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검찰 수사, 다음 타깃은 누구?
검찰, 재계수사 리스트 … AㆍFㆍH사 등 거론
검찰이 SK그룹(회장 최태원) 오너 일가 ‘횡령’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어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재계에 대한 전방위적 사정이 또 다시 예고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재계 서열 10위권 내 그룹은 물론 코스닥기업에 대한 내사가 시작됐다는 풍문까지 돌고 있다. 더욱이 정권 말기가 되면 기업 옥죄기 풍토가 심화된터라 재계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모 기업 담당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며 “요즘 검찰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정가는 물론 재계가 검찰의 다음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SK에 이어 또 다른 기업으로 정조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권말기가 되면 정부와 기업간의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 기업들은 내부 단속에 여념이 없다는 후문도 들린다.
실제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검찰의 다음 수사 대상이라는 4~5개 기업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대기업은 물론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기업들이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활발한 인수 합병으로 덩치를 키웠거나 기업 총수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잡음이 많았던 곳이다. 대기업의 자금창구로 알려진 정보기술 분야나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부의 편법증여 의혹이 나오는 회사들도 집중 거론되고 있다.
10대 그룹에 속하는 A사의 경우 기업 총수가 역외펀드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검찰의 내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수사 착수가 임박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해당 기업은 이와 관련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방위적으로 사태파악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기업인으로 거론되는 H그룹도 총수와 그의 아들 비리 혐의가 검찰에 포착됐다는 소문과 함께 리스트에 올라있다. 이미 이 기업은 총수의 아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금감원의 내사가 진행중이다. 다음 정권 첫 사정기관의 칼날이 드리워질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F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룹 계열사에 물량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숱한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이 문제제기 수준을 넘어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때문에 F그룹은 시민단체 움직임을 예의주시중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맞다. 틀리다"는 말을 하고 있진 않으며 “비리 있는 곳에 수사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검찰 수사방향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요즘 재계에선 ‘3W’라는 말도 등장했다. 본격적인 사정의 시점이 언제인지(When), 어떤 기업이 대상인지(Who), 기업의 어떤 비리(What)가 수사 대상인지가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 MB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기업들의 옥죄기가 심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 재계인사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기업과 정부 간 미묘한 갈등기류가 심했다”며 “이번 정권에서도 기업과 정부의 균열조짐이 조심스레 제기된다”고 말했다.
재계는 검찰의 재계 옥죄기가 장기화 될수록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에 자칫 총수의 비리라도 터지게 되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이번 정권의 칼날이 어디로 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SK그룹 18개 계열사가 베넥스에 2800억 원을 투자했고, 이 중 SK텔레콤, SK가스 등 일부 계열사 투자금 992억 원이 김준홍 베넥스 대표의 차명계좌를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물투자를 맡은 SK해운 고문 출신역술인 김원홍(50•중국체류)씨에게 흘러들어 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난 9일 밝혔다.
검찰은 이 돈이 최 회장의 개인 선물투자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차명계좌를 통한 자금세탁을 거쳐 돈을 직접 빼돌리는 과정을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48) SK수석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여기에 최 회장도 관여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자금 흐름이 확인될 경우 최 회장 형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돈을 어디에 썼는지 전체를 다 보는 게 아니라 자금흐름에서 위법 소지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