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풍운아’ 추성훈 미국 진출 초읽기?
K-1 떠나 UFC 진출… 아메리카 정복나섰다
2008-12-24 이수영 기자
후배 이시이 매니저 겸업, 미국 UFC 진출 물밑작업 중
이종격투기 스타이자 CF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추성훈(32·아키야마 요시히로)이 K-1 무대를 떠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11월 소속 단체인 K-1과 계약이 만료된 그는 현재까지 소속단체를 결정하지 않고 무적 선수로 대외 활동에만 치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K-1측은 스타플레이어를 잡기 위해 여러 가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성훈의 마음을 잡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일본을 떠나 미국 UFC 무대에 진출할 경우 자신의 인기 기반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다.
올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하고 섹시한 남성상으로 자리매김한 추성훈은 과연 어떤 선택으로 2009년 새로운 격투인생을 시작할까. 그 궁금증을 밀착 취재했다.
K-1과의 계약이 끝난 추성훈의 행보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유도 선수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한 그는 일본과 미국 등 여러 격투기 단체에서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추성훈, 이시이의 매니저로
이런 가운데 2008 베이징 올림픽 유도 100kg급 금메달리스트 이시이 사토시(21)가 미국 UFC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시이의 미국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슈지만 그의 UFC 진출은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의 뒤에 추성훈이라는 거물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추성훈과 이시이는 ‘팀 아키야마’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하기로 손을 잡은 상황이다. 격투기 관계자들에 따르면 추성훈은 후배 이시이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시이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유도를 떠나 21세의 젊은 나이로 종합격투기에 빠져드는데 추성훈의 영향이 컸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이시이의 미국 진출과 발맞춰 추성훈의 UFC 무대로의 입성도 가시화 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을 노리는 UFC 입장에서는 추성훈과 같은 빅스타의 영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존 선수들과 비교해 ‘파격적인’ 입단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UFC의 초청을 받아 지난 11월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경기 관전을 하기도 했다.
추성훈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그동안 K-1에서 사랑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한다. 현재 나는 자유의 몸이고 아직 내년에 뛸 단체를 결정하지 못했다. 내년에 어느 링에 오를지 모르지만 그 때는 또 한번 분발할 테니 응원해 달라”고 밝혀 K-1과의 결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심지어 추성훈을 영입하는데 가장 적극적이었던 일본 격투기 단체 ‘센고쿠’의 구니야수 다카히로 프로듀서 조차 “추성훈의 마음이 UFC로 기울고 있다”고 했을 정도다. ‘드림’과 경쟁 관계에 있는 센고쿠는 추성훈을 영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그와 접촉해왔다.
“아무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
정황 상 추성훈이 미국 UFC 무대로 진출하는 것이 유력해 보이지만 상황은 언제든 반전될 수 있다. “추성훈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환영이다”고 밝힌 일본 센고쿠를 비롯해 드림 역시 추성훈과의 협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추성훈이 연말에 예정돼 있던 K-1 다이너마이트 출전을 거부한 것은 단순히 몸값을 올리려는 얕은 수’라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K-1 주최사인 FEG가 추성훈의 입맛에 맞춘 상대를 10명이나 골라 제시했음에도 그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이다.
경쟁단체인 센고쿠에서도 영입제의를 받으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추성훈을 놓고 그의 연말 ‘태업’이 금전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드림6’에서 추성훈은 도노오카 마사노리(35·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직후 다음 상대로 센고쿠 소속인 요시다 히데히코(39·일본)을 지목했지만 K-1 소속인 추성훈으로는 불가능한 대결 상대였다.
당시 격투기 전문가들은 11월 K-1과의 계약이 끝나는 추성훈이 대전료를 높이기 위해 수를 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추성훈은 지난 14일 유도 복귀 가능성도 언론에 흘렸다. ‘가노컵 국제유도대회’를 참관한 그는 일본 도쿄스포츠를 통해 “유도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남자유도 81kg급 금메달을 따내면서 당시 일본은 추성훈의 이름을 딴 전용체육관을 건립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그를 유도계에 붙잡아두려 했을 정도로 추성훈의 스타성은 대단했다.
하지만 2002년 12월 K-1을 통해 종합격투기에 투신한 그는 유도 선수일 당시보다 더 큰 인기와 수익을 올려 성공한 파이터로 자리매김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추성훈의 이 같은 갈팡질팡 행보가 ‘연습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하기 도 했다. 추성훈은 당초 12월부터 모든 외부활동을 중단하고 연습에 매진하겠다는 다짐과 달리 지난 9일 ‘제25회 코리아 베스트드레서 2008 백조상 시상식’에 참가하는 등 잦은 외부 행사에 휩쓸리고 있다.
모국으로부터 상처를 입고 제2의 고향인 일본에서 무도인으로 성공신화를 쓴 추성훈. 그가 단순히 몸값 불리기 때문에 대회 출전을 거부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의 이미지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추성훈은 일본 격투계에서 ‘마왕’으로 불리며 스스로 악역 캐릭터로 군림하고 있다. 일본 격투 단체는 미들급에서는 그의 적수가 없다고 보고 미르코 크로캅(크로아티아) 등 헤비급 선수들과의 경기를 추진할 뜻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