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청와대 ‘정조준’ 참여정부 핵심 ‘파고든다’

2006-01-31     홍준철 
한나라당은 윤상림 법조 브로커 사건을 ‘게이트’로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주성영 윤상림 조사특위원장은 청와대 핵심 실세 복수 K씨를 언론에 흘리며 청와대를 정조준해 공격의 날을 세우고 있다.검찰에선 윤씨의 계좌추적을 비롯해 출입한 골프장 출입기록을 압수수색하는 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윤씨로 인해 돈의 ‘입구’만 나오고 ‘출구’가 나오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윤상림 진상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검증에 나섰고 주 의원은 ‘청와대 핵심 실세 복수 K’를 언론에 흘리며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씨가 청와대에 출입한 바 없다고 주장하던 청와대는 2003년말~2004년초 외교통상부에 위치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양인석 사정비서관을 만났다는 점을 시인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4일 “2003년말~2004년 초 윤씨가 민정수석실 소속 사정비서관을 불쑥 찾아왔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당시 사정비서관이 윤씨의 행태를 이상히 여겨 검찰에 첩보를 제공하며 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한편 문 수석은 당시 외교통상부내 윤상림 출입기록이 없다는 점을 26일 재차 강조했지만 양 비서관은 출입 기록을 보고 알았다고 기억해 엇갈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해철 비서관도 “양 비서관은 추후에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고 진술을 바꿨다”며 “해당 직원에게 신분을 알아보라고 했다”고 문 수석을 옹호했다.하지만 한나라당은 윤상림이 인사를 담당하는 사정비서관실을 자기집 들나들 듯 한 것은 청와대내 배후실세가 다리를 놔줘 가능한 게 아니었겠냐고 국정조사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윤상림 게이트’에서 ‘청와대 게이트’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공세의 고삐를 높이고 있어 청와대에서는 해명 차원에서라도 사실규명에 나서야 할 전망이다.

‘윤상림 게이트’로 지방선거 ‘압승’

실제로 한나라당은 윤상림 법조 브로커 파문을 ‘게이트’로 보고 청와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한나라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5.31 지방선거와도 무관하지 않다.청와대를 겨냥해 지방선거를 압승하겠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지난 2002년 6.13 지방선거결과는 현재의 분위기와 유사한 점이 많다.당시 DJ의 세 아들이 이른바 ‘3홍 게이트’에 연루 의혹을 받아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의 한 배경이 됐다. 3홍 게이트는 홍일.홍업.홍걸 세 아들이 DJ 정권 말 3대 게이트인 정현준ㆍ진승현ㆍ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이른바 ‘3홍 게이트’의 주인공으로 등장, 법적·도덕적 심판을 받은 사건이다.지방선거 4개월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윤상림 게이트’에 집중하는 이유이다.

한나라당은 윤상림.황우석(김석준 조사위원장),X파일(김재원 조사위원장) 3대 진상특위를 구성해 의원급에서 집중적으로 조사를 담당하고 있고 중앙당 기획조정국은 실무를 맡아 당 전체가 3대 특위활동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당에서는 3개중에 한 가지는 지방선거전 비리 혐의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면서 특히 윤상림 게이트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대한민국의 치부가 다 드러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윤상림 파문이 검경수사권 갈등과 맞물려 반감을 품은 검찰쪽으로부터 ‘제보’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주성영 특위위원장은 ‘이해찬 총리와 윤상림 골프 회동’을 필두로 해서 청와대 핵심실세와 관계 등 권력 핵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쪽 ‘제보’도 기대

한나라당이 윤상림 게이트에 집중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취임 3주년, 집권 4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가속화시키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사실 2.18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열린우리당이 새로운 당 의장을 선출하게 되면 정치권 및 언론의 눈과 귀는 차기 대선 후보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시기적으로 찾아오는 노 대통령의 자연적 ‘권력누수 현상’에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핵심측근실세의 부도덕성을 밝힘으로써 참여정부의 정통성 및 도덕성 근간을 흔들고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국정조사’나 ‘특검’을 요구하는 등 압박을 가하는 이유이다. 아울러 2월말에 예정된 취임 3주년 신년 연설에서 지방선거를 겨냥한 ‘깜짝발언’이나 ‘중대 제안’에 앞서 ‘대통령 흔들기’를 시도한다는 것이다.지방선거에서 ‘야당 완승, 여당 참패’라는 관측이 높지만 이를 잘 알고 있는 노 대통령이 역시 특유의 정치 스타일상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우려감도 청와대를 정조준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사학법 재개정 ‘빅딜’ 카드

한나라당이 윤상림 게이트로 청와대를 정조준하는 배경에는 이재오 신임 원내대표와도 무관치 않다.이 원내대표는 윤상림.황우석.X파일 진상특위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황우석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원내대표실에서 하루가 멀다 하게 새로운 사실이 나온 게 없느냐고 전화가 온다”며 “사안의 민감함뿐만아니라 10년 야당생활로 인해 정보루트가 거의 끊어진데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정부부처도 자료협조를 해주지 않아 이중고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 할 정도이다.

이 원내대표가 3대 진상특위를 구성해 청와대를 직접 겨냥 집중적으로 조사활동을 벌이는 배경은 이같은 활동이 사학법 정국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박근혜 대표는 사학법 재개정 없이 국회 등원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재오 신임 원내대표는 국회일정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3대 특위를 통해 청와대와 관련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통해 사학법 재개정과 ‘빅딜’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복안도 숨겨져 있다. 또 이를 빌미로 ‘국정조사’나 상임위 활동을 통해 국회 등원의 명분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윤상림은 어떤 인물?기름장사에서 희대의 로비스트 ‘변신’

전남 보성 출신의 윤씨는 고교도 마치지 못한 채 육군 하사로 복무한 이후, 서울에 올라와 1970년대 초반 세운상가에서 기름장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80년대 초반 그는 군 인사들과 가까이지냈다. 청계천에서 만난 한 나이트클럽 사장이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후방 군부대 부대장과 기무부대장 관사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지휘관들과의 각별한 친분을 바탕으로 윤씨는 군부대 공사나 납품과 관련해 ‘중개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씨의 부친 회갑 잔치때 해당 지역 1개 중대 병력이 행사지원을 나왔고, 장성들도 여러 명 참석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90년대 윤씨의 주 활동무대는 전남 순천·여수 일대였다. 호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1996년 12월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윤씨가 군납권과 수사 청탁을 미끼로 1억4,000여만원을 가로챘다며 영장을 청구했다.최근까지 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을 운영하면서 한국관광호텔업협회 회장까지 지냈다. 또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 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고, 모 중소건설업체의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군장성과 인맥을 바탕으로 윤씨는 향후 경찰과 법조계 그리고 정치인, 기업인으로까지 인맥을 넓히는 기반을 확보해 나갔고 급기야는 지난해 11월말 구속되면서 1,000여명의 명단이 적힌 수첩이 발견되기에 이르렀다.

자유총연맹 자문위원도 역임권정달 총재, “윤상림은 엉터리 인간”

자유총연맹총재직을 맡고 있는 권정달 전 새천년민주당 부총재는 윤씨를 ‘엉터리 인간’이라고 규정한다. 권 총재는 지난 25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몇 번 자문위원 부위원장으로 있을 때 밥을 같이 먹은 적이 있었다”며 “아무하고 다투고 누가 자기를 봐주고 있다고 소리치고 해서 대번 엉터리로 봤다”고 회고했다.권 총재는 “아무나한테 충성하고 형님하고 아우하더라”며 “당시 몇 번을 자르려고 했는데 내부에서 만류해 2004년 11월에 일방적으로 해촉시켰다”고 설명했다.

자유총연맹에 따르면 윤씨는 당시 전국관광호텔협회 회장직을 가지고 1년에 2번 모이는 자문위원들 저녁 자리에 참석해 자문위가 구성된지 얼마 되지 않아 운영체계가 미확립된 상태에서 공석이던 부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서 박수로 추대됐다고 설명했다. 당시가 2003년 3월 13일이다.이후 자문위내에서 회원들간 다툼이 벌어지고 그 속에 윤씨가 거론되자 권 총재는 ‘인간이 비정상적이다’며 해촉시킬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박모 당시 자문위원장은 “자르면 더 시끄러워진다”고 더 두고 볼 것을 간곡히 요청해 여러차례 미뤄졌다는 설명이다.그러다 2004년 11월 일부 위원들중 자문위원의 품행을 손상하는 언행이 있었다는 지적과 평상시 안정감이 없는 돌출행동과 언행 불일치 등의 사유로 자문위원들의 건의에 따라 일방적 해촉을 당하게 됐다.

조폭보스에게도 돈뜯어내수천만원 착복후 들통나 ‘봉변’

권 총재가 전해준 다음 일화는 윤씨의 대담함과 교활한 능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1990년대 돈이 필요했던 윤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호남출신 조폭 두목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아무개 검사가 ‘당신을 노리고 있다. 내가 무마해 주겠다’는 빌미로 몇 천만원의 돈을 갈취했다. 여기까지는 멋진 사기극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조폭 두목과 아무개 검사가 골프회동을 하면서 사단이 발생했다.

조폭 두목은 “아니 왜 갑자기 저를 잡으려고 하느냐. 무슨 문제 있느냐”고 질문했고 검사는 “그런적 없다. 무슨 얘기냐”고 반문을 한 것이다. 조폭 두목은 즉시 윤씨를 만나 앞 이빨이 다 나가도록 흠씬 두들겨 패고 돈도 다시 돌려받았다. 그러나 얘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윤씨는 6년 동안 참고 지내다 그 이후 자신을 두들겨 팬 조폭을 검찰에 고발해 구속시켜버린 것이다. 윤씨의 노련함과 대담함 그리고 집요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