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회장, 라응찬 지우기로 신한 물갈이?
계속되는 신한사태의 여파
- 라 전 회장 차남 비자금 운용 의혹 검찰 수사 진행 중
- 한동우 회장, 신한금융 이미지 추락할까 ‘전전긍긍’
신한금융지주(회장 한동우)가 전임자의 구설수로 인해 또 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남이 사용한 자금이 신한사태 당시의 비자금 혐의 자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자금이지만 최근 들어 검찰이 명확한 증거라면서 자료를 속속들이 제출하고 있어 신한금융지주로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한 회장이 라 전 회장의 측근 인사였다는 사실 역시 부각되고 있어 내부에선 신한사태가 다시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신한금융지주 내부에선 ‘라응찬 그림자 지우기’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그 현황을 알아본다.
라 전 회장은 지난 2월 신한금융지주를 떠났다. 불미스러운 퇴장이었다. 몇몇 인사들에게는 박수를 받았지만 뒤돌아서는 그의 어깨는 처져 있었다는 것이 라 전 회장의 마지막 모습을 본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후 라 전 회장의 행보는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공식행사에서는 철저히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 전 회장은 자신의 행보로 인해 신한사태가 또 다시 상기돼 신한금융지주에 악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했고 이를 위해 몸을 사렸다. 하지만 그의 아들이 검찰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말았다.
지난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의 차남 라 모씨는 지난 2005년 서울 종로구 공평 15, 16 지구의 재개발 사업과 관련, 투자자 A씨 부자에게서 3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고소당했다.
라씨는 한 시행업체를 인수해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A씨 부자에게 “박연차(전 태광실업 회장)씨가 투자했고 아버지도 곧 투자할 것”이라고 말해 30억 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라씨가 앞서 8억 원을 이 사업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자 사업성이 낮다는 것을 알고도 A씨 부자를 끌어들여 거액을 투자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라씨는 검찰 조사에서 “박연차씨를 언급한 적이 없고, 사업이 안 됐을 뿐 사기 칠 생각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라씨의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라씨가 지난 1992년 신한은행에 특혜를 받아 입사한 후 초고속 승진을 통해 자회사인 신한 PE(Private Equity)에 이사로 재직 후 퇴사해 라 전 회장의 비자금 일부를 관리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당시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라 회장의 비자금을 차남이 관리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 자금 중 일부는 공평동 재개발 사업에 투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때는 한배를 탔지만…‘이젠 안녕’
이 때문에 한 회장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내부에서 라 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회장이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된 데는 라 전 회장의 역할이 컸다.
라 전 회장이 지지한 김병주 교수가 사퇴하면서 친 라응찬 성향의 표가 한 회장(당시 부회장)에게 결집됐고, 여기에 중립 또는 일부 친 신상훈 성향의 표가 이탈하면서 한 회장이 표결 끝에 결국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대됐기 때문이다.
또한 본지 [제905호 - 한동우式 신한사태 제2라운드 가나] 제하의 기사에서 보도한 바 있듯 한 회장은 취임 당시 라 전 회장 측 인사를 대거 등용하고 신 전 사장 측 인사는 가차없이 낙마시켜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내부에서도 한 회장의 인사와 관련, 일감 몰아주기도 아닌 ‘인사 몰아주기’라는 불만이 고조돼 있었다.
실제로 박중헌 전 SBJ은행 부사장은 임기 만료시기 즈음 서진원 신한은행장과의 면담에서 재임이 불가하니 사표를 제출할 것을 종용받았다고 알려졌다. 서 행장 측은 당시 이를 부인했지만 내부에선 사실이라며 인구에 회자됐다.
이외에도 최상훈 전 신한아이타스 대표, 이성락 전 부행장 등이 보직 박탈 후 대기 발령 조치 혹은 재임 불가 통보를 받았다.
때문에 신한금융지주 내부에선 당시 ‘신상훈 그림자 지우기’에 이어 ‘라응찬 그림자 지우기’ 논란이 또 다시 가중되고 있다. 라 전 회장의 그림자 역시 신한금융지주에 남아 있으면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신한금융지주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일부는 이미 떠난 전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대다수는 한 번 추락한 이미지의 반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2012년 신한금융지주의 새 역사가 어떻게 그려질지 은행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