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의 굴욕’ 돈 잃고 명예까지 시궁창?
‘깃돌이’로 추락한 과거스타 술집에선 ‘진상스타’?
2009-03-18 이수영 기자
‘문제아’ 이천수(28·전남)가 또 다시 경기 중 막장 추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일 K리그 홈 개막전에서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린 부심에게 일명 ‘주먹감자 세리머니’를 펼쳐 사흘 만에 프로연맹 상벌위원회(이하 상벌위)에 모습을 드러낸 것. 대회가 시작되기 무섭게 ‘문제선수’ 꼬리표를 달고 온 이천수에게 쏟아진 질타와 징계 수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일각에서는 ‘이천수의 비뚤어진 마음가짐을 한 방에 바로잡아야 한다’며 극약처방까지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6경기 출장정지와 600만원의 벌금, 여기에 경기장 페어플레이 깃발 주자로 사회봉사 명령까지 받은 이천수의 추락은 어디까지일까. 더구나 올 초 전 소속팀인 수원삼성에서 임의탈퇴 된 신분으로 지방 모 술집에서 여자친구로 보이는 미모의 여성과 일행 5명이 하룻밤에 수백만원의 술값을 탕진 했다는 제보도 본지에 접수됐다. 제보자는 특히 술에 취한 이천수가 상당히 불쾌한 태도로 일관해 해당 업주가 ‘진상도 저런 진상이 없다’며 진저리를 쳤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머리를 박박 민 채 ‘새 사람이 되겠다’며 읍소를 날린 이천수. 그의 비행이 2009년 과연 끝맺음을 맞을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점쳐봤다.
지난 7일 FC서울과의 개막경기에서 부심에게 주먹을 지르고 총 쏘는 듯한 동작을 취한 이천수에 대해 상벌위는 순식간이라 할 만큼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당초 2~3경기 출장정지와 약간의 벌금을 예상했던 취재진 사이에서 6경기 출장정지와 600만원 벌금형은 상상을 초월하는 중징계였다.
‘주먹감자 한 방’에 앉아서 5억 날린 전남
이로써 이천수의 소속팀인 전남은 오는 4월 18일 광주전까지 팀의 핵심전력인 그를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 원 소속구단인 페예노르트에 값비싼 임대료를 지불한 전남은 무려 40일 동안 이 비싼 선수를 관중석에 굴려야할 판이 된 것이다.
전남이 이천수 때문에 입게 된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천수는 전남 최고 연봉 선수인 염동균(2억50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원했다. 전남은 그와 비슷한 대우를 약속했지만 약 3개월 동안 그의 활약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꺾지 않았다.
이천수와 전남은 연봉 협상에서 기본적인 틀만 잡았을 뿐 사인은 하지 않은 상태. 즉 이천수의 어처구니없는 중징계로 연봉계약이 서류에 사인만 남겨둔 채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전남 측 고위 관계자는 “(이천수에게)밥은 먹게 해줘야겠지만 너무 많은 액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연봉액주 자체를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기에 전남은 오는 7월까지 수원에 약 3억원을 임대료로 내야하고 12월까지 나머지 5개월 동안 페예노르트에 5만~8만달러(약 1억2000만원)의 돈을 꼼짝없이 물어주게 생겼다.
당초 유일하게 이천수의 영입을 추진했던 박항서 감독 역시 이천수의 돌발행동에 식은땀만 흘릴 뿐이다.
월드컵 출신 스타에게 ‘깃돌이’라니?
이천수 사태가 가져온 논란은 단순히 돈 문제뿐만이 아니다. 일단 ‘사회봉사명령’이라고 하지만 이천수는 홈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 경기 내내 ‘페어플레이’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입장하는 속칭 ‘깃돌이’가 돼 관중들의 조롱을 감수해야 한다.
당초 페어플레이 기수 봉사는 곽영철 연맹 상벌위원장의 제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벌위에 따르면 이천수가 페어플레이 기수로 봉사하면 누를 끼친 소속팀과 홈팬에게 반성과 속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선수들에게도 페어플레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천수는 삭발을 한 채 상벌위에 모습을 드러낸 뒤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준하 연맹 사무총장은 “이천수에게 기수로 참여하는 사회봉사를 받아들이면 징계 경기수를 줄여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월드컵 2회 출전에 빛나는 스타 선수에게 ‘깃돌이’행세를 시키는 것 자체가 이중처벌이자 인격모독이라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현역 선수가 기수로 나서는 것이 사상초유의 사태인데다 이제 막 재기의 날개를 펴는 선수를 한낱 ‘웃음거리’로 만들지 모른다는 팬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일부 관계자들도 심판을 모독한 죗값으로 6경기 출장정지에 벌금이면 충분히 족하다며 별도의 ‘사회봉사명령’은 위험한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천수는 지난 2006년 심판에게 욕설을 하고 밀쳐 모두 6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번엔 단순히 불순한 몸동작을 한 것 치고는 상대적으로 죗값이 무거운 셈이다. 특히 프로선수에게 있어 경기장 퇴출은 최악의 경험이다. 더구나 경기에 나서지도 못하는 선수를 어린 소년들과 함께 ‘깃돌이’로 내세우는 것은 ‘이천수를 두 번 죽이는 것’이란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천수의 기수 참여가 사회봉사라는 인식보다는 ‘볼거리’로서의 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심판 모독을 선수 모독으로 ‘함무라비 법전 식’ 징계로 되갚을 수 있느냐는 데 공분이 모아지고 있다.
천수, 팀 무단이탈 중 술집서 진상?
이천수와 관련된 최근 소식 가운데는 충주의 모 술집과 관련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천수는 이 자리에 모델을 연상시키는 늘씬한 미녀 등 5명의 일행과 함께 화기애애한 술자리를 이어나갔다.
문제는 당시 이천수가 전 소속팀인 수원 삼성 코칭스태프와 불화 끝에 팀에서 무단이탈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특히 이천수는 일반적인 술집에서는 잘 취급하지 않는 최고급 양주만을 찾아 주인을 곤혹스럽게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술집 주인은 “하도 비싼 양주만 찾기에 직접 주류취급업체에 연락해 사다 나르느라 밤새 고생했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술에 취한 이천수가 다른 손님들을 개의치 않고 시끄럽게 떠들며 가게 주인에서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었다는 주장도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당시 업주는 “10시 쯤 와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에 자리를 뜬 이천수 일행 앞으로 약 500만원의 계산서가 갔지만 너무 취한데다 사나워져 말조차 걸기 힘들었다”며 “흔히 말하는 ‘진상’ 손님으로 솔직히 다시는 우리 가게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회상했다. 이들이 마신 술값은 당시 동석한 한 남성이 대신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사건은 이천수가 전남에 둥지를 트기 전 한창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당시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백의종군’ 운운하며 새롭게 전남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가 불과 한 경기 만에 ‘대형사고’를 친 것을 두고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정신 못 차렸다’는 쓴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