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이형택 “올 시즌이 마지막 될지도”

2009-03-26     [뉴시스] 

한국테니스의 간판 이형택(33·삼성증권)이 흔들리고 있다.

이형택에게 이번 2009시즌은 어떤 해가 될까? 올 초부터 힘겨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형택이 여러 가지 악재 속에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월6일 인도에서 열린 첸나이오픈 대회에서 올 시즌 첫 발을 내딛은 이형택은 마르셀 그라놀러스(23·스페인)에게 0-2(4-6 5-7)로 패해 1회전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물론 시즌 첫 상대였던 그라놀러스는 당시 랭킹 56위로 만만치 않은 기량을 갖추고 있는 선수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형택의 패배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후 올시즌 첫 그랜드슬램대회인 호주오픈에 출전한 이형택은 예선 1회전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상대는 245위에 올라있던 마크 로페스(27·스페인)였다.

이형택에게는 충격적인 패배가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이형택은 2006년 프랑스오픈 이후 그랜드슬램대회 11차례 연속 본선 진출 기록에 마침표를 찍게 되는 아픔을 동시에 맛봤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게 된 이형택은 투어대회보다 한 등급 아래인 챌린저대회로 눈을 돌렸지만, 챌린저 대회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세계랭킹 110위에 올라 있는 이형택은 1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LTAT-SAT 방콕오픈 챌린저대회 단식 2회전에서 랭킹 223위 마르셀 일한(21·터키)에게 기권패했다.

이형택은 이번 대회를 포함해 챌린저대회에 총 세 차례 출전했지만,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선수들에게 잇달아 패하며 2회전을 넘어서지 못했다.

더욱이 이형택은 그동안 함께 해온 소속 팀 윤용일 코치(36)가 사퇴해 더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형택의 급격한 하락세에 대해 주원홍 삼성증권 감독(53)은 “부상은 없다. 하지만 호주오픈에서 예선 탈락한 이후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 감독은 “코치 문제도 그렇고 어려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나이를 따지고 보면 은퇴할 나이가 지났는데 올해까지만 뛰어 보자고 했다. 올해가 은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한국대표팀의 에이스로서 우즈베키스탄과의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1그룹 2회전에 출전한 이형택은 대회 첫 날 귀중한 1승을 한국에 안기며 선전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만한 선수가 없는 한국은 이형택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최종전적 1승4패로 우즈베키스탄에 완패를 당했다.

‘포스트 이형택’ 발굴에 대한 시급함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문제점이다. 세계랭킹 272위 임규태(28·삼성증권)와 랭킹 264위 전웅선(23) 등이 있지만 ATP무대에서 통하기는 역부족이다.

주 감독도 이형택이 은퇴할 경우에 대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주 감독은 “조숭재와 노상우 선수가 나이는 어리지만 기대되는 선수들이다”며 유망주를 대안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 테니스의 과거와 현재를 이끌고 있는 이형택. 비록 내리막길을 걷고는 있지만 이형택은 한국 테니스를 대표하는 간판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여전히 국내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형택이 최근의 부진을 털고 ‘제2의 전성기’를 열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