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정종관 자살에 '당혹'
2011-05-31 박지혁 기자
안기헌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30일 정종관의 자살 소식을 접한 후, 잔뜩 상기된 표정을 지으면서 최대한 말을 아꼈다. 당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했다.
안 사무총장은 "방금 뉴스를 통해 (정종관 자살 소식을)접했다"며 "지금은 뭐라고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 최종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교롭게 정종관의 자살 소식이 알려질 무렵 축구회관에서는 정몽규 연맹 총재를 필두로 이번 승부조작 파문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이 열렸다. 관련 혐의자를 반드시 색출하고 다시는 승부조작이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안 사무총장은 "따로 할 말이 없다. 지금은 연맹을 비롯해 선수와 구단 모두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내일 워크숍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프린세스 호텔의 한 객실에서 목을 매고 숨진 채로 발견된 정종관은 승부조작에 적극 가담, 선수와 브로커를 연결해 준 혐의를 받았다.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그동안 잠적했던 것. 창원지검 관계자는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해 정 선수에 대해 지난 25일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섰으나 잠적해 체포하지 못했다"며 "정 선수는 브로커와 선수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시 현장에는 정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A4용지 1장과 메모지 4장으로 된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승부조작의 당사자로서 부끄럽다.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선수들은 내 친구들인데 내 이름을 진술 안하는 것은 의리를 지키려고 그러는 것이다. 모두 내 책임이다'고 적혀 있었다.
정종관은 마산공고~숭실대를 거쳐 2004년 전북현대에 입단해 2007년까지 4시즌 동안 활약했다. 숭실대에 재학 중이던 2003년에는 올림픽대표에 선발되기도 했다.
2008년 병역비리에 적발된 뒤, K리그 떠나 올 시즌부터 서울 유나이티드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소속팀 훈련 불참은 물론 연락 두절이 잦아 소속팀 관계자들의 속을 태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