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부진에 한화 이글스 침울
‘괴물’포스 언제쯤 드러날까
2011-04-18 이창환 기자
지난해 23경기 연속 퀼리티 스타트와 ‘골든 글러브’에 빛나는 ‘괴물 투수’ 류현진의 초반 페이스가 흔들리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 8안타로 5실점했던 류현진은 지난 8일 열린 LG 트윈스와의 두번 째 경기에서도 8안타로 7실점 한 뒤 강판됐다. 류현진이 2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 2006년 데뷔한 이래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슬로우 스타터가 아닌 대한민국 대표 간판투수 류현진 이기에 팀 내의 고민도 커졌다. 지난해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그 저력이 언제쯤 마운드 위에서 발휘될 수 있을지 류현진의 부진 이유와 부활에 대한 전망을 살펴봤다.
타자들이 호쾌한 타격 쇼를 이어갈수록 투수들은 쓴맛을 보고 있다. 팀내 에이스 김광현(SK 와이번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뿐만 아니라 ‘아시안 게임’의 영웅 윤석민(KIA 타이거즈)도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그중 가장 이목을 끌고 있는 선수는 ‘2010 프로야구’ 방어율, 탈삼진 2관왕에 빛나는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지난 2일 롯데 전에서 4이닝 동안 8피안타 5볼넷 5실점으로 무너졌고, 지난 8일 LG 전에서는 6이닝 동안 8피안타 5볼넷 7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롯데 전에서는 이대호의 홈런 레이스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LG 역시 지난해 5월 류현진에게 탈삼진 신기록을 안겨주는 수모를 겪었지만, 이날은 맹타를 퍼부으며 설욕했다.
LG 전에서 류현진의 초반 페이스는 나쁘지 않았다. 최고 구속을 150km나 뿌렸고, 145km이상 강속구도 20개나 됐다. 개막전에서 145km이상 강속구가 3개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구위 자체는 많이 올라왔다. 4회 1사까지 탈삼진 5개를 뽑아냈으며 20개 중 16개의 강속구도 이때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난타를 당할 때였다.
몇 번의 안타를 허용한 이후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4회 LG타자 윤상균에게 던진 밋밋한 직구가 홈런으로 이어진 것도 컸다.
초반 불운, 긴 슬럼프로 이어질까
야구 전문가들은 류현진의 무뎌진 제구력을 폐인으로 보고 있다. 구위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치더라도 류현진의 가장 큰 장점이 제구력이었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일부 전문가들은 “류현진의 몸 상태가 지난해만 못하다”고 평하며 제구력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5년 간 류현진은 9이닝 당 볼넷이 2.8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했다. 스트라이크 존 끝에 걸치는 제구 역시 일품이었다.
류현진 역시 평소 “볼넷을 가장 싫어한다”고 말할 정도로 제구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시즌 류현진은 2경기 연속 볼넷 5개를 기록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LG 전에서는 스트라이크 존이 애매했다는 평도 있지만 원하는 대로 공을 꽂아 넣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때문에 벌써부터 류현진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몇 년간 선발로 나서면서 다른 투수들에 비해 어깨를 많이 혹사 시켰고 시즌 후에도 아시안 게임, WBC, 올림픽에 참가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화 팬들 역시 “중간 마무리가 없다보니 류현진이 홀로 경기를 책임질 때가 많았다”며 “휴식과 체력의 보강이 우선인데 시즌 후 대표팀의 참가가 화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에 한화 코칭 스태프는 “류현진은 초반에 강하다. 곧 부활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불식시켰지만, 한편에선 “정말 몸 컨디션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눈치였다.
마운드가 무겁고 낯설어보여
지난 9일 LG전에서 2연패를 당한 후 한대화 한화 감독은 “계산이 서지 않는다. 될 것 같이 보이다가도 안 돼 헷갈린다”는 말로 팀 전략 문제점를 토로했다. LG 전의 9점차 패배와 지난 5일의 KIA전 8점차 패배가 힘겹게 얹은 상승 무드를 물거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투수들의 불안정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류현진의 예상치 못한 부진은 한 감독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한화 팬들 사이에선 ‘류현진 선발 등판’은 무조건 승리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독과 코치는 부동의 ‘에이스’라는 부담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류현진은 16승을 건졌다. 타선과 야수, 불펜진의 큰 지원없이 이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지난 2년간 최하위였다. 올해도 전력을 보강한 타 팀과의 싸움이 쉽지만은 않다.
류현진이 이름값에 걸맞은 경기를 해야 한다고 부담을 가질수록 ‘에이스’로 돌아가는 길이 멀어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한용덕 한화 코치와 신경현 포수 역시 이 주장에 동의했지만, 류현진에 기대를 저버리진 않았다.
한화의 한 코치는 “올해도 작년만큼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클 텐데 오히려 시작 초반 몇 번 맞고 시작하는 게 부담을 더는 효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와 호흡을 맞춘 한화 신 선수 역시 “류현진의 공 자체는 전혀 문제없다고 본다. 내 리드가 부족했다”며 “현진이가 너무 의욕적이고 신중하게 던지는 것 같은 데 부담을 떨쳐내면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류현진은 시즌 초반부터 강한 투수였다. 류현진은 2006년 4월 LG와의 프로 데뷔전에서 7이닝 10삼진으로 4대0 완승을 이끌었다. 2007년 역시 SK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2009~2010년 시즌에도 첫 등판을 승리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게다가 개막 초기인 3~4월에 승리로 이끈 경기는 전체의 24%로 총 19차례다. 2006, 2008, 2009년에는 4월에 한 번도 패배를 당하지 않았다.
첫 등판에서 패배한 경우는 올 시즌과 2008년 롯데전 뿐인 것이다.
그러나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고 또 넘어서기 위해서 존재한다. 야구팬들은 류현진이 지금까지의 성적을 ‘액땜’한 것으로 치고 달라진 모습으로 다음 경기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