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프리미어 리그 슈퍼스타로 급부상
아시아는 지금 박지성 시대에 살고 있다
2011-05-16 이창환 기자
[이창환 기자]= 지난 9일 첼시전을 승리로 이끈 박지성에 대한 현지 반응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박지성은 2010-2011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첼시전에서 경기 MVP와 다름없는 활약을 펼쳤다. 박지성은 골 어시스트와 적극적인 압박, 탁월한 위치선정으로 첼시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박지성의 환상적인 플레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2위 첼시와의 승점을 6점으로 벌리며 사실상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박지성에 대한 칭찬은 팀 동료선수들과 잉글랜드 언론은 물론 스페인 언론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9일 잉글랜드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 대 첼시전은 리그 1위 팀과 2위 팀의 마지막 경기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맨유는 21승 10무 4패로 승점 73점을 기록 중이었고 첼시는 21승 7무 7패로 승점 70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양 팀의 점수는 불과 3점 밖에 되지 않아 이날 경기 승리는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축구팬들과 언론들도 이날 경기를 사실상 결승전으로 보고 있었다. 맨유가 승리할 경우 이후 2경기에서 한 차례의 무승부만 거두어도 자력 우승을 확정짓기 때문이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원톱 공격수로 치차리토를 두고 루니의 활동 영역을 수비까지 넓혔다. 미드필더에는 수비의 압박이 뛰어난 박지성, 발렌시아아와 게임메이커 역할에 능한 긱스, 캐릭 등을 포진시켜 볼 점유율을 신경 썼다. 첼시의 강한 공격력을 대비한 전술이었다.
반면 첼시의 안첼로티 감독은 최전방에 말루다, 드록바, 칼루를 배치해 공격적인 전술을 선보였다. 미드필더 또한 에시엔, 람파드, 미켈 등 돌파와 프리킥에 강한 미드필더를 배치시켰다.
팽팽할 것 같은 경기는 전반 1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기울었다. 박지성의 어시스트를 받은 치차리토가 선제골을 터트린 것이다. 하프라인에서부터 과감하게 상대편 진영을 돌파한 박지성은 치차리토에게 침투 패스로 연결했다. 치차리토는 달려나오는 골키퍼를 속이고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박지성의 잉글랜드 진출 후 최단시간 공격 포인트였다.
초반부터 뜨거워진 경기는 곧바로 허리싸움으로 이어졌다. 점유율을 높여 공격수들에게 볼을 원할 하게 배급하기 위해서였다.
맨유 미드필더 최강은 박지성
박지성을 비롯한 긱스, 캐릭의 움직임은 이때도 빛을 발했다. 맨유 미드필더들은 거센 압박을 펼쳐 첼시를 꽁꽁 묶는 것은 물론 역습 또한 효과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박지성은 끊임없는 슈팅 기회 창출과 첼시의 흐름을 끊는 태클 등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뽐냈다. 전반 23분에는 비디치 추가골에도 일조했다.
이에 첼시는 맨유 킬러로 명성이 높았던 토레스를 비롯 알렉스와 하미레스를 투입해 변화를 꾀했고 후반 만회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맨유의 압박과 수비벽에 막혀 경기는 맨유의 2-1 승리로 종료됐다.
칭송받지 못한, 이름 없는 영웅의 도약
현지 언론은 박지성을 단연 이날 경기의 최고 수훈갑으로 꼽았다. 저조한 평가 일색이었던 과거와 달리 앞 다투어 박지성의 활약을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축구전문매체인 골닷컴은 박지성에게 양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인 8.5점을 주면서 “믿기 힘든 에너지와 기술로 선제골을 도왔고 첼시 미드필더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고 평했다.
맨체스터이브닝뉴스는 박지성에게 가장 높은 9점을 부여하면서 “맨유의 플레이는 모두 박지성으로부터 시작해 훌륭히 이뤄졌다. 박지성은 완벽한 패키지”라고 평했다.
박지성에 대한 칭찬은 영국의 BBC와 프리미어리그 주관방송사 스카이스포츠에서도 이어졌다. 이들은 박지성을 ‘팀 오브 더 위크’로 꼽았다. ‘팀 오브 더 위크’는 한 주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부여되는 이름이다.
특히 잉글랜드 일간지 가디언은 “박지성의 위치선정이 맨유 승리의 원동력”이라면서 박지성의 활약을 자세히 분석했다. 미드필더의 전술적 열세를 박지성의 중앙 진출, 긱스와 발렌시아에게 연결하는 패스로 만회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또한 가디언은 “박지성이 왼쪽 공간을 휘저으며 첼시의 이바노비치를 묶었고 후방 수비를 도와 풀백들이 오버래핑 할 수 있게끔 했다”고 분석했다.
바르셀로나 팬, “박지성 빼주세요”
맨유와 바르셀로나의 ‘2010-11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때문인지 박지성의 활약은 스페인까지 전해졌다. 맨유와 바르셀로나는 오는 29일 런던 웸블리에서 대망의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지난 9일 첼시전의 박지성에 대해 “경기의 주인이자 지배자”라고 표현하면서 박지성 경계령을 내렸다. 스페인 언론마저 박지성의 장점을 언급하며 바로셀로나에 위협을 가할 선수로 꼽은 것이다.
다른 스페인 언론 스포르트 역시 “치차리토가 박지성의 좋은 크로스를 놓쳐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며 연이은 날카로운 패스를 극찬했다. 특히 스포르트는 UEFA챔피언스리그 6차전 때 이미 박지성을 맨유 최고의 공격옵션으로 꼽았다. 발렌시아 전에서의 위협적인 슬라이딩 슛과 중거리 슛 때문이었다.
박지성의 존재감 때문인지 국내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의 박지성 활약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선발로 출전할지, 수비 일변도로 뛸지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시아 선수 최초로 결승전 공격 포인트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박지성이 지난 9일처럼 3명의 첼시 미드필더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인다면 결승전 활약도 꿈은 아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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