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아성 TK도 넘본다
2006-01-25 홍준철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박 대표는 이런 급속한 당내 세력분화에 곤혹스런 처지다. 평소에 계보정치는 안한다는 박 대표의 지론이 원내대표 선거로 현실화되면서 오히려 이명박 시장의 당내 입지를 강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한편 친박진영에선 이명박 사단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냐며 이 시장 측근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명박-소장파 ‘통’했나
지난해 12월 20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당내 소장파 그룹인 수요모임과 비밀회동을 가졌다.20명의 회원을 가진 수요모임과 이 시장은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송년회 자리였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당내 많은 모임중에서 유독 수요모임과 비밀리에 만났다는 점에서 의혹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수요모임 대표 박형준 의원은 “이 시장측에서 송년회 겸 저녁을 먹자고 해서 만났을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시장의 한 측근도 “송년모임으로 편안하게 개인적인 얘기와 덕담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당시 연말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저녁식사 자리에는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박형준·권오을 의원 등 10여명이 참석해 덕담을 나누었다.하지만 친박진영에선 ‘영남출신인 이 시장이 수도권 중심의 의원들과 젊은 소장파 의원들을 자기 세력화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원희룡·남경필·박형준 의원 등 소장파 역시 당내 반박세력으로 낙인찍인 가운데 일찍이 이 시장쪽으로 줄을 선게 아니냐는 관측이다.영남 출신(경북 영일)인 이 시장이 영남 이미지도 벗고 향후 당 복귀를 위해 사전에 입지를 강화시키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는 게 당 핵심관계자의 분석이다.
친형 이상득 광폭 행보 ‘눈길’
당내 5선의 경북출신 이상득 의원은 그동안 ‘박근혜 대세론’에 휩싸여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이명박 시장의 친형으로 ‘계보 정치’, ‘줄 세우기’라는 오해를 낳지 않기 위해 당내에서 조용한 행보를 벌여왔다.하지만 지난 원내대표 선거가 이명박 대 박근혜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지면서 이재오 의원 당선을 위해 대구·경북 출신 의원들과 접촉하며 세를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또 경북출신의 권오을·정종복·이병석 의원 등을 수시로 접촉해 세를 불리며 이 의원 당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한편 자신이 직접 나서기 힘들 경우에는 경북출신의 의원급 대접을 받는 문모 보좌관을 통해 경북출신 의원들과 산행 등을 통해 꾸준히 스킨십을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 의원의 이런 광폭행보가 영남표 반란으로 이어져 이 의원이 22표란 큰 차로 당선된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북출신 15명의 의원들 중에서 5명을 빼고 모두 이 의원을 밀었다는 후문도 나왔다.
박계동, 정두언 ‘역할’ 분담
무엇보다 이 시장과 고려대 선후배관계이자 발전연 대표를 맡고 있는 박계동 의원이 소장파 및 수도권 출신 의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33명의 회원으로 당내 최대 계파이자 이재오·홍준표·김문수 의원 등이 포진한 발전연 대표인 박 의원은 같은 모임 소속인 이재오 의원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도왔다. 박 의원은 의원외교연맹 회원으로 연맹 회장으로 있는 이상득 의원과도 친분이 높은 편이다.특히 그는 소장파 의원들을 지난 연말부터 집중적으로 접촉하며 ‘더 이상 영남당 이미지로는 안된다’며 ‘영남에서 수도권으로 당이 이동해야 한다’고 이 의원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한편 이 시장 밑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일찍이 ‘난 MB사람이다’라고 표방한 정두언 의원은 초선 의원들을 적극 공략했다.정 의원은 발전연 소속이지만 ‘초지일관’이라는 초선의원 모임에 참석해 이 의원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일조했다.초지일관 모임은 용산이 지역구인 진영 의원이 대표로 있는 모임으로 서울, 부산, 대구, 울산, 경기 출신 의원등이 다양하게 포진돼 있는 모임으로 지난해 5월 결성됐다.총 회원수가 25명으로 초지일관 모임은 비례대표 의원 9명이 포진돼 있다는 점이 눈길을 모은다.
# 이재오 신임 원내대표에게 듣는다‘대세론’ 위험 시소게임 해야
한나라당 새 원내사령탑을 맡은 이재오 의원은 인터뷰 내내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이명박 사람이다’, ‘대표적인 반박인사’로 낙인찍힌 점이 부담스럽다. 이 의원은 내심 국회에 빨리 등원해 원내대표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겠다는 욕심이지만 박근혜 대표가 사학법으로 전면전을 치르고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원내대표로 당선된 이후 이 시장과는 만남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시장이 ‘축하전화’를 했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전화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오해는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이 신임 원내대표는 발전연이 MB계열이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를 이명박 사람이라고 하는데 아니다”며 “개인적으로 이 시장과 친한 것일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그는 “ 당을 위해서도 대선 후보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은 당은 안정화시킬 때이지 편가르기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 원내대표는 이 시장과 박 대표의 지지도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했다.그는 “둘 간의 차이가 많이 나게 하면 안된다”며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해야지 국민들이 관심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쪽이 ‘대세론’에 빠지면 언론이나 국민들 관심으로부터 멀어진다며 “그것은 한나라당에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관측했다.그러면서도 제3후보 영입론에 부정적인 의사도 피력했다.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고건 전총리를 영입할 의사도 계획도 없다”며 “한나라당 후보도 넘치는데 고 전총리가 우리 후보보다 우수하다는 보장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현 한나라당 후보들만 잘 관리해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꽃피는 춘삼월까지 투쟁...그러나’
사학정국과 관련 이 원내대표는 “여권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받아주지 않으면 꽃피는 춘삼월까지 장외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면서도 “국회를 그렇게 끌고 가면 되겠느냐”며 2월 임시국회 등원 가능성을 시사했다.최근 사학법 정국을 풀기 위해 박근혜 대표와 노무현 대통령 ‘영수회담’도 한 방법으로 제시한 이 대표는 “야당은 장외투쟁을 하면서도 여당과의 대화 창구는 열어놓고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수의 언론에서 박 대표와 언제까지 순항할 것이냐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하자 이 원내대표는 “계속해서 순항한다. 한 치의 잡음도 없을 것”이라며 “내가 예상을 깨고 당선됐듯이 예상을 깨고 매우 잘 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실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당시 최대 68표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보다 4표가 더 많은 72표로 압도적으로 이겼다. 경선날 아침만해도 이 원내대표도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토로할 정도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이재오 원내대표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를 가동시켜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황우석과 청와대 ‘중요한 제보 있다’
이 원내대표는 “현재 몇 가지 중요한 제보가 당내에 들어왔다”며 “황우석과 청와대 문제, 윤상림 게이트 관련 권력층 연계 등이다”며 “옛날 같으면 바로 터트리는데 제보가 사실이 아닐 경우 정치공세라며 정치불신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검토하고 있다”며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갈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또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은 외연확대를 가장 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한나라당이 가진 수구적인 이미지를 털기 위해서도 좀 더 개방해야한다”며 “뉴라이트 같은 당에 우호적인 사람들에게 정권창출을 위해 도와 달라 솔직하게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