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이동국도 정리해고 대상?

‘성남의 전설’ 신태용 감독 대행 “물갈이 하겠다”

2008-12-12      기자

프로축구 성남의 ‘레전드’ 신태용(38)이 은퇴 3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김학범(47) 전 감독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팀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된 것. K리그 역사상 첫 ‘30대 사령탑’ 신화를 쓰게 된 신 감독은 당분간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다 추후 승격될 예정이다.

눈에 띄는 것은 노쇠한 팀의 전형으로 이번 시즌을 망친 성남이 신 감독 체제로 탈바꿈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계획중이라는 점이다. ‘그라운드의 여우’라고 불리며 K리그에서도 가장 개성이 강한 선수였던 신 감독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팀을 과감히 수술대에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잉글랜드 리그에서 복귀해 올 시즌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이동국을 비롯한 선수들 대부분이 정리대상이다. 신 감독은 지난 1일 구단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폭적인 물갈이가 있지 않겠느냐”며 강한 개혁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3일 코칭스태프 인선을 마친 결과 김학범 전 감독과 질긴 인연으로 묶여있던 송명원 수석코치와 김형열 2군 코치 등은 김 감독의 사임과 함께 팀을 떠났다. 현역 시절부터 단짝이었던 김도훈 코치와 차상광 골키퍼 코치는 유임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선발과 재계약 문제다. 성남은 K리그 모든 팀을 통틀어 구단 고위층의 입김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신 감독에게 있어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를 비롯한 구단 고위층과의 호흡 맞추기도 중요한 과제다.

“시즌 말미 성남의 경기력에 실망했다”며 선수 선발에 공식적인 불만을 표했던 만큼 신 감독의 인심장악 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진 신 감독은 이동국과의 재계약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말까지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이동국은 입단 과정에서 당시 김학범 전 감독을 배제한 팀 고위 관계자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성남의 한 관계자는 “이동국이 스타로서의 상징성은 있지만 워낙 활약이 저조해 포기할 생각”이라는 의견을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6강 플레이오프전을 앞두고 허벅지 부상을 입어 선수 명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이동국은 13경기에 출전해 2골(1PK) 2어시스트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는 현재 다른 K리그 팀과 일본 J리그를 상대로 이적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