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아들의 멘토 ‘하인즈 워드’
편견·차별로 상처받은 혼혈아들의 영웅
2011-02-15 박주리 기자
지난해 9월 미국프로풋볼(NFL)의 한국계 스타 하인즈 워드(35·피츠버그 스틸러스)가 미국의 대통령아시안자문위원회 위원에 임명됐다. 백악관은 하인즈 워드가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슈퍼볼 MVP까지 오른 풋볼 선수로서 그동안 다문화 가정 청소년을 위한 사회활동을 해왔을 뿐 아니라 ‘하인스워드 재단’을 통해 다양한 자선 활동을 해왔다”고 임명이 된 사유를 밝혔다.
대통령아시안자문위원회는 백악관이 추진하는 아시안 관련 정책에 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기구이다. 그의 사회활동으로 인해 국내 여론은 혼혈인들에 대한 차별과 배타적 민족주의가 없어져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국내거주 혼혈인들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하인즈 워드에 대해 알아본다.
하인즈 워드는 2006년 슈퍼볼에서 소속팀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시애틀 시호크스를 21-10으로 이기고 우승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14-10으로 앞선 4쿼터에 결승 터치다운을 성공하여 MVP 라는 큰 상을 받았다.
1998년 계약금 300만 달러에 피츠버그 스틸러스팀에 지명되면서 프로무대에 데뷔한 하워드는 NFL 올스타전인 프로볼에 4번이나 출전한 리그 최정상급 와이드 리시버(미국 풋볼의 공격 포지션 중 하나이다. 쿼터백이 던지는 패스를 전문적으로 받는 선수이다. 게임 내에서 가장 빠르고 민첩한 선수들로 높은 주목을 받는다)이다. 항상 미소지으며 온화한 표정을 짓지만 상대에게는 위협적인 선수이기 때문에 ‘미소짓는 암살자 (Smiling Assassin)’라는 별명을 가졌다.
그의 어머니 김영희씨는 76년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 하인즈 워드와의 사이에서 그를 낳았다. 77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래 하루 15시간 이상씩 일하는 고생 끝에 아들을 최고수준의 미식축구선수로 키웠다.
매년 8명씩 미국 초청해
하인스 워드는 한국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상처 받은 혼혈아들의 멘토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한국 문화는 매우 훌륭하며 나는 그 모든 것을 사랑한다. 그렇지만 한국 문화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 나는 그러한 면을 부각시켜 이미 좋은 한국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이라며 모국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현했다.
2006년 4월 하인즈 워드가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자신과 같은 혼혈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독자적인 혼혈아동 지원 재단을 설립했다. ‘하인즈워드재단(Heins Ward Foundation)’은 한국펄벅재단의 도움으로 매해 국내 거주 다문화 가정 청소년 8명씩을 선별해 미국으로 초청한다.
이 행사는 올해로 5년째를 맞이했다. 혼혈아의 아픔을 겪었던 하인즈 워드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청소년들을 처음 초청한 이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청받은 청소년은 모두 8명이다. 하인즈 워드는 이들을 미국으로 초청해 그가 속해있는 피츠버그 경기를 관람시켜주고 또 한인사회를 비롯, 다양한 문화권이 공존하는 미국의 청소년들과 교류를 가질 수 있는 행사도 진행했다.
자신감과 용기를 주고파
하인즈워드재단 기금은 하인즈 워드 자신에게도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릴 때 한국이나 한국 문화에 대해 수치스럽게 느낀 적도 있었다”고 언론을 통해 고백한 바 있다. 그는 “나는 흑인도 한국인도 아니었다. 그 어느 쪽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힘들고 외로운 시기를 보냈다. 만일 내 곁에서 끊임없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준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탈선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며 “어머니가 나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나눠준 것처럼 나 또한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힘내라고 용기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혼혈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아니라 ‘가능성’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이 아이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인즈 워드는 국내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 뿐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처럼 과거 국제결혼을 통해 도미한 한인 여성들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색인과 결혼해서 미국에 온 한인들의 경우 한인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등의 어려움이 많았다.
하인즈 워드의 어머니 역시 언어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 등으로 미국 정착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이를 극복하고 모성애로 자식을 키운 훌륭한 어머니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이와 같은 가족력이 알려지면서 국내외적으로 혼혈인에 대한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문화 가정 16만 세대
우리나라도 다문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거주외국인 인구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으며 2020년에는 국내 총 인구의 5%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촌에 거주하는 남성들의 국제결혼율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다문화 가정은 16만 여 가구, 자녀수 5만 800여 명에 달한다. 자녀들 가운데 약 90%는 12세 이하 아동이다.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차별과 편견 속에서 다문화 아동과 결혼하여 한국에 온 이민 여성들, 그리고 외국의 노동자들이 국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제 2, 제 3의 하인즈 워드가 나올 수 있도록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한편 하인즈 워드는 세 번째 슈퍼볼 우승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는 지난 7일 오전(한국시간)에 열린 제45회 슈퍼볼에서 그린베이 패커스에 25-31로 분패했다. 2년 만에 세 번째 슈퍼볼 정상에 도전했지만 우승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피츠버그의 와이드 리시버인 워드는 이날 패스를 7번 받아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78야드를 전진, 터치다운까지 작렬하며 맏형다운 맹활약을 펼쳤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