을 쳤다”고 답했다.
이어 임재범은 “지금이라면 못들은 척 넘어갔을 거다. 말 돌려버리면 되는데 집중하기 시작하면 땅 끝까지 내려간다. 계속 보고 있다가 언쟁이 좀 높아졌다”고 고백했다.


김승우가 “후배와 잘 풀었나”라고 묻자 임재범은 “내 마음은 전했는데, 많이 속상했을 거다. 잘 보듬어 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임재범과 관련된 사건은 최근에도 이어졌다. 작곡가 송재준과의 갈등이었다.
지난해 12월 25일 박완규의 방문으로 ‘나가수’에 출연한 임재범은 “겹겹이 쌓인 설움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써진 ‘고해’는 10분 만에 만든 곡”이라는 발언을 했다.
방송을 접한 송씨는 ‘나가수’ 게시판에 “내가 1년여에 걸쳐 작곡한 곡을 임재범은 10분 만에 만들었다고 했다”, “제작진은 내가 원곡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확인 과정 없이 내보냈다”며 명예훼손을 거론했다.
네티즌들의 비난은 엄청났다. 송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임재범은 남의 곡을 자신의 곡처럼 속였고, 명곡의 탄생 과정을 우습게 여긴 셈이 되기 때문이다. 임재범의 침묵은 간접적으로 이를 인정하는 듯 비춰져 비난의 불을 지폈다. 
사건의 악화를 중재한 이는 ‘고해’의 작사가 채정은이었다. 채씨는 임재범의 팬카페에 “난을 치는 선비 곁에서 몇날 며칠 잠을 안자고 먹을 갈았다고 해서 그 난을 본인이 친 것이라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며 임재범을 난을 친 서예가로 비유했다.


임재범의 관계자 역시 “송재준이 일년간 곡 작업을 했다는 것은 거짓이다. 임재범이 ‘고해’의 전체 멜로디를 만들었고, 송재준은 악보를 그렸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증언으로 네티즌의 아우성은 사그라들었다. 팬들은 “진흙탕 싸움을 하지 않은 임재범이 대단하다”며 성원을 보냈다.
임재범의 직설은 이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상처로 다가가기도 했다. 본인 또한 여러 인터뷰에서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최근 일을 계기로 대중들은 임재범 특유의 성향과 안에 담긴 솔직함을 느꼈을 것 같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