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너희는 프랑스냐…우리는 스페인이다. 스페인 여성들을 사로잡은 JYJ
‘JYJ’가 스페인 콘서트로 현지 젊은 세대들의 아이돌이 됐다. 재중(26), 유천(25), 준수(25)로 구성된 3명의 남성 그룹 ‘JYJ’는 많은 국가, 민족의 영향으로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는 스페인에 K-POP의 매력을 확실히 심어줬다. K-POP의 열풍은 일본,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를 필두로 남아메리카, 중동아시아까지 미치고 있다. 특히 음악 강대국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유럽 팬들을 열광시켰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JYJ는 대형기획사의 지원 없이도 3000명의 팬들을 끌어 모아 한류의 주역임을 증명했다. JYJ는 동방신기에서 탈퇴한 이유로 SM엔터테인먼트의 갖은 견제와 방해공작을 받아 왔다. SM의 눈치를 보는 방송사들 때문에 국내 활동은 여전히 제약 투성이지만 그들은 유럽 공연으로 가치와 영역을 넓히고 있다.
JYJ 스페인 콘서트는 지난달 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보블레 에스파뇰’에서 열렸다.
스페인 전역에 걸쳐있는 10대, 20대 팬들은 몇 주 전부터 JYJ를 콘서트를 기다려왔다. 유튜브(Youtube·동영상 공유 사이트), 일본 음악인 J-POP을 통해 JYJ를 알게 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인접국가인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지에 사는 팬들도 JYJ의 스페인 입성에 열광하면서 콘서트를 찾았다.
공연은 JYJ가 지난해 10월 발매한 월드와이드 앨범 ‘The Beginning’(더 비기닝)의 수록곡 ‘Empty’(엠프티)로 시작을 알렸다. ‘엠프티’는 미국 유명 프로듀서 로드니 저킨스의 작곡으로 해외 리스너들의 주목을 받은 곡이다. JYJ 첫 번째 정규 ‘더 비기닝’은 세계시장을 겨냥해 전 곡이 영어로 불려 졌다. 천재 힙합 뮤지션 캬니예 웨스트까지 참여한 야심작.
재중, 유천, 준수는 동방신기의 그림자를 털어 버리려는 듯 새로운 1집과 참여 O.S.T 등 15곡을 부르면서 100분 내내 공연장을 달궜다.
3명의 멤버들은 댄스와 노래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실력파 가수의 조건을 유감없이 뽐내며 관중들을 감동시켰다. 일본 활동 시절 메이저 가요 프로그램에만 머물지 않고 인디에서 기본기를 다진 것 역시 역동적인 무대매너 완성에 도움이 됐다.
JYJ가 “3명의 저스틴 비버(미국 최고 아이돌)를 연상하게 만들었다”는 스페인 유력 일간지의 기사처럼 수준급 공연을 이어가자 유럽 팬들은 국내 팬클럽 못지않은 응원으로 힘을 실어줬다. 특히 콘서트장 대부분을 동방신기의 상징이었던 ‘펄 레드’ 풍선으로 가득 채워, JYJ가 유럽을 더 이상 개척해야하는 장소로 여기지 않게끔 만들었다.
현지 팬들은 통역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멤버들의 말 하나하나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한류의 기폭제가 됐던 동남아시아 팬들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
이번 공연을 지켜본 루카 토마시니와 몬다즈는 JYJ 멤버들의 격렬한 춤과 완벽한 라이브에 감탄하며 “유럽 전역에서 성공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토마시니는 섹시 아이콘 마돈나의 안무가로, 몬다즈는 영국 국민그룹 ‘Take That’(테이크 댓)의 예술감독 킴 게이븐과의 협업으로 명성을 떨친 아티스트다.
“댄스와 가장 어울리는 음악”, K-POP만 틀어주는 클럽도 있어
바르셀로나 ‘보블레 에스파뇰’ 콘서트는 JYJ가 여태껏 치렀던 콘서트에 비하면 규모면에서는 작은 편이다. 지난달만 해도 JYJ는 일본 이바라키현 해변공원에서 8만 명의 관중을 동원해 콘서트를 열었다.
하지만 최고 100유로(16만 원)에 달하는 티켓의 조기매진과 2억5000만 원의 수익은 유럽 콘서트에 대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태권도뿐인 스페인에 새로운 이미지를 남겼다”고 전하고 있다. 스페인에서의 한국 가수 단독 공연은 JYJ가 처음. 이번 호평은 다른 가수들의 진출에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콘서트를 찾은 JYJ 팬들의 콘서트 소감 역시 다양했다. 10대에서 20대 초반이었던 팬들은 “JYJ를 보러 한국에 가고 싶었는데 스페인에 와줘서 매우 고맙고 기쁘다”, “다른 JYJ 팬들과 며칠 동안 선물을 준비하느라 잠을 설쳤다”등의 말로 콘서트의 감격을 전했다. “한달내내 JYJ 콘서트 플래카드 붙이는 일을 했다. 바르셀로나 시내에 팬들의 메시지가 담긴 플래카드를 50개나 걸었다”는 열성팬들의 소감도 잇따랐다.
오랫동안 동양 대중문화의 대표주자는 일본이었다. 일본에서 탄생한 애니메이션, 망가, 비디오 게임 등은 세계적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세계 두 번째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는 J-POP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K-POP의 선진국 공략으로 이와 같은 판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많은 유럽 팬들은 “일본 문화의 마니아층들이 K-POP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 대중문화를 잠식하고 있는 국내 아이돌 가수들의 활약이 일본 문화를 찾는 유럽 팬들에게까지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JYJ는 독일 베를린 ‘템포드롬’에서 유럽 두 번째 콘서트를 연다. 이 공연은 예매 사이트 오픈 즉시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됐다고 한다. 템포드롬은 감동신화의 주인공인 오페라 가수 폴 포츠가 공연한 유명 콘서트장이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