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유럽파 역대 3번째로 시즌 두 자릿수 골 달성

차범근의 17골 기록까지 뛰어넘어라!

2011-04-18     이창환 기자

지난 10일 박주영이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 ‘리그앙’에서 시즌 11호 골로 소속팀 ‘AS 모나코’의 구세주로 등극했다. 더불어 한국 축구선수 사상 3번째로 유럽무대서 한 시즌 10골 이상을 넣은 선수가 됐다. 박주영은 지난 3일 ‘아를 아비뇽’과의 경기와 지난 10일 ‘릴 OSC’와의 경기에서 연속 골을 터뜨렸다. 이로써 박주영은 프랑스 축구 팬들과 ‘골 결정력’을 지적했던 국내 팬들까지 사로잡았다. 또 박주영 골에 힘입어 AS모나코는 18위에서 15위로 올라가 강등권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사에서 박주영의 기록은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남은 8경기서 꾸준한 득점 또는 멀티 골을 기록한다면 25년 간 깨지지 않았던 차범근의 시즌 17골 기록 도전도 가능하다.

박주영이 지난 10일 릴 OSC와의 홈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을 터뜨리며 팀의 1:0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서 박주영은 전반 11분 상대 수비가 백 패스한 것을 가로챈 후 골키퍼까지 제치고 오른발 아웃 프런트 슈팅을 성공했다. 리그앙 진출 이후 최다 골로 기록되기에 모자람이 없는 멋진 골이었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양 팀 통틀어 최고 점수를 받을 정도로 빛이 났다. 최전방에서의 적극적으로 포스트 플레이와 기회마다 터진 유효슈팅은 공격의 중심다웠다. 지난 3일 아를 아비뇽과의 발리슛 10호 골에 이은 상승세였다.

박주영의 활약에 힘입어 ‘AS 모나코’ 역시 2:0으로 승리했다. 박주영의 12호 골에 대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축구팬들 또한 10호, 11호 골을 접할 때마다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남은 경기에 따라 한국 선수로서의 위상과 몸값 상승은 물론, 해외파 기록 경신까지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박주영의 연속 골이 “지난달 25일 온두라스 전에서의 활약으로 이미 예견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표팀 경기 때 원톱으로 나선 박주영이 공수 양면에 걸쳐 활약하면서 4:0 승리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리그에서의 공격력을 대표팀에서도 보기 원한 팬들의 기대에 확실히 보답했다.


두자릿 수 골의 두 가지 가치

지난해 9월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전에서 터진 첫 골부터 박주영은 줄곧 후반전에 강했다.

이 기세를 몰아 박주영은 지난 2월 ‘SM캉’전에서 9호 골까지 달성했다. 프랑스 땅에서 이뤄낸 박주영의 새로운 기록이 대부분 후반 30분 이후의 골들도 만들어진 것이다. 불과 5개월 만에 달성한 일이었다. 골 기록은 패널티 킥 3골, 오른발 슛 7골, 왼발 슛 2골이었다. 패널티 킥 전담 역시 팀 내에서 절대적인 박주영의 입지를 보여줬다. AS 모나코는 박주영이 골을 넣은 경기에서는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주영은 지난해 12월 ‘FC소쇼’와의 경기에서 특유의 기도 세레모니 때문에 무릎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 결승골을 뽑아낸 이후 터진 부상이었다. 부상 때문에 박지성, 이영표의 국가 대표팀 은퇴전이기도 했던 아시안 컵에서도 박주영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4주 간 재활치료를 받은 박주영은 다행히 정상 복귀했고 전과 같은 기도 세레모니를 계속 이어갔다. 아시안 컵을 뛰지 못한 아픔은 체력 보충의 이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컨디션 하락 없이 복귀에 성공했다.

박주영의 골 레이스에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은 역시 소속팀 AS모나코다. 강등권 탈출은 물론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경기 비난, 골 기록으로 잠재워

아쉬움이라면 이번 시즌 AS모나코에는 박주영 외에 이렇다 할 공격수들이 없다는 것에 있다. 미드필더와 수비들의 전력 또한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순위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시즌 막바지 전력이 보다 강한 상대로 다음 골을 기록하기란 쉽지 않다.

AS 모나코의 경기당 득점이 0.96골(30경기 28골)로 저조한 것도 박주영에게는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AS모나코가 2연승으로 분위기가 고조된 점과, 모든 공격 루트가 박주영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은 골을 기대케 하고 있다. 박주영은 게다가 지난해 11월, 3경기에서 4골을 넣는 몰아치기 능력을 보여준 바도 있다.

프랑스 내 축구 관계자들 또한 “박주영이 올 시즌 15~16골은 넣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박주영이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많은 골을 터트리는 것으로 보아 ‘해결사 본능’ 점점 무르익어 보인다는 주장에서다.

산술적으로 봐도 경기당 평균 0.37골을 기록하고 있는 박주영은 남은 8경기에서 3골 이상 넣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평가에 박주영을 비난 했던 국내 일부 축구팬들도 평가도 새롭게 내리고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슈팅 기회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나 팀 플레이에 있어서 탁월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팬들 사이에서의 박주영 평가는 달랐다.

축구 팬들은 “득점이 별로 없다”, “최종 공격수보다는 공격형 미드필더나 쉐도우 스트라이커가 어울린다”는 말로 전문가들의 평가에 맞섰다.

하지만 박주영의 기록을 접한 팬들은 “청소년 대표팀 시절 축구 천재라 불렸던 박주영이 이제 서야 킬러본능을 발휘한다”며 “아시아 최고의 원톱 공격수”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골이 터지지 않을 때도 경기력은 항상 수준급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변덕스런 축구팬들의 팬심도 실력으로 잠재운 것이다.


차범근 기록에 얼마나 근접할까

그동안 유럽 프로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박주영 이전에 두자릿 수 골을 기록한 이는 차범근과 설기현 밖에 없었다. 차범근은 1985~1986년 독일 ‘바이엘 04 레버쿠젠’에서 뛸 당시 17골을 기록했고 설기현은 2000~ 2001년 벨기에 ‘RSC 안더레흐트’에서 뛸 당시 12골을 기록했다.

게다가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A’, 독일의 분데스리가, 프랑스의 ‘리그앙’)의 기록만 놓고 보면 차범근 이후 2번 째이자 25년 만의 대기록이다.

이에 박주영의 ‘이적설’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AS모나코에서 다득점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박주영을 영입 순위에 올려놓은 팀은 ‘파리 생제르망’으로 알려져 있다.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생제르망은 박주영을 공격진 보강 카드의 하나로 노리고 있다. 생제르망은 마르세유와 함께 리그 앙 최고 인기 클럽으로 통한다.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은 이후 경기마다 더 책임감 있고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박주영. 그의 멈추지 않는 논스톱 비상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창환기자] 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