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대, ‘하나의 삼성’ 지주회사로 재편한다?

집중해부 삼성 2012 전략

2011-12-05     이진우 기자

- 지배구조 개편 통한 ‘지주회사 체제’ 토대 마련
- 지주회사 전환에 막대한 자금 소요, 당분간 힘들듯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포스트 삼성’이 2012년에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설’도 흘러나와 주목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강남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승진설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 사장이 올해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지 않더라도 내년에는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재계의 시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지난 9월 14일 삼성카드가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 25.6% 가운데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이하 금산법)에 저촉되지 않는 5% 미만을 제외한 20.64%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일요서울]이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를 강화해 후계구도를 정착시키고 ‘하나의 삼성’을 이뤄 나갈지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기업 지배구조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것이 ‘지주회사 체제’와 ‘순환출자 구조’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각 기업들의 특성에 따라 장단점을 고려해 어느 것을 선택할 지가 주요 관심사가 된다.

삼성은 지난 15년 간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이어왔다.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6%를 가지고 있고, 삼성에버랜드가 13.34%로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은 7.21%로 삼성전자를, 삼성전자는 35.3%로 삼성카드를 다시 지배하는 구조였다.

따라서 이번 지분매각으로 기존 순환출자 구조의 연결고리가 끊겨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로 변하게 됐다. 그룹의 지배구조가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한 것이다.

순환출자 구조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하더라도 대주주 일가의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은 유효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 측은 “지배구조가 수직구조로 변하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지주회사 체제로 가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지주회사를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도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의 향후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배구조가 변했으니 당연히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유력하다는 주장이다.

또 한편으로는 삼성카드의 지분 매각을 계기로 이 사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3세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계열분리 작업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계열사별 지배구조에 대한 변화가 과거 순환출자 구조에 비해 지배력은 더 약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지배구조가 변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런 관측을 낳고 있다.

현재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내세운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우선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양 날개로 자회사에 편입하고, 금융계열사를 총괄하는 중간 금융지주사에는 삼성생명이 위치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러한 관측과 관련해 삼성 측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전문가들도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으로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예상되나 어떻게 변화할 지는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지배구조와 관련해서 몇 단계의 인적분할 없이 지주회사로의 전환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여론 추이와 3세 경영의 본격화 과정을 고려해 향후 5~6년 기간을 정해놓고 단계별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

에버랜드 지분 향방에 관심 증폭

재계에서는 내년 4월까지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어떤 형태로 매각할 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록세일을 통해 ▲제3자 매각 ▲그룹 내 비금융 계열사에 매각 ▲삼성에버랜드가 자사주 형태로 사들이는 방식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비금융 계열사로의 매각과 자사주 매입 등은 현재 삼성이 추진하고 있는 경영쇄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더라도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에 영향이 없는 만큼 굳이 계열사 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분 매각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수직구조로 변경된 것일 뿐 지주회사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내년 4월까지 최대 관전 포인트는 ‘누구에게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파느냐’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매각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금산법 이행이 명목상 이유다. 하지만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 및 삼성家 3세 경영의 후계구도가 마련됐다는 측면에 관심이 더 쏠려있다.

일부에서는 삼성 지주회사를 통해 경영권과 관련, 남매간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이뤄지는 통합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2012년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나설지, 계열분리 작업을 진행할 지에 대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