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한국 봅슬레이 팀, 1억원짜리 썰매에 꿈 싣는다

일본 관련장비 수만 대, 한국 ‘0대’ “악전고투에도 성적은 일본보다 좋아”

2008-01-24     이수영 기자

비인기종목의 영화 같은 성공신화는 눈물겹다. 지난 14일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 동메달을 따낸 쾌거를 이룬 한국 봅슬레이(강광배 감독·조인호·김정수·이진희)대표팀이 1억원짜리 썰매에 지원금까지 얹어 꿈의 질주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문화관광부(장관 김종민) 정책홍보팀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봅슬레이 대표팀 지원을 약속했다. 문광부는 “김종민 장관이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2008 아메리카컵대회를 통해 사상 첫 월드컵 진출권과 메달을 따낸 선수단을 치하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국내 유일의 봅슬레이 실업팀을 운영 중인 강원도청과 상의, 선수들 체격에 맞는 봅슬레이썰매를 마련하고 해외전지 훈련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국 봅슬레이대표팀은 ‘KOREA’ 대신 ’USA’와 ‘솔트레이크 2002’가 새겨진 썰매를 47만원을 주고 빌려써왔다. 한국 대표 팀이란 것을 알리기 위해 헬멧에 ‘KOREA’와 태극마크를 그려 넣었지만 다른 팀들의 호기심만 자극했다.

태극기가 선명한 ‘대한민국 썰매’를 갖는 것은 대표팀의 꿈. 당장 경기에 나갈 선수도 부족해 강광배 감독이 썰매를 조종하는 선수로 뛰어야했기에 1억원이 넘는 썰매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강 감독은 평화방송에 출연, “봅슬레이 4인승은 전문선수만 구성되면 동계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봅슬레이는 순발력을 이용, 30~40m를 빨리 달려 썰매를 타고 손가락만으로 조정을 한다. 한국인은 손재주가 좋아 충분히 봅슬레이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원 탓에 한국은 올림픽은커녕 세계선수권대회조차 나가지 못했다. 한국 봅슬레이 팀의 이번 도전은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었던 셈이다.

강 감독은 “봅슬레이가 한국에 들어온 지 5년 됐다. 아직 경기장도 없고 선수발굴도 힘들다. 또 훈련과 대회출전을 위해선 해외에서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 여러 이유로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썰매를 현지에서 빌리는 일도 만만찮았다. 다른 나라 선수들에겐 좋은 장비를 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문광부의 지원약속은 막 세계무대를 밟은 봅슬레이 팀에게 가뭄 끝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한국 봅슬레이대표 팀은 이번 2008아메리카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목표로 계속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기적’의 태극전사들은 20일 캘거리 아메리카컵에 참가한 뒤 2월 4일부터 시작되는 월드컵시리즈를 위해 독일로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