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미 넘치는 야성의 정글

이종격투기의 모든 것

2010-11-02      기자

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노래하는 파이터’로 인기를 얻은 서두원(29·프리)과 개그콘서트의 몸짱 개그맨 이승윤(30·로드FC)의 출전으로 화제 된 종합격투기 경기 ‘로드FC’ 대회가 지난 10월 23일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이경규, 이윤석, 김성민, 허경환, 정경미 등을 비롯한 남자의 자격에 참가했던 유명 연예인들이 응원 차 찾아와 많은 언론의 관심을 끌며 성황리에 경기의 막을 내렸다.

한편 이승윤은 이종격투기에 처음 출전해 상대편을 이기지 못하고 패했지만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들의 유명세와 인지도로 이종격투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나이들의 진정한 로망 이종격투기에 대해 알아본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파이트클럽’(Fight Club·1999)은 일상에 찌든 도시인의 잠재된 분노와 스트레스를 형상화한 독특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우연히 만난 두 남자가 자신들의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만든 격투 단체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도시 파괴 활동을 벌이는 내용으로 국내 및 해외 남성 극장 관람객을 파이트클럽 열기에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영화였다.

핀처 감독은 이종격투기를 보며 영화에 나오는 싸움 신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할 만큼 이종격투기 기술이 많이 영화 속 결투 신에 접목됐다.


다른 무술 연마자의 실전 경연장

우선 이종격투기의 확실한 정의를 알아본다.

격투기는 크게 태권도, 복싱처럼 때리고, 차고, 찍는 ‘타격기’와 잡고, 꺾고, 던지는 유도, 레슬링과 같은 ‘유술기’로 나눠진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구사하는 격투기를 ‘이종격투기’라고 한다.

이종격투기는 서로 다른 무술을 연마한 사람들의 대결을 벌이는 새로운 스포츠다. 모든 싸움 기술이 허용된다는 뜻으로 ‘무규칙 격투기’, ‘혼합격투기’, ‘종합격투기’라고도 불리기도 하며, 해외에서는 MMA(Mixed Martial Arts) 또는 NHB(No Holds Barred) 등으로 불린다.

이종격투기는 크게 MMA(또는 그래플링)과 입식타격기 두 가지로 구분한다. 그래플링(Grappling)은 영어로 ‘엉켜 싸우다’라는 뜻으로 넘어져서 뒤엉켜 싸우는 그라운드 기술이 가능한 경기다. 입식타격기는 서서 주먹과 발(또는 무릎까지)을 이용해 상대를 가격하는 경기다. 바닥에 넘어졌다면 다운으로 인정돼 경기가 중단된다. 주로 전자는 미국에서, 후자는 일본의 경기에서 진행되는 방식이다. 특히 입식타격기 이종격투기로 유명한 K1은 1993년 일본에서 시작됐다. 가라테(Karate), 킥복싱(Kick Boxing), 쿵푸(Kung Fu) 의 첫 영문 글자인 알파벳 K를 대표 이니셜로 사용했다.

경기 내용은 동서양간 약간 차이가 나지만 물어뜯기, 국부 가격, 눈 찌르기 등 일부 제한된 공격 기술만을 제외하면 웬만한 격투기술은 다 허용된다.


경기 방식·규칙은 조금씩 달라

세계적으로 미국의 UFC (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와 일본의 프라이드FC, K1 등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UFC는 1993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처음 개최됐으며 가장 큰 규모와 인지도를 자랑한다. 8각 철조망 링에서 펼쳐지며 ‘그라운드’가 허용돼 치명적인 관절꺾기도 주로 사용돼 잔인한 경기로도 불린다.

입식타격무술의 최강자를 뽑는 대회인 K1은 일본 가라테의 한 분파인 정도회관에서 1993년부터 매년 개최한 대회다. 킥복싱처럼 글러브를 껴 주먹과 발, 무릎으로 가격하는 것을 허용한다. 단 팔꿈치는 금지다. 전 세계에서 예선전을 거친 24명이 본선대회에 참가한다. 본선에서 살아남는 8명이 매 12월 도쿄돔에서 왕중왕전을 치른다.

프라이드FC는 브라질의 전설적인 파이터 힉슨 그레이스와 일본 최고 프로레슬러 다카다 노부히코가 1997년 ‘자존심’을 건 대전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온다. 일본의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가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있는 이 경기는 박진감 넘치는 대결로 K1의 아성을 위협한다. 링 바닥에 누워 기술을 펼치는 ‘그라운드’가 허용되며, 권투글러브보다 얇으며 손가락이 밖으로 나오는 글러브를 착용하며 팔꿈치 가격은 금지 동작이다.

국내의 이종격투기 경기로는 2003년 첫 대회를 치른 스피릿MC(Spirit Martial Challenge), 네오파이트, K.O. Kings, WFK세계챔피언전 등은 모두 그래플링 이종격투기에 속한다.


최홍만 추성훈 인기에 서두원 이승윤도 가세

씨름선수 최홍만이 K1 진출 선언 후 국내 격투기 팬들의 이종격투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씨름선수로써의 최홍만은 프로 데뷔 첫 해인 2003년 백두장사에 올랐으며 같은 해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줬다. 이후 백두장사에 두 번이나 올랐다. 하지만 소속 씨름단이 해체되면서 K1에 진출해 씨름계는 크게 반발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퍼부었다.

K1에 진출한 이후 2005년 서울 그랑프리에서 우승했고, 2009년 10월 현재 입식타격 경기와 종합격투 경기를 합해 23전 14승 9패 9 KO의 격투기 전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근래 5연패를 기록하는 등 입지가 불안할 정도의 슬럼프를 겪었다.

추성훈는 재일동포 4세로 유도가 출신의 종합격투기 선수다.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대한민국 유도 국가대표로 올림픽 참가를 위해 1998년 한국에 건너와 부산시청에서 유도를 했으나 편파판정과 일본과 다른 스파르타식 훈련시스템에 대한 불만 등으로 일본으로 귀화해 일본국적을 취득했다.

일본 국가대표 선수로 참가한 2002년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2004년 K1 다이너마이트에서 종합격투기 선수로 데뷔하며 2006년에는 히어로즈 라이트헤비급 토너먼트 챔피언이 됐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일본에 귀화한 이야기 등 자신의 진솔한 삶을 얘기해 국내 팬들의 인기를 얻었으며 현재 미국UFC의 진출을 두고 검토 중이다. 추성훈은 한국과 일본에 본인의 이름을 걸고 도장으로 설립해 후배양성에 전념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노래하는 파이터’로 유명세를 날린 서두원(29)은 25살에 격투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6월 네오파이트 챔피언에 올랐지만 격투기를 좋아하는 팬 이외의 사람들은 그에 대해 알지 못했다. 지인 윤형빈 덕분에 출연한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 오디션을 보고 합격하며 ‘노래하는 파이터’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지도를 높였다. 신생 격투기 단체 ‘로드FC’의 첫 대회에서 일본 선수 하라 아키히토를 상대로 TKO승을 거머줬다.

이 외에도 국내에서 인기 높은 해외 격투기 선수로 예멜리야넨코 표도르(34·레드데블스포츠클럽), 미르코 크로캅(36·팀크로캅), 밥샙(36·잭스컴퍼니)이 있다.


암흑기 지나 결실 거두나

올 한해 한국 격투기는 악재를 겪으며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드림 한국대회가 취소됐으며 K1 맥스 코리아는 무산됐다. 그러나 가을로 접어들면서 격투기 팬들에게 희소식이 들리고 있다.

스피릿MC의 폐업 이후 국내에서 정규적으로 개최된 단체가 없었던 한국 격투기업계에 로드FC가 지난 10월 23일 출범함과 동시에 첫 대회를 개최해 앞으로 제 2회, 3회 대회를 기대하게 한다. 한국에서는 최초로 8각 케이지를 도입했으며 UFC 룰을 채택했다. 연예인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았다.

더욱이 자금력 또한 비교적 풍부해 꾸준하고 연속적인 이벤트 개최를 보장해 안정적인 격투 콘텐츠 공급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하니 격투기 팬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