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거사설 전모

‘인적 쇄신’ 말도 못 끝내고 ‘유야무야’

2010-06-15     홍준철 기자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과 자리 보존을 위한 파워게임이 한창이다. 특히 김성식, 정태근 등 민본21 중심의 초선의원들은 지방선거 패배로 인한 책임을 청와대에 두고 ‘대폭적인 인적쇄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당도 책임이 있다’며 ‘인사는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첨예한 파워 게임속에 ‘바보’가 된 사람이 있다. 바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정운찬 총리다.

정 총리는 당초 ‘직을 걸고 대통령에게 청와대 인적쇄신을 제안한다’(이하 거사설)는 내용을 친이 직계 소장파로부터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거사 기회를 지난 6월 9일 대통령과 주례회동으로 잡았다. 하지만 ‘인적쇄신’과 관련해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그 전날인 8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지방선거 얘기를 해보자’고 운을 뗀 바 있다. 하지만 이재오 위원장이 “공무원은 중립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라며 “국무회의는 정당회의가 아니다”고 선거 분위기를 전할려던 정 총리를 막았다.

정 총리는 6월 8일에 이어 9일까지 나름대로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자신의 거취와 인적쇄신에 대해 대통령과 국무회의에 언급을 할려고 했던 정황은 포착된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정 총리는 ‘모든 게 소설’이라며 거사설 자체를 일축했다. 거사설의 핵심은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을 비롯해 박형준 정무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권재진 민정수석을 겨냥한 인적 쇄신이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정 총리 임명당시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정두언, 김성식, 정태근, 곽승준 4인방이 존재하고 있다.

여기서 정 총리의 거사설을 누가 흘렸느냐는 게 관심사다. 정 총리와 이를 제안한 소장파 진영에서 흘렸다고 보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이 많다. 실패한 거사설을 굳이 언론에 노출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와대 수석중에서 언론에 흘렸다면 자신들을 겨냥한 거사설을 사전에 언급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결국 청와대 수석 진영이건 소장파건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는 인사가 고의로 흘렸을 공산이 높다는 해석이다. 청와대에 정통한 한 인사는 “소장파쪽에서 흘렸다면 정 총리의 진정성을 알리면서 청와대 참모들의 퇴진을 정 총리를 매개로 압력을 넣은 셈이다. 반면 청와대 수석중에 한 명이 흘렸다면 다소 지방선거 패배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인사가 ‘청와대 쇄신’이라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정 총리를 통해 이룰려는 의도일 공산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래저래 ‘거사설’을 두고 양 소장파간 파워게임에 ‘바보’가 된 것은 정 총리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