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감독도 단칼에’ 지독한 흥국생명?

“3년 동안 경질만 2번” 황현주 감독-프런트 불협화음

2009-01-07     이수영 기자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지난달 29일 돌연 황현주(42) 감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시즌 성적으로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는 프로무대에서 리그 1위팀 감독이 시즌 중에 경질되는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다.

표면적으로는 황 감독이 일부 부상 선수들을 무리하게 출전시키는 등 선수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배구계 안팎에서는 ‘선수기용과 전술운용 등 감독 고유 권한마저 침범한 구단 측의 보복성 인사’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상태다.

시즌개막 한 달 만에 1등 감독의 목을 날린 흥국생명에 대해 지나친 간섭과 횡포가 부른 전횡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것이 황 감독과 흥국생명을 둘러싼 인사 논란의 핵심이다.

흥국생명이 시즌 중 감독을 교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황 감독은 공교롭게도 전대미문의 기록을 두 번이나 세운 비운의 명장이다. 지난 2005~2006 V리그 정규리그 막바지에 역시 팀 1위를 이끌었던 황 감독을 수석코치로 강등시킨 뒤 엉뚱한 인물을 새 사령탑으로 들어앉혔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흥국생명은 새 감독마저 해고했고 당시 대표팀 코치로 자리를 옮긴 황 감독에게 다시 SOS를 쳤다. 자르고 붙이기를 반복한 흥국생명은 이번에도 2년 만에 황 감독의 경질을 한 방에 밀어붙였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황 감독의 경질 사유로 부상선수 기용을 둘러싼 황 감독과 구단의 갈등, 승부에만 집착해 구단 이미지를 실추시킨 점 등을 들었다. 구단 입장에서는 황 감독 체제에서는 장기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반면 황 감독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9일 저녁 구단으로부터 갑자기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 경질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납득할 수 없다”며 억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선수 관리와 관련된 문제는 지난 5월 이미 해결됐다. 구단 이름에 먹칠을 한 적도 없다”고도 말했다. 이미 한번의 ‘토사구팽’을 경험한 황 감독은 한편으로 체념한 듯 ‘오는 6월까지 남은 연봉 문제나 제대로 처리됐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