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유훈통치 선언 ‘김정은 시대’ 천명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3년 탈상 본뜬 권력 과도기 수단

2011-12-22     고동석 기자

북한이 22일 김정은 노동당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혁명위업의 계승자·인민의 영도자’로 대내외에 밝히고 ‘김정은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자 1면 전면에 게재한 ‘위대한 김정일 동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심장 속에 영생하실 것이다’는 장문의 사설에서 “김정은 동지의 영도는 주체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빛나게 계승·완성해 나갈 수 있는 결정적 담보”라고 천명했다. 

신문은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지켜 주체혁명, 선군혁명의 길을 꿋꿋이 걸어 나가야 한다”며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두리에 단결하고 단결하고 또 단결하며 그이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통치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망 발표 나흘째만의 일이다. 

북한은 지난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에도 김정일 위원장이 3년간의 유훈통치를 했었다. 이처럼 김정은 부위원장 역시 후견인들을 두고 유훈체제로 당과 군부를 통틀어 권력 굳히기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김정일 위원장이 그랬던 것처럼 김 부위원장도 백두혈통 독재체제의 정당성을 내부적으로 각인시키기 김정일의 '유훈통치'라는 명목으로 시신을 방부처리해 안치하고 김일성 영생탑을 건설하고 주체연호와 태양절을 제정('97. 7)했던 방식을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주체연호는 김일성이 출생한 해를 기점으로 1999년은 주체88년으로 계산했던 방식대로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에 새로운 주체연호를 내세울 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또 김정일 생전의 업적 미화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뒤 ‘유훈통치’를 끝나는 시점에 맞춰 대내외에 김정은 부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나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되는 형태로 3대세습을 마무지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동신문이 “우리는 김정은 동지의 선군영도를 높이 받들고 나라의 자위적 국방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사회주의 제도와 혁명의 전취물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또 “장군님의 강성국가 건설 염원을 끝까지 실현하는 데 우리의 숭고한 도덕의리가 있다”며 “장군님의 유훈을 틀어쥐고 이 땅, 이 하늘 아래 반드시 세계가 우러러보는 주체의 강성국가를 일떠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일성 탄생 100년, 김정일 탄생 70년을 맞아 2012년을 ‘강성대국’을 선포하겠다던 의욕은 ‘강성국가’로 대국에서 국가로 수준을 다소 하향 조정했다, 이는 북한이 당면한 경제위기와 처한 어려운 여건을 억지로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신문의 사설에서 눈에 띠는 부분은 김정일의 유훈으로 조국통일을 언급한 점이다. 그러면서 “세계 여러 나라 인민과 친선단결을 강화하고 자주적이며 평화로운 새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힘차게 투쟁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