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승부조작 파문

눈먼돈에 ‘불법 베팅 교육’ 물거품 돼

2011-05-30     이창환 기자

[이창환 기자]= 소문으로만 떠돌거나 쉬쉬했던 승부조작 사태가 가시화 되면서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열 네 명의 선수가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말까지 나왔다. 국가대표를 거친 유명 선수는 물론 지난 5월 사망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윤기원 선수까지 대상에 포함됐다. 윤 선수가 브로커 등의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인천 유나이티드는 “근거 없는 소문이다”라고 밝히며 적극 부정했다.

승부조작의 충격은 일부 관계자들로 하여금 “모 선수는 일이 터지자 잠시 팀을 이탈했다”, “승부조작에 따른 징계로 모 선수가 갑자기 팀을 떠났다”는 주장까지 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팀은 선수들의 불법 행위를 확인하고 문제 선수와 계약을 해지했다. 또 한 구단은 선수들의 사설 베팅사이트 접속을 막기 위해 클럽하우스 내 컴퓨터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 업자들 한국 넘어와 브로커 물색

승부조작은 도박장 운영자와 고용된 브로커, 매수된 선수로 이루어졌다. 불법 도박 사이트와 도박장은 중국에서 가장 성행했지만 IP주소를 중국으로 해놓은 국내 도박장도 여럿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현지 도박장의 경우 판돈이 한 경기에 수십억 원이 넘었다. 중국인들은 한국인 브로커를 고용해 선수들에게 비밀리에 접근하도록 만들었다. 브로커는 은퇴한 선수들이 주로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로커들은 수천만 원의 현금으로 선수들을 매수했고, 판돈이 큰 경기는 그 이상의 몫도 챙겨줬다. 4경기 만에 1억4000만 원을 벌었다는 얘기까지 들렸다.

브로커들은 또한 승부조작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포지션을 매수하려 들었고 감독과 코치 심판에게까지 접근했다. 현재까지 개설된 사행성 불법 토토는 국내에만 무려 3500여 개에 달했다. 브로커들에게 선수들이 끊임없는 유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승부조작의 심각성을 모르지 않던 축구 연맹은 올해 초 2차례에 걸쳐 불법 베팅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하지만 돈에 눈먼 일부 선수들 때문에 K리그의 교육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축구 관계자들은 “돈의 유혹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돌일킬 수 없는 범죄의 늪에 빠지게 된다”며 “브로커들의 꼬임에 넘어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