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은 발판, 목표는 월드컵이다
조광래 국가대표 감독 전술력 대해부
2011-01-11 박주리 기자
AFC 아시안컵이 지난 8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카타르에서 치러진다. 한국은 1, 2회 대회인 1956년과 1960년 챔피언에 오른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우승 고지를 밟지 못했다. 아시아 국가로서 월드컵 최다 연속 출전, 본선 최고 성적 등의 기록을 보유했지만 유독 아시안컵 대회에서는 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해 치러진 월드컵 대회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축구 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조광래(56)감독을 선택했다. 조 감독은 한국축구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감독 체재에서 바꿔진 전술력을 알아본다.
조광래 감독은 준비된 대표팀 감독이다. 그는 “대표팀을 맡는 기회가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준비했다. 이젠 내가 준비하고 갖고 있는 걸 해보고 싶다”고 했다. 51년 만에 아시안컵 축구대회 정상을 노리는 대표팀에 축구팬들이 기대를 하는 이유이다.
미래를 보고 선수들 테스트 중
조광래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으로 취임 한 지 불과 6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대표팀의 스타일에는 여러 변화가 있었다. 빠른 템포의 패스플레이가 더해진 것. 이번 아시안컵은 조 감독이 그간 진행했던 실험의 결과가 나타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현재 대표팀의 핵심은 세대교체 실험이다. 현 대표팀은 지난해 6월 월드컵 때보다 젊은 선수들로 대거 포진됐다.
조 감독은 아시안컵 이상을 넘어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팀 감독 자질로서는 아시안컵이 중간평가가 될 수 있다. 자칫 부진한 경기 내용과 성적이 나오면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그는 “월드컵을 치르고 나면 세대교체를 하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하며 “미래를 보고 여유롭게 꾸준히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2014년 월드컵에서 주축선수가 될 수 있게끔 기회를 줘야한다”고 잠재력을 가진 선수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인재를 발굴할 때 조 감독은 영리한 선수를 좋아한다. 조 감독은 “생각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발전이 있다. 기술이나 체력은 부족하면 훈련 프로그램으로 금방 몸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축구도 머리를 영리하게 구사할 줄 알아야 경기력이 높아진다. (선수들도) 생각의 속도를 높여야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지성(30·맨유), 이영표(34·알힐랄) 등 베테랑들이 건재하지만 지동원(20·전남), 손흥민(19·함부르크SV), 구자철(22·제주), 이청용(23·볼턴), 기성용(22·셀틱)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이유이다.
지능 높고 빠른 템포 축구 선호
조광래 감독의 박지성과 이청용, 기성용 등 유럽파에 대한 신임은 절대이다. 수비에서는 이영표와 이정수(30·알사드), 골키퍼는 정성룡(26·성남)이 사랑을 받는다. 조광래호의 뼈대로 이들은 웬만해선 선발에서 빠지지 않는다.
조 감독은 축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를 선호한다. 조 감독의 전술은 변화무쌍해 그의 축구를 소화하려면 웬만한 전술 이해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주전 선수로 선택을 받으려면 빠른 템포의 축구를 구사해야 한다. 현역 시절 ‘컴퓨터 링커’로 불릴 만큼 조 감독은 간결한 패스를 기본으로 한 빠른 축구를 추구한다. 불필요한 드리블 돌파를 자제한다. 공을 바로바로 다음 선수에게 패스하기를 주문한다. 이 때문에 조 감독 부임 후 패싱 능력과 경기조율 능력을 갖춘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공격 축구를 구사 하려면 빠른 축구가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받는 선수들은 조 감독의 불호령을 반드시 듣는다. 수비수 뒤에서 공을 컨트롤 할 경우 2차 동작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동작은 실책을 범할 가능성이 높다. 백패스 빈도도 높아져 공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에 조 감독은 간결하고 효율적인 퍼스트 터치를 주문한다.
경기를 뛰는 선수는 쉬지 말고 항상 움직여야 한다. 볼을 서서 받는 경향이 있는 선수를 집중적으로 지적한다. 공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계속 뛰기를 주문한다. 공간 창출이 그 이유이다. 대표팀에게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롱패스는 금지 동작이다. 공을 잡은 선수를 중심으로 주변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간을 창출하며 전진 패스 루트를 만들기 위함이다. 수비 시 필수인 전면압박을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활동반경이 넓어야 한다.
선수들과 같이 뛰는 젊은 지도자
조광래 감독의 선수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 1978년, 당시 실업 축구단이었던 포항 제철에서 축구을 시작했다. K-리그 창설 원년인 1983년, 대우 로얄즈에서 데뷔했다. 같은 해 K-리그 준우승 등에 공헌했으며 1987 시즌이 끝난 뒤 은퇴했다. 1980년에 입단한 상무시절을 포함하면 딱 10년 프로 선수생활을 했다.
조 감독은 자로 잰 듯한 정교한 패스와 폭넓은 시야, 영리한 두뇌 플레이로 인해 ‘컴퓨터 링커’라는 별명이 붙었다.
1986 서울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조 감독은 32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조기 은퇴를 결심했다. 이에 조 감독은 “당시 좀 더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젊었을 때 선수들과 뛰면서 지도자 공부를 하고 싶었다”고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지도자로 변모한 조 감독은 대우 로얄즈 코치를 거쳐 1992년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1992년 대우 로얄즈의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2년 뒤 성적 부진으로 팀에서 하차했다. 이후 1995년에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코치로 활동했으나 김호 감독과 마찰을 빚어 1997년 팀을 떠났다.
1999년 LG 치타스의 감독에 선임되어 축구계에 복귀했다. 감독 부임 이후 2000년 팀의 K-리그 우승과 2001년 K-리그 준우승을 이끌었다. 2002년 LG 치타스와 3년 재계약에 합의하며 당시 감독으로서는 최고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2004년 성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고 팀에서 물러났다.
조 감독은 2007년 12월 경남 FC 지도자로 취임했다. 팀을 2008 대한민국 FA컵 결승전에 진출시켰지만 결승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2009년 조 감독은 힘든 결단을 내렸다. 팀을 어린 선수 위주로 개편한 것. 당시 K-리그 챔피언십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시즌 후반기 어린 선수들의 활약으로 무서운 무패행진을 이어가자 ‘조광래 유치원’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2010년 7월 20일 대한축구협회는 조광래 감독을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에 내정했으며, 조 감독은 이를 수락하고 경남 감독직에서 사임했다.
4-2-3-1 포메이션
조광래 감독은 아시안컵에 4-2-3-1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이영표, 이정수, 곽대휘, 조용형이 수비수로 선택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이용래, 기성용, 중심 공격형 미드필더는 박지성, 구자철, 이창용 그리고 원톱 공격수로 지동원을 투입시킨다.
4-2-3-1 포메이션은 주로 스페인과 프랑스 리그에서 전술로 활용된다. 이 포메이션은 언뜻 수비형 전술로 보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공격과 수비 모두를 잘 활용하는 유연한 전술이다. 그만큼 미드필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기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포지션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다. 원톱 바로 뒤에서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6개월간의 테스트는 끝났다. 이제 조 감독의 전술의 성공 여부는 아시안컵이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조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컵의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크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