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노무현 손잡다
손학규, ‘박근혜·김태호 대항마’ 부상
2010-08-17 홍준철 기자
온갖 잡음 끝에 민주당이 오는 10월 3일 인천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당초 9월 18일을 D-day로 잡았지만 추석 연휴를 앞두고 치러지는 전대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10월초로 옮기는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당초 정세균 전 대표 등 당 지도부가 9월 18일을 고수한 이유가 잠재적 경쟁자인 정동영, 손학규 상임고문에 비해 ‘조직 동원’에 있어 우월하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는 점에서 당내 당권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를 반증하고 있다.
하지만 7·28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패배로 나타나면서 정 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총사퇴를 결행했다. 애초 정 전 대표만 물러나겠다고 밝혔다가 ‘쇼’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반강제적으로 물러났다.
정세균 진 자리 손학규 채운다
이런 점에서 6·2 지방선거 패배직후 보여준 한나라당 지도부 총사퇴와 비견되기도 했다. 또한 ‘관리형 대표’였던 정몽준 전 대표는(이하 MJ) 이후 벌어진 전당대회에 불출마를 하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MJ는 전당대회 재출마 여지를 흘렸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정 전 대표가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가운데 수혜자는 손 고문일 수밖에 없다. 정 전 대표가 당권을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이 손 전 고문과 친노 486의 지지때문이었다. 하지만 손 고문이 당권에 출마할 경우 친노 486은 정 전 대표로부터 멀어질 공산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8월초 손학규 일부 지지자들이 차린 여의도 사무실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이 출근하면서 손학규 진영에서는 고무된 모습이다.
영남 민주화의 대부이기도 한 이 전 수석이 손 고문을 지지한다는 것은 취약한 영남 지역뿐만 아니라 친노 성향의 전통적 30~40대 지지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동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손 고문은 친노 진영과 소원했지만 지난 6·2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화해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후보로 서울 한명숙, 경기 유시민, 인천 송영길, 강원 이광재, 충남 안희정 등 친노 성향 인사들로 공천했다. 결과는 민주당 대승이었다. 당시 손 고문은 경기도 유시민-김진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며 노 전 대통령의 ‘정치 비서실장’이라는 유 후보를 적극지원했다. 마찬가지로 노 전 대통령의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와 이광재 강원도지사 후보 당선에 일조하면서 친노 핵심 인사들과 구원 관계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았다. 지방선거 결과는 민주당 대승으로 수도권과 중부권에서 압승으로 나타났다.
손 고문의 친노와의 화해는 당장 오는 10·3 전당 대회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가도에서도 청신호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지방선거이후 두달만에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패배했지만 손 고문 개인으로선 의미 있는 패배였다. 한 민주당 인사는 “지방선거에서 대승한 지 2달도 안돼 민주당이 재보궐에서 참패한 배경에는 노무현 향수가 뭍어나는 후보가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성패를 갈랐다”며 “인물로 맞선 한나라당에 민주당은 당권 다툼과 당 지도부 사천으로 인해 공천이 엉망이 됐고 그렇다고 이름있는 거물급 인사가 나선 것도 아닌 상황에서 패배를 자초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은평을 재보궐에서 구민주계 인사인 장상 전 총리와 이재오 대결은 한명숙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득표력과 크게 비견됐다. 은평구 역시 한명숙 후보가 오 후보에 크게 앞선 지역이었지만 장상 후보는 오히려 커다란 차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인천 계양의 김희갑 후보 역시 송영길 인천시장 지역구임에도 불구하고 패한 원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는 곧 전통적 친노 성향의 유권자들이 구민주계 인사나 ‘어부지리 공천’에 비해 결집력이 높다는 반증으로 향후 당권·대권에서 손 전 지사가 우월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7·28재보궐 선거 패배로 당권 경쟁자이자 지지층이 겹쳤던 정세균 전 대표의 리더십 상처 역시 손학규 진영에선 나쁠게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전통 지지세력 ‘손학규’결집중
여기에 유일하게 수도권 출신인 손 고문에 여론조사에서 호남 및 수도권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 역시 유리하다. 범동교동 인사인 박양수 전 의원이 손학규 진영에 합류한 배경이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편 손학규 진영에서는 향후 한나라당 대권 구도가 ‘박근혜 vs 친이 후보’ 구도로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경우 손 고문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되느니 야권 후보가 되는 게 낫다’는 청와대 친이 일각의 기류는 손 고문이 후보로 될 경우 두 진영간 ‘물밑 협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