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오서 사태’로 본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

선수와 코치는 ‘고용자와 피고 용자’의 관계, 철저한 비즈니스다!

2010-09-07     박주리 기자

피겨 금메달리스트 김연아와 코치 브라이언 오서(이하 오서)가 결별했다. 지난 2007년부터 사제사이로 김연아와 오서는 남들이 부러워 할만 큼 끈끈한 정을 나누며 2009년 NISU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1위와 2010년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을 낚는 쾌거를 올렸다. 하지만 김연아가 금메달을 탄지 채 6개월도 되지 않아 둘은 서로의 입장만을 이야기 하며 좋지 않은 모습으로 헤어지게 됐다.이러한 사제 간의 이별은 ‘김연아·오서’ 뿐만이 아니다. 스포츠계에서 종종 벌어지는 지도자와 선수의 결별에 대해 알아본다.

피겨스케이팅, 수영, 테니스와 같은 개인종목 스포츠에서의 사제관계는 계약에 따라 성립된다. 감독, 코치 등 지도자가 먼저 구성 돼 선수를 선발하는 축구, 야구와 같은 단체종목 스포츠의 지도자·선수 관계와는 크게 다르다. 개인종목에서는 선수의 필요에 의해 지도자를 고용한다. 간택을 받은 ‘피고용인’인 지도자는 수고비를 받으며 ‘고용인’이 필요한 스킬과 테크닉을 전수해준다. ‘공’적인 관계라는 뜻이다.


김연아, 모든 비용은 자비로 충당

김연아의 코치였던 오서는 현역 피겨 선수출신이다. 그는 김연아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코치의 길을 가게 됐다. 이후 그의 지도로 김연아는 세계적인 선수로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세계 1위에 우뚝 섰다. 김연아의 성공은 오서의 성공이기도 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피겨 유망주들이 배우기를 희망하는 톱 피겨 코치가 됐다.

지난 4월 김연아와 오서의 계약은 만료됐다. 세계 최정상에 선 김연아가 은퇴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오서와의 재계약은 보류되어 있던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오서가 IMG와 거액의 계약금을 받으며 계약을 했다. 둘의 결별은 이때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현재 김연아는 기존 훈련장이던 토론토의 크리넷 클럽에서 그래닛 클럽으로 옮겨 훈련 중이다. 오서 코치와의 결별 후 같은 훈련장에서 훈련을 계속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 된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연아는 당분간 그래닛 클럽에서 10월 열리는 LA 아이스쇼와 2011년 세계선수권 준비에 전념할 계획이다.

한편, 소속사 올댓스포츠 측은 새로운 코치 영입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한 뒤 선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태환, 노민상 감독 품으로 다시 돌아가

박태환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른 이후다.

박태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10년 동안 호흡을 맞췄던 노민상 감독 지도 아래 도하에서 한국인 최초로 3관왕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을 마치자마자 박태환은 노민상 감독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수영연맹 경영 총감독인 노감독이 박태환을 집중적으로 지도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박태환은 박석기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지도 아래 개인 훈련을 했지만 박 감독이 연봉 인상을 요구하자 해고했고, 노민상 감독과 재결합을 했다.

노 코치와 재결합을 한 후 박태환은 2008년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남자 수영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상해 한국 수영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태릉선수촌에 입단한 박태환이 약 5개월 동안 노 감독과 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의 체계적인 과학적 시스템 아래 훈련한 성과였다.

현재 박태환은 오는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전지훈련을 떠났다.

노민상 감독과 전지훈련지인 괌으로 향한 그는 1500m에 주력해서 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즈, 성적 신통치 않아 스윙코치 해고

타이거 우즈는 지난해 터진 불륜설 이후 올해 4월 마스터스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 이후 성적이 신통치 않자 2004년부터 함께했던 스윙코치 행크 헤니를 해고했다. 그리고 헌터 메이헌과 션 오헤어의 스윙을 봐주고 있는 션 폴리에게 스윙 교정레슨을 받아 지난 달 27일 미국 뉴저지주 리지우드C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바클레이스’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로 공동선두에 올랐다.

캐나다 출신 션 폴리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밥 토런스 등과 함께 우즈의 새로운 스윙코치로 거론돼 왔다.


결별…누구에게나 껄끄럽다

김연아의 롤 모델로 알려진‘세계적인 피겨여왕’ 미셸 콴도 그녀를 오래 동안 지도했던 톱클래스 코치 프랭크 캐롤과 지난 2002년 솔트 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을 4개월 앞두고 이별했다. 미셸 콴은 스타로 부상한 뒤에도 코치를 세 명이나 바꿨다. 가장 최근에 그녀를 담당한 코치는 스캇 윌리엄스다.

스타와 코치의 역할은 중요하다. 코치는 재능 있는 스타를 찾아내서 실력을 키워 세계적인 무대에서 성공을 시킨다.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바늘과 실’에 관계이다. 환상적인 관계는 선수의 성적과 비례한다.

인생은 결코 처음과 끝이 같지 않다. 환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선수와 코치는 필요에 따라 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별 과정은 쉽지 않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관계마저 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김연아 선수와 오서 코치의 결별 과정에서 보여주듯 서로간의 쟁점을 찾지 못하고 매끄럽지 않은 상태에서 끝을 맺는다.

스포츠관계자 L씨는 “좋은 선수가 나오려면 좋은 환경과 코치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한다. 그중에 선수와 코치의 관계는 특히 중요하다. 코치는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미래 비전에 대한 가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고용자와 피고용자와의 관계를 벗어나 전문화된 시스템을 통해 서로 존중하는 인간적인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리 기자]park472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