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 전 두산 회장 자살에 재계·스포츠계 ‘충격’

2009-11-10      기자
박용오(72) 전 두산그룹회장(현 성지건설 회장)의 자살 소식이 4일 오전 전해지면서 재계·스포츠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박 전 회장의 사인에 대해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박 전 회장의 사인에 대해 자살로 추정,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 전 회장은 1996~1998년 두산그룹 회장을 지냈다. 지난 2005년 박용성 회장과의 ‘형제의 난’으로 두산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2008년부터 아들과 함께 성지건설을 설립, 회장직을 맡아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한 주택경기 침체는 성지건설을 경영위기로 몰았다. 이에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우울증까지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박 전 회장의 자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에 뜨거운 열정을 보여 온 박 전 회장의 자살 소식에 야구계는 비통함에 빠져있다.

박 전 회장은 프로야구 출범 당시 OB 베어스(현 두산) 구단주를 맡아 프로야구계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 1998년 12월 구단주 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수장에 올랐다.

민선자율 총재인 박 전 회장이 KBO수장을 맡은 7년 동안 야구계는 비약 성장했다. 프로야구 재원 확보와 일본 프로야구 사무국과 함께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개최를 했다. 또한 2000년 삼성증권과 프로야구 최초로 타이틀 스폰서십 계약을 채결했다. 이를 통해 매년 40억 원 이상의 수익원을 확보, 프로야구 수익 증대에 한 몫을 했다.

또, 고 박 전 회장은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도입과 모 그룹 부도로 어려움을 겪던 쌍방울 레이더스와 해태 타이거스를 각각 SK와 KIA 자동차가 인수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해냈다.

지난 2000년 선수협의회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리고 2004년 8개 구단 선수들이 두루 연루된 병역 파동이 터져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슬기롭게 헤쳐 나갔다.

하지만 2005년 두산그룹 ‘형제의 난’ 이후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그해 12월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대한야구협회 구경백 이사는 “매우 충격적인 일에 당황스럽다. OB 프런트 시절 가까이서 회장님을 모셨다. 재벌 총수였지만 소탈하셨고 자상하셨던 분이다. 정이 많아 외국 출장을 나갔다가 들어오면 직원들의 선물을 챙겨 줄 정도로 직원들에게 신망이 두터웠다”면서 “프로와 아마 야구를 통틀어 야구 발전을 위해 큰 공헌을 하신 분이다. 야구계의 큰 별이 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이경재 사장은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 분이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컸다. 프로야구 타이틀스폰서 계약 및 중계권료 계약으로 수입증대를 꾀했다. 재벌 총수답지 않게 털털하고, 자상함이 인상적인 분이셨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KBO 이상일 사무총장은 “너무 충격적이고, 청전벽력 같은 소식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면서 “재벌 총수답지 않게 인자하시고 의사 결정에 합리적이셨다. 프로야구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KBO 모든 식구들이 다 존경했던 분”이라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