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 뒤흔든 야구 본색’ 이승엽&임창용

2Guys 거침없이 하이킥 “하반기 전설 쓴다”

2009-07-07     이수영 기자

야구 명문으로 통하는 일본 열도가 한류열풍과 함께 뜨거운 여름을 맞고 있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3·요미우리)과 ‘미스터제로’ 임창용(33·야쿠르트)이 공수 양면에서 독보적인 기록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까닭이다. 임창용은 일본 최고의 올스타를 뽑는 팬투표에서 당당히 1위를 거머쥐며 한·일 양국을 아우르는 특급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오랜 슬럼프에 빠져있던 이승엽도 최근 6경기 연속 안타를 뽑아내며 불방망이의 위력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서른 셋 동갑내기 두 남자가 의기투합한 ‘일본판 야구본색’의 매력을 들여다봤다.


“일본 사무라이 전사들, 꿇어!”

일본의 유력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는 지난달 30일 인터넷판에 임창용의 단독 인터뷰를 싣고 이 같은 그의 다짐을 공개했다. 신문은 ‘임창용, 올스타전 160㎞이상 선언’이라는 제목으로 ‘임창용이 꿈의 무대에서 160㎞를 넘기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임창용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아니고 일본에서 팬 투표로 1위에 뽑혀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팬들이 기대하는 광속구 시범에 대해 “컨디션이 좋으면 스피드는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뽐냈다.

임창용은 올 시즌 공식경기에서 두 번 구속 160㎞를 찍어 요미우리 마무리 투수 마크 크룬(162㎞)에 이어 일본프로야구 공인 최고스피드 기록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임창용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WBC 결승전에서 스즈키 이치로에게 통한의 결승타를 맞은데 대한 설욕도 다짐했다.

임창용은 “다음 WBC는 4년 뒤라 내가 뽑힐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면서도 “이번 올스타전에서 한국 선수로서, 한국 야구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대표급 ‘사무라이전사’들이 총출동하는 일본 올스타전에서 나름의 복수를 맹세한 것이다.

한국 선수가 팬투표로 일본 올스타전 1위에 선발된 것은 그가 최초다. 임창용은 선수들이 직접 참가한 부문별 투표에서도 투수 가운데 3위를 기록해 팬과 선수단 모두에게서 최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았다.


더울수록 날카로워지는 ‘뱀직구’

전반기 임창용의 활약은 대 만족 수준이다. 6월 말까지 30경기에 등판, 30.2이닝을 던져 2승 18세이브 2홀드에 탈삼진 26개,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센트럴리그 구원부문 3위를 달리고 있는 그는 특히 평균자책에 있어 맞수를 찾기 어려울 만큼 독보적인 존재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어필한 것은 임창용의 팀 공헌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그의 필살기는 역시 최고구속 160km에 달하는 ‘뱀직구’와 12개 구단을 통틀어 유일하게 평균자책점 ‘0’를 기록하고 있는 무결점 피칭이다.

임창용은 지난 5월 3일과 7일 연속 등판해 짜릿한 1점차 승리를 이뤘다. 임창용은 야쿠르트에 총 9경기(2승, 5세이브, 2홀드)의 한 점 차 승리를 선사했다. 이는 야쿠르트가 2위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야구 전문가들은 임창용의 피칭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름사나이’라는 별명답게 임창용은 날씨가 더워질수록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터라 그의 주특기인 ‘뱀직구’ 역시 더욱 날카로운 구위를 선보일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후반기 본격적으로 구원왕 경쟁에 뛰어들면 안정적인 세이브를 올릴 수 있는 등판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임창용은 지난달 14일 오릭스전에서 18세이브를 올린 후 16일째 단 1세이브도 추가하지 못했다.

현재 센트럴리그 구원 1위는 나가카와(히로시마)와 이와세(주니치)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20세이브를 기록해 18세이브를 기록한 임창용과 단 2세이브 차이다.


“까먹은 타율·신뢰 회복, 두 마리 토끼 잡겠다”

임창용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기록 경쟁에 뛰어들었다면 이승엽은 오랜 잠행을 끝내고 부활을 선언했다. 이승엽은 무서운 상승세로 6월 한 달을 마무리하고 이달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분위기를 타고 있다.

이승엽은 인터리그 후 재개된 야쿠르트와의 첫 3연전에서 3년 만에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리는가 하면 최근 6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상승무드에 몸을 실었다.

물론 올 시즌 초부터 지난달까지의 활약은 보잘 것 없었다. 총 62경기에 출장한 이승엽은 2할4푼9리(181타수 45안타)의 타율에 15홈런 32타점 29득점을 기록했다. 6월 한 달 성적만 따지면 오랜 슬럼프로 출장횟수 자체가 현격히 줄어든 것이 보인다.

지난 5월 이승엽은 3할(80타수 24안타)대 타율에 7개의 홈런을 쳤고 16타점 17득점으로 팀 공헌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사이에 44타수에 그치며 1할대 타율로 주저앉았던 4월보다 가장 낮은 타율(1할9푼, 58타수 11안타)을 기록해 타석에 설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승엽이 하라 감독의 신뢰를 잃은 직접적인 원인은 최악의 타격감에 시달린 인터리그(센트럴-퍼시픽 교류전) 때 부터다. 5월 중순 인터리그가 시작될 당시만 해도 이승엽은 괜찮은 감을 유지하며 교류전 홈런왕도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승엽의 부진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무려 35타석 동안 무안타에 그치는 최악의 상태로 타율과 선발출장 기회를 까먹은 것이다.

인터리그 기간동안 타율은 1할8푼6리(70타수 13안타)로 주저앉았고 간판 4번 타자였던 이승엽의 타순은 6~8번까지 급 추락했다. 아예 일부 경기는 출전 자체를 못하거나 대타로 그라운드를 밟는 경우까지 생겼다. 이래저래 이승엽의 마음고생이 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름을 맞는 이승엽의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다. 오랜 슬럼프를 딛고 컨디션을 끌어올린 채 6월을 마감한 까닭이다.

특히 3경기 연속 홈런을 날릴 때 14연승 중이던 다테야마, 에이스 이시카와 등 야쿠르트의 이름값 하는 투수들을 제물로 삼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 지난달 27일 경기에선 거물급 신예 요시노리에게 팀 타선이 철저히 봉쇄될 때 홈런으로 유일한 득점을 올렸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만했다.

오랜 여름잠에서 눈을 뜬 ‘사자왕’ 이승엽과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임창용.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대한민국 야구본색이 열도를 물들이고 있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