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北 대화채널 포함 대북정보력 강화돼야”
李대통령 “걱정하는 것만큼 우리 정보력 취약하지 않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청와대 여야 교섭단체 대표 회동에서 “북한의 특성상 어려운 측면이 있겠지만 대화채널을 포함한 대북 정보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국민의 얘기가 있다. 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에둘러 정부의 대북 정보력 부재를 꼬집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진 여야 원내교섭단체 대표들과의 회동에서 주된 화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으로 취약성을 드러낸 정부의 대북 정보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본 회동에 앞서 티 타임 자리에서 여야 대표들에게 “사태가 사태인 만큼 뵙고 말씀드리려고 했다. 정치권에서 잘 협조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박근혜 위원장은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돌발 상황을 맞아서 대통령께서 신중하고 균형 있게 대응해서 국민이 안심하는 것 같다. 노고에 감사하다”고 답했고,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 초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정부에서 적절하게 대응한 것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간단한 인사치레가 끝난 뒤 이어진 비공개 회담은 1시간 정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김정일 사망’에 대해 대북 정보력 부재 문제를 시작으로 정부의 외교ㆍ안보라인 개편 요구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대표는 김 위원장이 사망으로 급변 사태가 촉발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일본 방문 중이었다는 것과, 김정일 사망 시점을 놓고 불거진 전용열차 이동 여부에 대해 국가정보원과 국방부가 엇갈린 정보를 내놓은 것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원 공동대표는 “정부의 대북 정보 수집능력이 취약하다”고 우려한데 이어 야당 참석자들이 “탈북자, 문화예술단체 등 (대북) 채널이 다양한데 대북 정보수집을 잘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한미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걱정하는 것만큼 우리 정보력이 취약하지 않다”면서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일본 측이 대북관계 정보 공유를 희망한다는 의사 표시가 있었다”며 대북 정보력 부재에 대한 지적들을 애써 반박했다.
그러자 야당 측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외교ㆍ안보라인의 전면 개편 또는 교체를 거듭 요구했고, 이 대통령은 “그 문제는 정부에 맡겨 달라”고 맞받았다.
조문 문제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과 야당 인사들 사이에 입장차를 드러내며 신경전을 벌였다.
원 공동대표는 “조의 표시는 잘된 일인데, 조문에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중심의 조문단 구성을 언급한 반면, 이 대통령은 “김덕룡 민화협 의장에게 야당의 입장을 잘 말하겠다”면서도 조문 원칙이 훼손돼선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와 관련해서도 간극을 재확인했다. 한편 회동 직후 이 대통령은 박 위원장과 별도의 티타임을 갖고 최근 당 쇄신 문제와 정국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과의 독대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 시국과 예산국회 진행과 관련해 말씀을 많이 들었다”며 “제가 당 중책을 맡고 처음 만남이라 일부러 마음을 쓰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