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문가 7인이 바라본 2012년 정국전망

화두는 ‘공정·복지·통일’... 총선 후 ‘여소야대’ 가능

2012-01-02     정찬대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2012년을 바라보는 정치전문가들은 공정사회와 복지 그리고 통일외교안보문제가 내년 총·대선에서 가장 큰 시대정신이며 키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제기되면서 한나라당은 불리한 선거전을 치르게 될 것이며 이 때문에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통합당의 부산·경남 총선승리 가능성은 입장이 갈렸으나 대체적으로 일정부분 성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으며, 19대 총선은 한나라당이 압승하고 민주당이 완패했던 18대 총선결과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다.

임진년 새해를 앞두고 [일요서울]은 7인의 정치전문가에게 향후 정국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총·대선이 한해에 치러지는 만큼 당 쇄신은 물론 정치권의 지형변화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면서 여의도 정가에 대격량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 고성국 정치평론가
“한나라당 100석 이하 예상”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혁신과 쇄신을 부르짖고 있다. 이들의 당 쇄신 성공여부에 따라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나라당이 불리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100석 이하의 의석을 차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점쳐진다. 잘해도 130석을 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면서 남북관계에도 여러 문제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대선에서 북한을 상대로 대응능력을 갖춘 후보가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대선 후보자는 온건과 강경을 능수능란하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정치 및 외교력 또한 보여줘야 할 것이다. 경험과 연륜도 있어야 하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영남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어느 정도 선전하겠지만 의석수를 많이 차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된다.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후보가 나와야 하는데, 문재인·문성근 후보 외에는 아직까지 특별한 점이 없는 것 같다.

총·대선의 키워드는 복지와 통일외교안보라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권의 변수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일단 본인이 정치할 뜻이 없다고 했으니 현재로선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 백왕순 디오피니언 부소장
“화두는 경제민주화·평화·시민주권”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당을 쇄신하고 당-청 분리정책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리드해 간다면 한나라당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시에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한 몸이 되어 평가받게 되고, 주요전선이 정권심판으로 맞춰지면서 한나라당은 총·대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는 현 추세로 볼 때 평화와 화해무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고 긴장은 보조에 그칠 것으로 예견된다. 대선에서 전향적 남북관계를 제안하는 후보가 국민적 지지를 얻을 것으로 보이며, 대북식량지원 등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민심을 파악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남북긴장과 안보를 강조해온 한나라당의 스탠스가 정국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총·대선에서 가장 큰 화두는 △경제민주화 △평화공존 △시민주권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에 대한 레임덕 현상이 본격화될 경우 공정·공평사회가 화두가 되고, 양극화라든지 교육 등 전 분야에 있어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복지와 통일문제도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의 영남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정부여당에 대한 부산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는 측면에서 문재인, 문성근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의 당선도 가능하리라 본다.

하지만 PK(부산·경남)의 경우 민주통합당보다는 무소속이 강세를 보이면서 이들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민주통합당이 단순히 노무현의 아류, 민주당의 아류 수준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부산경남의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총·대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이루고 제대로 된 공천이 이뤄진다면 안철수 원장의 공간은 협소해질 것이다. 그러나 혁신공천이 이뤄지지 못하고 야권이 선거연합에 실패한다면 안철수 원장에게 공간이 생기면서 안 원장이 정치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
“민주통합, 부산·경남에서 약진”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이 쇄신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은 아닌 것 같다. 비대위원(외부인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법조계나 교수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여론의 핵심 층인 40대는 한명도 없다. 국민의 눈높이와 여론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본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과반수 의석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을 비롯한 충청지역도 민주통합당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이며, 민주통합당이 부산에서 1/3정도, 경남에서 1/5정도의 약진이 예상된다.

총․대선에서 복지는 물론 위기관리 대처능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제전망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대처능력을 필요한 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아울러 남북관계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로 들어서면서 개혁·개방이 확산될 것으로 관측되며, 이명박 정부도 정권 말이 되면서 어떻게든 단절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결국 남북관계가 화해무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올해에는 권력말기 측근비리가 불거지면서 레임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권과 거리두기를 본격화할 것이다.

◊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PK보다는 충청지역이 변수”

지난 18대 총선은 한나라당이 압승했지만 19대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상황이 뒤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PK에서 민주통합당의 승리는 사실상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이면서 예상 의석수는 2~5석 미만으로 점쳐진다. 반면 충청지역에서 민주통합당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이 지역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012년의 시대정신은 복지와 남북문제가 될 것이다. 남북 모두 정권교체기라는 점에서 화해무드보다는 지금과 같은 냉랭한 분위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또한 매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면서 내년에는 ‘실용주의2’ 버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나눔의 미약’을 강조하는 것으로 결국 복지문제로 귀결된다.

정권 말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비리 등이 불거지게 될 경우 한나라당은 좋지 않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할 것이며 이를 통해 지지율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올해 안철수 교수가 정치권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원장의 등장에 따라 정치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
“안철수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을 듯”

올해 총·대선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복지문제와 양극화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통합당이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지면서, 최소 1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 말기인 올해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선거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총선이후 여소야대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철수 원장의 경우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 전면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문외한인 그가 정치권의 전면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PK에서 민주통합 패할 시 안철수 등장”

정권 말에 치러지는 선거는 집권세력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팽배해지면서 정부여당의 책임론이 일게 된다. 그렇다고 봤을 때 여당인 한나라당의 패배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박근혜 위원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쇄신을 단행하더라도 보수집권층의 결집 외에는 그 효과가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석수는 100~120석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사태와 신공항백지화 등으로 PK(부산경남)의 민심이 이반됐으며, 현 정권이 TK(대구경북)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이들의 소외감 또한 크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이사장과 문성근 대표가 지역의 이목을 끌며 부산출마를 선언했다.

총선에서는 정권 심판론에 대한 야권의 공격과 여권의 방어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이며, 대선에서는 공정사회와 경제문제가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남북문제가 주요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론을 생성하는 2040세대들의 북한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고, 남북문제가 경제이슈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안보를 내세우는 한나라당이 큰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안철수 원장의 대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안 원장 등장 여부에 따라 정치 지형도 변화가 예상된다. 문재인 이사장이 부산에서 당선되고 민주통합당이 PK에서 승리한다면 야권은 좀 더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산경남에서 패하고 박근혜 대항마도 구축하지 못한다면 안철수 원장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총선 통해 여소야대 가능”

총선결과를 예상해 볼 때 민주통합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원내 제1당이 될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에게 패하더라도 큰 격차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총선이후 여소야대의 형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 말 레임덕이 가속화되더라도 대통령이 탈당하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한나라당도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현 정권에 대한 냉정하고 정당한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의 관전 포인트는 여권은 ‘쇄신’이고 야권은 ‘통합’이다. 민주통합당은 공천과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 있으며, 한나라당은 인적쇄신을 두고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민주통합당의 영남승리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부겸 의원이 대구출마를 선언했지만 어디까지나 상징적 의미가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부산경남에서도 당선이 유력시 되는 인물이 별로 없다는 측면에서 10석 이상의 의석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략 5석 안팎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