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축구부 ‘검은 돈거래’ 파문
“요즘은 감독부인이 더 무서워”
2008-03-05 이수영 기자
사건은 SBS가 해당 학교 학부모 김모 씨와 축구부 감독부인의 지난해 10월 통화내용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녹취된 기록에 따르면 감독부인은 “3천(만원) 정도는 선생님(감독)을 줘야할 것 같다”고 김씨에게 말했다.
고 2학년 아들을 둔 김씨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을 서울 유명 사립대 축구팀에 진학시키는데 감독부인이 먼저 돈 얘기를 꺼냈다. 로비자금으로 5천만원 정도 준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 감독부인은 김씨로부터 3천만원을 받고 4일 뒤 다시 2천만원을 챙겼다. 하지만 학부모 사이에 이런 로비 얘기가 나돌자 감독부인은 곧 3천만원을 김씨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에 ‘벌금’ 1천만원 물려
김씨는 그러나 돌려받은 3천만원의 절반이상을 축구부 동계훈련비와 감독출장비로 썼다고 폭로했다. 이 역시 감독부인이 시켰다는 것. 여기에 다른 명목으로 최소 2천만원은 더 얹어줬다는 게 김씨 주장이다.
하지만 축구팀감독 J씨 입장은 다르다. J감독은 김씨 주장을 반박하는 자리에서 “한 푼도 직접 돈을 받은 적 없다”고 항변했다. 김씨가 추가로 건넸다는 2천만원은 학부모들이 관리하는 축구팀기금으로 들어갔을 뿐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이 학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축구부가 ‘벌금’ 명목으로 1천여만원을 더 걷은 사실도 밝혀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지방전지훈련에서 선수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자 해당 학부모 3명은 1천 1백만원을 벌금조로 물었다. 싸움을 일으킨 두 학생부모가 5백만원씩, 단순 가담한 나머지 학생부모가 1백만원을 낸 것이다.
그러나 J감독은 학부모회에서 자발적으로 걷었을 뿐 역시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부모들끼리 회의를 열어 학부모회이름으로 모든 돈을 관리한다. 내가 내라고 강요하거나 요구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J감독 계약 해지하라”
그러나 교육청은 학부모들이 기부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벌금까지 따로 무는 건 부당하다며 걷은 돈을 모두 돌려주라고 지시했다.
여기에 학부모들이 감독과 코치 급여까지 추가부담하는 사실을 학교가 전혀 몰랐던 사실도 교육청 조사결과 드러났다.
교육청은 축구부운영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해당 학교장과 책임교사를 경고조치했다. 특히 교육청은 J감독에 대해 ‘계약해지’란 칼을 빼들었다.
교육청은 J감독과 그 부인이 학부모들로부터 출장비와 귀금속구입 등에 필요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지난 25일 학교쪽에 J감독과의 계약해지를 지시했다.
사건이 접수된 서울지방경찰청은 교육청징계와 따로 J감독과 학부모들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관계자는 “곧 사건당사자들을 불러 돈이 오간 목적에 대한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 실업팀 감독 “(준치들) 돈싸움 무서워”
한편 소식을 접한 모 실업팀감독은 “언젠가 일이 터질 줄 알았다”며 이 같은 관행이 수년 전부터 이뤄지고 있었음을 넌지시 암시했다.
그는 “요즘 뛰어난 선수들은 대학진학보다 프로팀으로 직행한다. 하지만 A급 선수들이 빠져나가고 남은 ‘준치’들의 진로는 누가 총알(현금)을 더 많이 쓰느냐의 싸움”이라고 증언했다.
또 요즘은 학부모들이 감독보다 그 부인을 더 무서워한다며 “일부 감독부인들이 학부모를 데려다 집안청소를 시키거나 개인운전기사로 부리는 등 몰지각한 행동도 스스럼없이 한다”고 덧붙였다.
한 프로선수 아버지는 “과거에도 이런 비리가 많았다. 때문에 요즘 젊은 부모들은 자녀를 상대적으로 비리가 덜한 프로팀 유소년클럽에 넣고 싶어 한다”고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원스포츠 자정노력이 바람을 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