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셔니스타 축구감독 - 레알 마드리드 조제 모리뉴
경기장이 런웨이, 일상이 화보
2011-01-25 박주리 기자
‘축구장에 왠 모델?’
유럽명문축구팀의 경기를 TV로 시청하다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남성 패션 전문지에서 바로 뛰쳐나온 듯한 말끔한 정장차림에 걸쳐 입은 코트의 끝자락이 휘날리도록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며 팀을 진두지휘하는 조제 무리뉴(48) 감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감독들에게는 패션 감각 등 외모도 중요해졌다.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성적뿐만 아니라 패션 감각과 세련된 인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일명 ‘무리뉴 코트’로 불리는 그의 아르마니 회색 오버 코트는 그를 묘사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무심한 듯 목에 두른 스카프는 멋쟁이임이 한 번에 들어난다. 그래서 그는 선수들보다 더 많은 여성 팬들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무리뉴 특유의 카리스마 리더십은 자신의 패션 센스보다 더 뛰어나다. 인터 밀란의 6번째 트레블을 달성한 감독이자 각기 다른 두 팀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 세 번째 감독으로 세계 축구의 ‘명장’으로 꼽힌다.
무리뉴는 2002년부터 2년간 FC 포르투로의 감독직을 수행했다. 그의 리드로 FC 포르투로는 UEFA 챔피언스리그 2003-04시즌 우승을 했다. 123경기 중 총 87번 우승했다. 승률이 무려 70.7%이다.
2004-05 시즌부터 2006-07 시즌까지 첼시 FC에서 185경기 중 131승 36무 18패로 90.2%의 승률을 자랑했다. 그의 지휘아래 첼시는 총 두 번 프리미어리그 우승컵(2005년, 2006년)을 거머쥐었으며 리그 칼링컵 또한 2005년, 2007년 두 번 차지했다. 2006-07 시즌이 끝난 뒤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와의 상호 합의로 첼시를 떠나 FC 인터 밀란 감독직을 수행했다.
인터 밀란을 이끌고 세리에A, 코파 이탈리아,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우승해 세리에A 역사상 최초 트레블을 달성했다. 그 공로로 축구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일간지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의 2010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리뉴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와 연봉 148억 원에 4년 계약을 맺었다. 그는 알렉스 퍼거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호셉 과르디올라(바르셀로나), 루이스 반 할(바이에른 뮌헨), 카를로 안첼로티(첼시) 감독 등과 함께 ‘FIFA 올해의 감독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며 2010년 한 해 동안 가장 성공한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무리뉴는 2002년 2월 23일 FC 포르투 감독 시절 SC 베이라-마르에게 2:3으로 패한 이후 2010년 5월 9일까지 136개 리그 홈경기에서 패한 적이 없는 대기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첼시 홈구장 스탠포드 브리지에서는 63경기 무패행진을 기록했다.
국내에도 패셔니스타 축구감독이 있다. 박경훈(50)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백발에 몸에 잘 맞는 슈트차림으로 경기장을 누빈다. 뿔테 안경, 시계, 벨트까지 소품도 적절하게 매치한다. 축구 팬들은 패션 센스가 남다른 박경훈 감독을 “축구 감독 같지 않게 멋지다”며 ‘박간지’ 또는 ‘제주의 무리뉴’라고 부른다. 박 감독은 2009년 부임 이후 약체팀 제주 유나이티드를 K리그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하게 한 일등공신으로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일반적으로 우승팀이 선정됐던 감독상을 사상 처음으로 2위 팀 감독에게 돌아간 것이다. 패션 감각이 뛰어난 감독들이 선수들을 이끌어 가는 감각도 탁월한 듯하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