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상주불사조’로 K리그 누비겠다
상주로 연고지 옮긴 상무축구단
2010-12-28 박주리 기자
국군체육부대 소속 상무 프로축구단(이하 상무)이 연고지를 상주로 옮겨 내년 K리그에 참가한다.
지난 12월 20일 대한프로축구연맹은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한 이사회에서 상무의 연고지를 경상북도 상주로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2003년부터 광주를 연고로 K리그에 참가했던 상무는 당장 2011년 3월부터 열리는 K리그 정규시즌에 상주시 마크를 달고 출전하게 된다. 또한 2013년 승강제가 실현될 경우 연고지는 유지한 채 2부 리그에 소속되게 된다.
성백영 상주시장은 “한국 프로축구연맹 곽정환 회장의 도움이 컸다”며 “인구 10만 안팎인 작은 도시가 프로축구단의 연고지가 된 것이 매우 이례적인 만큼 국내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토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북의 작은 도시 상주가 상무를 유치하게 된 과정과 상무의 각오에 대해 알아본다.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성 시장은 “상무의 명칭은 ‘상주불사조’로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국군체육부대의 상징인 ‘불사조’를 다시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상무불사조는 1984년 창단 당시부터 사용했던 명칭으로 광주상무의 전신이었으나 지난 2008년 ‘광주상무프로축구단’으로 변경됐었다.
이례적인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유치
상무의 연고지가 상주시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주시와 상주지역 기관, 단체 등은 ‘기초지방자치단체로 프로축구단을 유치한 일은 이례적’이라면서 시내 곳곳 플래카드를 내걸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상주시민들은 “TV 중계로 접할 수밖에 없는 프로축구경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된다”, “문화시설이 부족한 상주시에 축구팀이 오는 것을 환영한다”, “축구팬으로 상주에 축구팀이 온다면 열혈 서포터가 되겠다”며 기대에 찬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주시는 상무가 치르는 K리그 36경기 중 18경기가 홈경기장인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리고, 이 가운데 8경기 이상이 TV로 생중계될 예정이어서 지역을 알리고 축구 기반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상주시는 이미 6개월 전 상무가 광주시민프로축구단 창립으로 새 연고지를 모색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 적극적인 유치에 나섰다.
영업의사를 밝혔던 안양시, 안산시, 파주시, 충청북도가 모두 제의를 철회하자 지리적 우수성과 다양한 지원방안을 제시한 상주시가 상무의 연고지로 낙점을 얻은 것이다.
국군체육부대가 상주와 인접한 문경으로 이전한다는 점도 상무가 상주로 정하는데 도움이 됐다. 성 시장은 “경기장 관리에 4000명 이상의 일자리가 마련 예정이어서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유치소감을 밝혔다.
지역경제 보탬 될 스포츠산업 활성화
상주시가 상무의 연고지가 된다는 소식에 축구팬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축구팬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팬들은 ‘상주는 변변한 극장도 없어서 인근도시인 구미에 영화를 보러 갈 정도로 인프라가 적다’, ‘(상주시에서) K리그를 치를 만한 장소는 상주시민운동장 뿐이지만 그곳은 조명탑도 없다’ 등의 우려의 글을 남겼다.
팬들의 우려대로 사실 상주시민운동장은 프로축구경기를 치르기에 부적합하다. 이에 상주시는 정규시즌이 개막되는 3월 이전에 경기장 시설 개·보수 공사와 조명탑 설치 등 미비한 부분을 손 볼 것이라고 밝혔다. 상주시는 우선 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선수대기실을 비롯해 미디어센터, 의무실 등 경기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기장 내부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공사는 오는 1월 5일 시작해 2월 중순께 마무리할 계획이다.
조명탑은 경기장 네 귀퉁이에 설치, 야간경기가 치러지기 전인 4월께 완공할 예정이다. 그라운드는 지난해 7월 한국형 천연잔디를 새로 깔아놓은 상태이며 1만5000석 규모의 관중석이 마련돼 있어 경기를 치르기에 지장이 없다.
상주시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여겨졌던 K리그 가입금과 축구발전기금 문제도 해결했다. 상주시가 K리그에 새로운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지급해야하는 가입비 10억 원은 이미 연맹과 협의해 납부하기로 하고 예산을 책정해뒀다. 축구발전기금 30억 원은 상주시가 새구단을 창단하지 않고 상무를 계속 운영하는 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더해 상주시는 연간 6억~12억 원 규모의 상무구단 사무국 운영비와 인건비, 홍보비 등을 부담한다.
상주시는 TV중계 광고수입 등의 스포츠산업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상주시가 유소년 축구 저변확대를 통해 스포츠 명품 도시의 면모를 갖춰나간다는 포부다.
이동국 조재진 이을용 상무서 부활
상무는 실력 있는 선수들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면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몇몇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장, 또는 재기를 노릴수 있는 무대로도 자리매김해왔다. 이동국·조재진·이을용·조원희·정경호 등은 상무에서 뛰면서 부활하거나 스타로 떠오른 선수들이다. 얼마전 전역한 최성국도 상무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두각을 나타냈다. 2003년 광주에 연고지를 두고 K리그에 입성한 뒤, 상무는 선수들에게 ‘기회의 땅’, ‘재활공장’이라는 긍정적인 평까지 듣기도 했다.
하지만 상무는 군부대 팀이라 언제 연고지를 떠날지 알 수 없어 한곳에 정착을 해 뿌리를 내리기도 쉽지 않아 팬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더욱이 군 특정상 입대와 전역이 이어지며 매년 시즌 막판에 전역하는 선수들로 절반 이상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을 겪는다.
상무에서 뛰다가 리그 막바지에 제대해 소속팀이 바뀌는 등 정상적인 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K리그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즌 중반까지 1위를 달리는 기념을 토했으나 후반기에는 6연패를 당해 결국 하위권으로 다시 추락했다. 여기에 상무의 한계와 문제점의 심각함이 K리그의 위상을 떨어트린다고 생각하는 프로축구 관계자 및 팬들이 적지 않다.
승강제 실현되면 2부리그
상무는 승강제가 실현 된다면 2013년부터는 2부리그에서 뛰게 된다. 현재 K리그 제도는 순위에 따른 승강제가 없어 6위 안에 들어 플레이오프(PO)를 뛰지 않는다면 꼴찌나 7위나 똑같다. 때문에 6강 PO가 결정이 난 리그 후반기에는 7위부터 꼴찌에 소속된 선수들은 열심히 뛸 원동력을 잃게 된다.
가뜩이나 경기당 평균 관중은 5000명이 될까 말까해 외면을 받는 K리그가 더욱 인기 없는 이유다.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치열한 경쟁이 하위권에서도 계속되려면 승강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압박도 부담이다. AFC는 지난 수년간 상무의 K리그 잔류를 문제 삼아 왔다. 상무는 군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K-리그 구단 중 유일하게 법인화를 하지 못했다. 또 상무는 유소년 클럽 육성 및 시설 등 AFC가 요구하는 각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AFC는 한국에 “2012년까지 상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리그 승강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K리그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티켓(4장)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AFC를 설득해 앞으로 2년간 상무의 K리그 잔류 허락을 받아둔 상태다. 기존 K리그 16개 팀 중 경쟁력 있는 12개 팀으로 새로운 1부리그를 만들고 상무 등 나머지 4개 팀과 경찰청, 프로를 원하는 내셔널리그 5~6개 팀은 프로 2부리그를 꾸린다는 계획이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상무의 2부리그 이전이 리그 승강제 도입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급 자원이 모인 상무가 이전한다면 침체된 내셔널리그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바로잡습니다.
기사가 나간뒤, 국군체육부대 측은 "'상무불사조'라는 구단 명칭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