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잡은 ‘거인청년’ 롯데 허준혁

“할 일 했을 뿐” 경찰에 이름도 안 밝혀

2008-01-31     이수영 기자

롯데자이언츠의 ‘젊은 피’ 허준혁(23·투수)이 용감한 부산시민으로 이름을 떨쳤다. 부산진경찰서(서장 정수태)는 지난 23일 허준혁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줬다.

경찰에 따르면 허준혁은 지난 18일 오후 8시 30분쯤 부산진구 전포동 중앙중학교 근처에서 경찰관 2명이 최모씨(27)를 뒤 쫓는 모습을 보고 차에서 내려 대신 추격에 나섰다. “꼭 잡아야 한다”는 경찰의 말에 허준혁은 단숨에 20여m 앞에 달려가는 범인을 따라잡았다. 결국 골목 끝에서 날라 차기 한방으로 범인을 제압, 직접 경찰에 넘겼다.

검거과정에서 경찰 한명은 다리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용의자 최씨는 1500만원을 훔친 혐의가 있는 상습절도용의자였다.

훈훈한 일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맙다며 연락처를 가르쳐달라는 경찰에게 허준혁은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또 수소문에 나선 경찰이 마침내 허준혁의 이름을 알아내 용감한 시민으로 추천했지만 “훈련이 바쁘다”며 이마저도 처음엔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내가 쫓아가지 않았어도 부산시민 누구나 경찰을 도와 달렸을 것”이라며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2004년 롯데자이언츠 신인으로 입단한 허준혁은 지난해 10경기에 출전, 프로 첫승을 따냈다. 1군에서의 두드러진 경험은 없지만 롯데가 차기 에이스로 점찍고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유망주다.

한때 다른 팀의 대형 투수와 트레이드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팀에서 단칼에 거절할 만큼 뛰어난 재원으로 알려졌다.

소식을 접한 롯데팬은 “지난해 막바지에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의협심도 상당하다. 올 시즌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 된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