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정일 사망 발표 전 첩보 보고 묵살 의혹

박선영 “국정원-외통부 17일 첩보 입수 보고했으나…”

2011-12-22     고동석 기자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첩보를 보고받고도 묵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증폭될 조짐이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22일 “국가정보원과 외교통상부가 17일 오전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으나 청와대 보고과정에서 묵살됐다”고 말했다.

만약 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며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사망 보고를 받고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다면 허술한 외교안보라인의 구멍이 뚫린 책임을 스스로 좌초한 것이란 다름없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은 지난 19일 북한의 김정일 사망 공식 발표를 듣고서야 허둥지둥댔고, 대북정보망이 낌새를 차리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에 시달렸다. 

박 의원은 “미국 백악관 측에서 17일 오전 한국 외교통상부 쪽에 첩보 수준으로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소식을 알려왔으나 그날이 토요일이어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정원도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인 17일 오전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청와대에 보고했으나, 청와대가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라며 무시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시점과 관련해서도 박 의원은 “16일 백두산 인근에서 완전 무장한 인민군이 이동하는 것이 관측됐다”면서 “15∼16일 이틀 동안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 3대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김 위원장이 17일 열차에서 숨졌다는 것은 100% 거짓”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보 사항이라 모두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거듭 “청와대가 김정일 사망 첩보보고를 무시하고도 이를 부인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 대통령이 직접 이 사실을 해명해야 하고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을 모두 교체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李대통령, "김정일 사망 정보 우리도 갖고 있지만…"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가진 여야 교섭단체 대표ㆍ원내대표 회동 자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을 북한 발표를 보고 알았고 그전에 몰랐던 게 사실이지만 우리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몰랐다”고 사전 첩보 보고 사실을 에둘러 부인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사항이 있다. 하지만 억울하더라도 이를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와 함께 야당 측이 ‘외교ㆍ안보라인에 대한 전반적 개편’을 요구한 것에 대해선 “정부에 맡겨 달라”고 선을 그었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