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과 KRA(한국마사회)가 함께 하는 경마 길라잡이

아이고 배 아파! 미국인들 오피서 때문에 ‘허탈’

2010-10-19      기자
KRA 한국마사회(회장 김광원)가 미국인들로부터 찬사와 질시를 동시에 받았다. 이번 달 마사회가 미국에서 수입한 씨수말 ‘오피서(Officer)’ 때문이다. ‘오피서’를 매각한 ‘테일러 메이드 스탤리온’의 벤 테일러 부회장은 “한국인들이 훌륭한 말(great horse)을 훌륭한 가격(great price)에 잡았다”며 마사회가 미국 경마시장의 불황을 이용하여 양질의 씨수말을 유리한 가격에 구매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네티즌들도 ‘미국의 명마가 또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이디 ‘Mumtaz’는 “정말로 우울한 뉴스다. 맨오워 혈통 씨수말 중에서 이제 남은 말이 거의 없다”고 한탄했다. ‘Came Home’은 “오피서는 안 돼…한국 사람들이 그를 슈퍼스타로 대접해주길 바란다”고 아쉬워했다.

시장의 관행에 따라 ‘오피서’의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사회 관계자는 “에이전트 수수료와 수송비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여 35억 원을 상회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순수도입가격만 40억 원 가까이 들었던 매니피, 포리스트캠프 등 과거의 고가씨수말들에 비해 싸게 산편이다.

하지만 ‘오피서’는 지금까지 도입했던 씨수말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명마라는 게 중론이다. 도대체 ‘오피서’가 어떤 말이기에 미국인들이 그토록 배 아파 하는 것일까.

1999년생으로 올해 11세인 ‘오피서’는 현역당시 9전 6승, 2착 1회, 3착 1회로 총 804,090달러의 수득상금을 획득했다.

2세 때인 2001년 G2 경주와 G1 경주를 내리 우승하고 브리더스컵 2세마 경주(G1)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모았으나 5위에 그쳐 아쉽게도 ‘올해의 경주마’ 타이틀을 놓쳤다.

2003년 은퇴한 뒤에는 씨수말로 활동하며 4두의 그레이드 경주 우승마, 20여두의 스테익스 경주 우승마를 배출하는 등 ‘자식농사’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피서’의 자마들은 두 살짜리 망아지가 평균 6만5천 달러에 팔릴 정도로 몸값이 비싸다.

마사회가 ‘오피서’를 유리한 가격에 살 수 있었던 것은 첫째로 회사 내부에 말에 대해 탁월한 안목을 가진 현대판 ‘백락(伯樂, 고대중국의 말 감정가)’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로 절묘한 구매 타이밍 때문이다.

지난 9월 6일 ‘오피서’의 자마인 ‘보이즈앳토스코노바(Boys At Tosconova)'는 2세마 G1 경주인 ‘쓰리침니 호프풀스테익스’에서 우승했다.

자식이 우승하면 애비의 몸값이 치솟는 것이 씨수말시장의 생리다. 하지만 마사회는 이미 6월말에 ‘오피서’의 구매계약서에 사인을 한 상태였다.

‘오피서’를 서둘러 팔아버린 테일러 메이드 스탤리온은 배가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사회 관계자는 “‘보이즈앳토스코노바’는 다가오는 브리더스컵 2세마 경주의 강력한 우승후보다. 브리더스컵 우승마를 배출한 씨수말은 전 세계적으로 희귀하며, 이런 씨수말을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영예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사회가 낚은 월척 중의 월척, ‘오피서’는 현재 인천공항에서 검역중이며 10월말 제주도로 이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