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스캘핑, LP 증권사들의 세력 뻗치나

‘슈퍼 메뚜기’ 에서 ‘슈퍼 매머드’로 진화

2011-11-16     김나영 기자

- ELW 건전화 방안, 개인 잠재우고 기관 일깨우는 데 기여?
- LP 증권사들, 전문 스캘퍼 고용도 모자라 스캘핑 팀까지 조직해

최근 우리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가지수는 이탈리아 위기가 불거지기 전까지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대한 기대감과 중국 긴축완화, 그리고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감 완화로 꾸준한 상승흐름을 전개했다. 이에 따른 변동성 감소는 주식워런트증권(Equity Linked Warranty, 이하 ELW)에 다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지만 증권 투자자의 거래 활성화로 다시 거래량 증가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KOSPI 대비 ELW 거래대금 점유율은 한때 30%를 상회하는 등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ELW 시장은 현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그 현황을 알아본다.

ELW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것은 검찰이 지난 6월 ELW 대규모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대신•삼성•우리투자증권 등 12개 증권사 대표와 임직원, 초단타 매매자(스캘퍼) 등 48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부터다.

당시 검찰은 증권사 대표들에게 “ELW 수수료 및 시장점유율 확대 목적으로 스캘퍼에게 부정한 수단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일괄적으로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권사 대표들이 전용선 제공에 대해 직접 사인을 했다”면서 “대표를 기소한 만큼 법인은 기소하지 않고 금감원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소된 증권사들은 단지 주문속도가 빠른 전용회선을 제공한 것뿐 아니라 아예 스캘퍼를 직원으로 고용해 조직적으로 특혜를 제공한 사례도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지난 4일 노정남 대신증권 대표에게 “일반 투자자보다 빠르게 거래할 수 있도록 스캘퍼들에게 우월적 수단을 제공했고 ‘제로섬 게임’ 성격을 갖는 ELW 시장의 성격상 일반투자자의 손실이 입증됐으며 거래 기회를 박탈하기까지 했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또한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과 감사원(원장 양건)은 지난달 25일 주요 증권사들에게 리서치센터, 자산운용, IB법인영업팀 등 주요 부서 직원들의 금융투자상품 매매 내역과 신고 여부, 계좌번호를 취합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감사원이 지난 6월 기소된 12개 증권사들의 대표 및 임직원들이 스캘퍼들에게 전용선을 제공하는 등 부당하게 특혜를 주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선행매매 등으로 부당이익을 얻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것. 감사원은 금감원에게 수감에 필요한 해당 자료를 요청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뛰는 ‘슈퍼 메뚜기’ 위에 나는 ‘슈퍼 매머드’ 있다?

이렇게 ELW 시장이 검찰과 금융당국의 칼끝 아래 있는 가운데 개인 스캘퍼들은 몸을 사리고 일부 증권사들은 직접 스캘핑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 팀장은 “기존 ELW 계좌에 대한 기본예탁금 적용이 실시되며 개인 투자자의 거래 점유율은 소폭 감소했지만 증권 투자자의 점유율이 3%p 이상 증가하면서 ELW 전체의 거래량은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개인이 아닌 기업 스캘핑은 보다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질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며 시장을 지배하는 LP(Liquidity Provider)의 호가에 따라 ELW 거래의 명암이 엇갈리고 그 LP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ELW에 3년 간 투자해왔다는 한 개인투자자는 “모 증권사의 경우 호가를 넣는 것을 보면 정말 가관도 아니다”라며 “LP들도 워런트를 팔고 난 후 싼 값에 회수하거나 제로로 만들어서 수익을 내야 한다. 때문에 어느 증권사든지 다 더러운 플레이를 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개인 스캘퍼의 스캘핑 논란 역시 일부 증권사가 스캘퍼들과 유착해 전용회선 및 조직적인 특혜를 제공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를 바로잡고자 금융당국은 지난 6월 ELW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고 기본예탁금 제도와 인출제한 제도 등을 차례로 시행했다.

ELW 기본예탁금 제도는 신규 투자자의 경우 지난 8월, 기존 투자자의 경우 지난달부터 ELW 계좌의 예탁총액이 1500만 원 이상일 때만 매수주문이 가능한 제도다.

또한 ELW 인출제한 제도는 지난 9월 말부터 기본예탁금을 초과하는 부분만 인출이 가능하며 만약 예탁총액이 기본예탁금에 미달하면 보유한 ELW를 전부 매도한 후에야 인출이 가능한 제도다.

하지만 이는 고위험 파생상품인 ELW 시장 내 개인투자 자제에는 효과가 있었으나 동시에 기업들의 참여를 불러와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스캘퍼들이 투자자 직접주문 입력방식(DMA)에 의한 대량의 주문으로 수익을 보자 일부 증권사들은 자기자본매매(Prop trading) 부서 내 스캘핑 팀을 만들어 스캘핑을 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사철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미 스캘퍼를 포함한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5년 간 ELW 시장에서 잃은 돈은 1조8164억 원에 달한다.

그나마도 속칭 ‘슈퍼 메뚜기’로 불리는 스캘퍼들은 대부분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나 일반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수치보다 더 큰 손해를 보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이 기관을 이길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이제 스캘핑 팀까지 나타났으니 ‘개미’들은 분명 이로 인한 피해를 볼 것이다”라면서 “‘슈퍼 메뚜기’의 부정이 발각됐듯이 새로운 ‘슈퍼 매머드’ 역시 본색을 곧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