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감정, 여자친구, 본보기…‘머리 아픈’ 박철우
2009-09-29 이수영 기자
박철우가 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이상렬 코치는 80~90년대 위력적인 후위공격과 수려한 외모로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스타플레이어다.
사건에 연루된 양측의 거취와 입장이 상당부분 정리된 가운데 유일한 미스터리는 ‘왜’다. 박철우와 그의 소속팀,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둘러싼 불편한 루머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번 폭행파문과 관련된 루머 가운데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단연 박철우의 연인 신혜인(24)과 관련된 소문이다.
한때 ‘얼짱 농구선수’로 유명했던 그는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딸이다. 박철우의 소속팀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상극인 탓에 지난 2005년부터 교제를 시작한 두 사람은 배구계의 ‘로미오&줄리엣’으로 불려왔다. 특히 대표팀 사령탑인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두 사람의 교제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김 감독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코치에게 얻어맞은 박철우는 그날 밤 김 감독을 찾아가 사실을 알렸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미지근했다.
박철우에 따르면 김 감독은 ‘참으라’는 식으로 달랬을 뿐 사태 해결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그가 특정선수에 대한 폭행을 묵인했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평소 박철우에게 갖고 있던 ‘곱지 않은’ 시선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실제 기자들 사이에서는 박철우가 여자친구인 신혜인을 통해 구단 내부 사정을 누설해 김 감독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소문이 익히 돌았었다. 박철우가 흘린 정보가 신치용 감독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줬을 것이란 추측이다.
물론 양 팀 모두 이 같은 소문에 발끈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구단 내에서 박철우와 신혜인 커플을 둘러싼 루머는 계속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물증이 없는 이상 상식선에서 판단해 달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삼성화재 측은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두 사람이 친하다해도 구단 프라이버시까지 건드릴 정도는 아니다”라며 “신치용 감독이 다른 팀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이고 만약 딸을 통해 그런 말을 들었다 해도 이를 이용하지 않고 중간에 잘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직접 주먹을 날린 이상렬 코치는 왜 그래야만했을까.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성을 잃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다. 참을 수 없었다”고 강변했다.
2006년부터 대표팀 코치진으로 활동한 그는 1984년 최연소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릴 만큼 실력과 인기를 고루 갖춘 선수였다. 또 고교 감독을 거치며 지도자 경험도 있었다. 이런 그가 피멍이 들 정도로 선수를 두드려 팼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폭행 이유를 놓고 박철우와 이 코치의 주장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박철우는 “이 코치가 훈련 뒤 뿐 아니라 운동 중에도 여러 차례 유독 자신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 코치가 일종의 ‘본보기’로 박철우를 지목해 노렸다는 것이다.
반면 이 코치는 “대회를 앞두고 훈련태도에 대해 훈육하던 중 유독 박철우가 반항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그를 표적으로 삼아 꾸짖은 건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9월 20일 박철우 측에 의해 공개된 사건 경위서에 따르면 이 코치는 18일 오후 6시경 훈련이 끝난 뒤 선수단을 불러 모았다. 김호철 감독은 자리를 뜬 뒤였다. 고참인 여오현(31·삼성화재)을 시작으로 이 코치의 지적을 받았고 박철우는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배를 발길로 걷어차였다. 훈련 태도가 심하게 불량스러웠다는 이유였다.
물론 사건 당시 박철우가 대선배이자 스승인 이 코치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사태를 지켜본 선수들이 일제히 ‘함구’해 정확한 정황을 아는 것은 힘든 상황이다. 또 선수가 막말을 했다 해도 얼굴에 피멍이 들 정도의 폭력을 국가대표팀 코치가 휘둘렀다는 사실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