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지상파 3社 ‘월드컵 중계권’ 쟁탈전 ‘대해부’
‘이 죽일 놈의 중계권’ SBS 노림수는 이것!
2010-05-11 이수영 기자
지구촌 ‘축구대전’을 한 달 앞두고 결국 SBS가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 다음달 11일 개최되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을 놓고 벌어진 지상파 3사의 막후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이변이 없는 이상 ‘피겨 퀸’ 김연아에 이어 태극전사들까지 SBS 카메라 앞에 떨어질 공산이 커진 셈이다. 비방과 고소·고발이 난무하며 이전투구로 흘러갔던 지상파 3사의 ‘중계권 내전’은 결국 ‘가진 자’ SBS의 압승으로 일단락됐다. KBS, MBC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지만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과연 ‘월드컵 중계권’이 뭐기에 방송사들이 사활을 내걸고 목을 매는 걸까.
지난달 26일부터 진행돼온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SBS가 ‘단독중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국내 시청자들은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남아공 월드컵도 SBS에 채널을 고정해야할 처지다.
K·M본부는 찌꺼기나 먹어라?
방송3사는 지난 3일 방통위에 이 같은 협상 결과를 보고했다. 그러나 KBS와 MBC는 월드컵 중계권 협상이 끝난 것은 아니며, 월드컵 전까지는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은 한국전과 북한전의 공동중계다. SBS는 판매가격은 어느 정도 양보하겠지만 공동중계만큼은 절대 불가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상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메인 경기’는 독식하겠다는 얘기다.
KBS와 MBC는 이번 협상 결렬로 남아공 현지에 취재진을 파견할 수 없게 됐다. 다만 SBS가 제공하는 화면을 받아 스튜디오에서 해설을 진행하는 ‘오프튜브’(OFF-TUBE) 중계에 마지막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러나 한국과 북한 경기만큼은 이마저도 양보할 수 없다는 게 SBS의 입장이다.
SBS 성회용 정책팀장은 “한국전과 북한전을 양보할 수 없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KBS와 MBC가 한국전과 북한전을 포기하겠다고 하면 나머지 경기에 대해서는 협상을 다각도로 진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는 오프튜브 중계 협상도 무의미하다”고 못 박았다.
SBS의 강경한 태도에 다른 두 방송사는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이들은 “SBS가 처음부터 협상을 진행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며 “이견을 좁히기는커녕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제시해 협상의 김을 뺐다”고 주장했다.
이번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원인은 평행선을 달린 양 측의 입장차였다. KBS와 MBC는 한국의 경기를 포함한 주요경기에 대해 지상파 3사가 공동 중계하는 방식을 원했지만 SBS는 개막전과 결승전, 한국·북한의 예선전 각 3경기씩을 무조건 SBS가 중계하고 나머지 경기에 대해서만 순차중계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실상 한국과 북한이 출전하는 본선 경기와 결승전 등을 놓치면 중계의 의미는 없다.
판매 가격을 놓고도 양측의 입장은 천지차이였다. KBS와 MBC는 240억~250억원을 제시한 반면 SBS는 두 방송사에 각각 318억원, 408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게는 60억원에서 최대 150억원 이상의 웃돈을 요구한 셈이다.
SBS ‘100억 손해 감수’
그렇다면 업계 동업자라 할 수 있는 양 방송사와 ‘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수한 SBS의 월드컵 독점중계는 과연 득일까? 지난 2006 독일월드컵을 기준으로 광고비 등 단순 순익 계산을 하면 SBS는 적어도 1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손실은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SBS는 이번 월드컵 중계권을 6500만 달러(약 723억원)에 사들였다. 여기에 남아공 현지 투입 인력의 운용비와 위성사용료, 해설료 등에도 거액을 쏟아부어야 한다. 일련의 지출은 광고와 인터넷 생중계 등 중계권 재판매를 통해 채워야 한다.
결국 SBS의 수익 여부는 한국 대표팀의 선전 여부에 달렸다. 한국 팀 성적에 따라 광고비 편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6년 독일월드컵(16강 탈락)과 2002년 한일월드컵(4강 진출)은 한국 팀의 성적 차이만큼 광고비 격차도 엄청났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따르면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KBS, SBS, MBC 3사가 얻은 광고 재원은 총 800억원으로 이중 652억원(81.5%)이 판매됐다. 한국이 4강에 오른 2002년 한일월드컵 때에는 총 2082억원의 재원 중 1377억원(66.1%)을 팔았다. 광고비 수익 차이가 2배에 이른 것이다.
SBS는 이번 월드컵 광고 시장 규모를 1000억~13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단독중계로 집중도가 높아졌고 역대 최고 시청률이 기대되는 만큼 광고주들의 구미가 당길 만 하다는 것이다.
‘해설 드림팀’ 차범근 영입?
SBS는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에서 총 광고 재원 222억원 중 142억원을 팔아 64%의 판매율을 기록했다. 동계올림픽 광고시장이 과거 10억~20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만약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올릴 경우 광고시장은 천문학적으로 팽창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한국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SBS는 잃을 게 없다는 계산이다. 이미 밴쿠버 올림픽 단독 중계로 ‘스포츠 채널 1위’의 슬로건을 유지한 상황에서 월드컵 중계까지 독식할 경우 대외 인지도와 주가에 적잖은 상승효과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SBS의 단독중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설진 영입에도 관심이 뜨겁다. 특히 차범근(수원삼성) 감독의 영입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2002 한일월드컵과 2006 독일월드컵 당시 해설자로 분한 차 감독은 MBC의 시청률 1위를 이끈 1등 공신이었다.
일각에서는 SBS가 단독중계권을 행사하는 것과 발맞춰 차 감독 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기존의 박문성, 장지현 해설위원과 골키퍼 김병지(경남FC)를 해설가로 들어앉힌 SBS가 막판에 ‘빅 카드’ 영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