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미 민주당 정책위원회 교육과학기술전문위원

학생 체벌 논란: 체벌 없이는 교육 행위가 불가능한가?

2010-08-31     정치부 기자
우리는 학창시절 한 두 번쯤 과잉 체벌과 심한 언어폭력으로 분노와 수치를 느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심하게 폭행해 ‘오장풍’이라는 별명을 가진 교사의 학생 과잉폭행 행위가 불거져 학부모를 분노케 했다. 이 사건 이후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 초, 중, 고등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교육계에 ‘학생체벌 금지’ 논란을 야기시켰다. 교총은 즉각 여론수렴 절차가 충분하지 못한 점과 대안 마련이 없는 즉흥적 결정임을 지적하고 나섰고 전교조는 학교에서 체벌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사,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학생체벌 논란이 마치 보수와 진보의 대립 양상처럼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한국교육개발원이 ‘학생 체벌금지 법제화’를 제안하며 논란이 새로운 장을 맞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학생권리 보장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보장 등을 법령에 명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을 개정하자고 제안했고 이 연구는 교육부의 위탁과제라는 점에서 교육당국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학생체벌’은 해묵은 논쟁이고 정부의 정책적 혼선으로 학생 체벌이 근절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1998년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이 제정되면서 체벌 관련 조항이 명문화되었으나 시행령 31조 7항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명시하여 사실상 체벌을 허용했다. 1999년 정부는 ‘교원의 정당한 훈육행위는 교권 수호 차원에서 보호한다’는 취지로 각 학교마다 학생 체벌 규정을 만들어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시행토록 했고 2002년에는 학교생활규정 예시안을 통해 체벌 도구의 규격과 체벌 부위, 횟수 등에 대한 규정과 벌점제를 도입해 학교 현장에서 학생체벌을 둘러싼 실랑이가 끝이지 않았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 체벌 없이는 교육행위가 불가능한가? 이제 우리 사회는 이 질문에 대해 답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여기서 몇가지 원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교육행위는 교육적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 체벌은 잘못된 행위를 정지시키는 즉각적 효과는 있지만 교육이 학생에게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행위라고 할 때 체벌은 그러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Bandura의 학습이론에 따르면, 폭력을 당해본 경험이 많은 사람이 더 공격적이고 폭력을 반복할 가능성이 많다.

둘째, 교사의 교육적 행위는 힘든 일이고 교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간 우리 사회가 체벌을 허용했던 것도 성장하는 많은 아이들을 교사가 지도하는 일 자체가 감당하기 벅찬 일이고 교사의 행위는 교육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 교사의 지도 방식도 변해야 한다. 영국의 사회학자 기딘스는 전통사회의 권위는 일방적 지배와 지시로 가능했지만 탈근대사회의 권위는 대화와 타협에 의해서만 인정된다고 말한다.

셋째,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언제부턴가 가정은 아이들의 인성 교육도 도덕교육도 학교에 맡겨버리고 공부만 강조하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학부모는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는 태도이고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이 모인 학교에서 교사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 놓여 있다.

학생체벌 금지를 위해서는 가정, 학교,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학생체벌에 대한 논쟁을 계기로 학생에게는 인권이 보장되고 교사에게는 교권이 보장되며 학부모는 자녀의 인성을 책임지는 교육이 작동하도록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도출되어야 할 시점이다.


심 연 미
·교육학 박사(교육사회학 및 교육정책학 전공)
·동국대, 한국외대 등 시간강사
·한국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현)민주당 정책위원회 교육과학기술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