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지고 잘 잡던 박경수의 불방망이 쇼
만루 홈런 치는 수비 달인, LG 박경수!
2011-05-16 이창환 기자
지난 10일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한화 대 LG 전의 7회 말. LG의 주자는 무사 만루였고 2루타 하나면 역전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LG 타석에는 9번 타자 박경수가 들어섰다. 박경수는 이전 타석에서 땅볼과 플라이를 기록하고 있었다. 때문에 타격에 대한 기대가 없던 상태.
하지만 박경수는 이전 타석의 부진을 털어내려는 듯 연달아 홈런 성 파울을 치며 한화 투수 송창식을 초조하게 했다. 특히 볼카운트 2-2에서 7구째 밀어친 타구는 홈런 경계선을 조금 벗어나는 파울 홈런이었다.
흐름을 가져간 박경수는 풀 카운트 상황에서 송창식이 던진 127Km의 높은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호쾌한 타격소리와 함께 LG응원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것. 올 시즌 프로야구 다섯 번째 만루 홈런의 순간이었다.
박경수의 만루 홈런은 상대팀 한화 최진행의 1경기 3홈런 기록을 뛰어넘는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박경수는 “죽더라도 혼자 죽겠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외야로 공을 보내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좋았다”고 말했다. 희생플라이로 추격 점을 만들기 위한 스윙이, 역전 만루 홈런으로 연결된 것이다.
잘 못 잡을 땐 잘 치면 되지
박경수는 “시즌 초반 타격타이밍이 늦었는데 비디오를 보면서 타이밍을 조정한 게 점점 맞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훈 LG 감독도 경기를 마친 후 “박경수는 우리 팀의 가장 보배 같은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타격감, 출루율 등 다방면에서 만족할만한 활약을 펼치고 있던 중에 만루 홈런까지 터트려 팀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앞서 박 감독은 “우리 팀에서 정말 칭찬받아야 할 선수는 박경수”라고 말한 바 있다. 시즌 중 2루수로 24경기, 유격수로 20경기를 출장할 정도로 포지션 이동이 심했지만 묵묵히 맡은 일을 수행한 점을 높이 산 것이다.
그동안 박경수는 박용택, 이병규, 조인성 등에 가려져 타자로서의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만루 홈런 한방으로 LG 상승세의 일등 공신으로 떠올랐다.
수비로 두각을 나타냈던 박경수지만 매번 ‘수비요정’다운 면모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24, 25, 27일에는 실책을 4개나 범하면서 평범한 수비도 못하는 선수가 된 적도 있다.
당시 박경수는 “실수는 결과적으로 내가 잘못한 거지만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아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편치 않은 심경을 털어놨다.
성실함이 큰 장점
하지만 지난달 실책에는 이유가 있었다. 감기 몸살과 장염에다가 탈수 증상까지 있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경수는 매 경기 선발 출장했고 식은땀을 흘려가며 묵묵히 훈련을 소화했다.
그리고 이 같은 성실함은 박경수를 LG 내야에서 꼭 필요한 존재로 만들었다. 올 시즌 박경수는 2루수로서는 9할7푼9리를, 유격수로서는 9할6푼2리로 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아직 지난 시즌의 9할9푼1리 성적에는 못 미치지만 지금도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다.
이제 박경수는 타자로서의 임무에도 충실하려 하고 있다. 경기마다 안타 한개는 꼭 치겠다는 다짐으로 “올 시즌 130안타를 꼭 달성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박경수의 지금 페이스로 봤을 때 조금 더 분발하면 충분히 가능한 기록이다.
지난 12일까지 박경수는 2할4푼5리의 타율에 26안타, 출루율은 3할9푼1리를 기록 중이다.
박경수는 “LG 입단 뒤 아직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그동안 내가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입대 전 꼭 가을잔치에 꼭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