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떨고 있다
칼 가는 민주당 ‘13人의 자객들’
2010-10-12 홍준철 기자
민주당 김성순 환경노동위원장이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경고음을 발하고 나섰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관선, 민선을 합쳐 구청장을 네 번씩이나 지낸 행정 전문가인 김 위원장은 민주당 서울 시의원들과 공조해 서울시 대형 사업에 대해 전면 재진단 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이 선봉에 선다면 손발은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79명의 민주당 시의원이 될 전망이다. 특히 국회 경험이 있는 보좌관출신들이 전면에 나선다. 민주당 시의원 79명 중 12인이 국회보좌관 출신으로 이들은 매주 모임을 갖으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 김성순 환경노동위원장은 ‘4대강 저격수’로 유명하다. 지난해 국토해양위에서 활동한 국정감사 때는 각 언론사들로부터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될 정도로 정책통 인사다. 또한 참여정부 초대 보건복지 장관으로 거론될 정도로 보건복지 전문가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최근 주목받는 것은 지난 9월 26일 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부터다. 한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김 위원장은 서울시의 전반적인 사업뿐만 아니라 시정에 정통하다. 행시 4회에 합격, 서울시 사무관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서울시 및 공직에 몸담아 누구 보다 서울 시정을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텃밭으로 알려진 송파에서 유일하게 2번이나(16대 송파 을, 18대 송파병)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정도로 확고한 기반을 인정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당선되면서 같은 당 서울시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정책위를 활성화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13인의 다윗과 골리앗 대결 본격 점화
또한 김 위원장은 “상임위 위원장이 정책 질의를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남는 시간은 서울시 전반적인 정책에 대해 점검하려 한다”며 “인신 공격성 네거티브 대신 정책을 통해 중산층 및 서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김 위원장은 정책실 인원을 기존 1명에서 3명으로 늘리고 민주당 시의원들과 정례모임을 가질 전망이다.
이처럼 ‘오세훈 감찰단’의 수장이 김 위원장이라면 손발은 서울시 다수를 점하고 있는 79명의 민주당 시의원이 될 전망이다.
특히 12인의 국회보좌진 출신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이 그 중심에 선다. 중앙정부를 견제하거나 실제로 근무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국회 보좌관들은 김 위원장에겐 ‘천군마마’일 수밖에 없다.
12인의 시의원 면면을 보면 민주당 전병헌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강희용(동작구), 15~18대까지 보좌관 생활을 한 김정태(영등포구), 최규식 의원 보좌관 박진형(강북구), 신기남 전 의원 보좌관 김형식(강서구), 추미애 의원 보좌관 김선갑(광진구), 정대철 전 의원 비서관 김기옥(강북구), 김근태 전 의원 비서관 김용석(도봉구), 유인태 전 의원 보좌관 김동욱, 청와대 행정관 및 국회 비서관 오승록(노원구), 우상호 전 의원 보좌관 신원철(서대문구), 이인영 전 의원 보좌관 김종옥(구로구), 17~18대 보좌관 장환진(동작구) 등 12명이 있다.
이미 박진형 시의원은 서울시 출연금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한강예술섬재단 등 민간재단 3곳을 폐지하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한강예술섬 재단 설립 운영에 관한 조례’, ‘서울디지털미디어시티 재단 설립 운영에 관한 조례’, ‘창의교육 지원 조례’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한강예술섬의 경우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향후 진행이 불투명해 재단을 먼저 설립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미 ‘한강 예술섬’ 사업에 부지 매입, 설계 공모, 이주 비용 등으로 520억 원을 지출한 상황이다. 그러나 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시의원들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없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한강 예술섬 사업은 서울시가 총 사업비 5865억 원을 투입해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 6만818㎡ 부지에 각종 문화시설을 지어 문화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업이다. 이로 인해 단지내 대표적인 건축물인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 역시 무산될 공산이 높아졌다. 이 사업은 당초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었던 2005년 1월 오페라하우스 건립 계획을 확정했고, 이후 오 시장이 복합문화단지 사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오페라하우스 건축비 2700억 원을 지난해 12월 일반예산으로 돌려 일차리 창출에 지출했다.
나아가 오 시장의 공약사안이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 역시 대폭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이 사업 역시 민주당 시의원들이 중점 재검토 사업 대상으로 꼽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란 서울시 예산 1조3174억 원짜리 계획이다. 단일 프로젝트로는 시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예산도 당초 전체 7554억 원(2009년)이었으나 오 시장이 지난해 ‘홍콩 선언’으로 불리는 서해 뱃길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서울 시의회는 한강 르네상스 등 서울시 주요 사업에 대해 축소ㆍ중단을 요구해왔고, 행정안전부 역시 지자체 채권 발행에 대해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세훈 감찰단’뜨자 서울시도 방어팀 신설?
이밖에도 민주당 박정태 시의원은 “9·20일 수해 파동을 겪으면서 청계천 복원공사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 재점검이 필요하고 서울디자인 사업, 광화문 광장 조성사업 등도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보좌진 출신 12인은 이미 ‘사람중심 서울포럼’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결의를 다지고 있다. 매주 1회 만나서 서울시 정책관련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마련하기위해 만든 정책 모임이다. 박 의원은 “우리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지만 중앙당과 국회의 도움일 필요한 현안도 있다”며 “정책을 개발하고 공유하고 적극 당과 정책 공조를 통해 서울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회 보좌관 출신 시의원 12인 모임이 정례화되면서 서울시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서울시 내에 방어팀이 생겼다’는 우스개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로서는 누구보다 서울시를 잘 아는 김성순 위원장이 이 모임에 가세한 것에 대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국회의원-중앙당-시의회’ 3각 공조가 현실화되면서 ‘13인의 오세훈 감찰단’과 ‘골리앗 서울시’와 대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