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크라운’ 위업 달성

2007-11-01     정리=조민성 
경주마 ‘제이에스홀드’

‘야구는 9회 말 투 아웃부터, 경마는 결승선 직전 50M 부터!’. 과천벌의 황태자 ‘제이에스홀드’가 지난 9월 14일 벌어진 ‘제7회 농림부장관배(GII)’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2착마 ‘강호명장’을 꺾고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주 착차는 3/4마신(약 1.5M). 시간상으로는 불과 0.1초에 불과한 신승이었다. 더욱이 결승선을 약 50M 앞둔 지점까지도 선행으로 나섰던 ‘강호명장’의 기세가 등등했기 때문에 ‘제이에스홀드’의 대역전극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9회말 투아웃에 역전 만루홈런을 친 것 같은 짜릿함을 주었다.



당초 ‘제이에스홀드’는 지난 ‘뚝섬배’에서 당시 2착으로 들어온 ‘강호명장’을 7마신 차로 제쳤고 또 ‘코리안더비(GI)’에서도 2착마 ‘내츄럴나인’을 11마신 차로 이겼던 터라 소속 조교사인 48조 김대근 조교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러나 “이제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김 조교사의 안도의 소감처럼 ‘제이에스홀드’는 한국 경마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게 되었다.

최근 ‘가을 잔치’를 벌이고 있는 야구에서 투수가 한 시즌에 ‘방어율, 다승, 탈삼진’에서 수위를 차지하거나, 타자가 ‘타율, 홈런, 타점’에서 수위를 차지한 것을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지칭하는데 사실 이 용어는 경마가 원조다.


미국에선 ‘11마리’

1930년 경주마인 ‘갤런트 폭스(Gallant Fox)’가 미국의 3대 경마 레이스인 ‘켄터키더비’, ‘프리크니스스테익스’, ‘벨몬트스테익스’에서 연달아 우승한 뒤, 그 자마인 ‘오하마’가 1935년 다시 3개 경주에서 대를 이어 우승하면서 유래하였다. 당시 한 스포츠 기자가 ‘트리플 크라운’ 즉 3개의 왕관을 차지한다는 의미로 이 용어를 소개하였다.

어떤 스포츠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경마에서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짧은 경주 출주 기간과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의 경우 트리플 크라운 경주가 불과 5월에서 6월까지 한 달 여 사이에 모두 치러지는데다 풍부한 마필 자원을 바탕으로 언제든 새로운 강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또 중장거리 경주가 펼쳐짐으로써 체력적인 부담이 큰 것도 한 이유이다. 3세마들만 출전을 허용하는 ‘트리플크라운’ 경주는 130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지금까지 총 11마리밖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내 경마에 첫 도입된 이번 트리플 크라운 경주의 특징은 무엇보다 부담중량이 ‘별정III’으로 정해진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부담중량 체계를 살펴보면 뚝섬배 경주(GIII)는 핸디캡(핸디캡퍼에 의해 부담중량 조정), 코리안더비(GI)는 별정III, 농림부장관배는 별정III-C(성별 및 일정 기간 수득한 조건상금에 따라 차등)로 박진감 있는 경주를 위해 부담중량을 통해 인위적인 능력 조정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번부터 트리플 크라운 경주는 공히 별정III으로 정해 성별에 따라 수말은 ‘57kg’, 암말은 ‘55kg’으로 정해 생물학적으로 발생되는 수말과 암말의 능력 차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일한 부담중량을 받는다.


핸디캡 부담중량

그렇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능력 차이 조정 없이 진검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된다. 만일 과거 치러진 경주처럼 일정 기간 수득한 조건 상금에 따라 핸디캡 부담중량을 부여 받았더라면 연승을 거듭하고 있던 ’제이에스홀드‘ 또한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 쉽지 만은 않았을 거란 평가는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데뷔 후 9연승이란 경이적인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제이에스홀드’는 국산 1군 소속으로 아직 3세마임을 감안할 때 향후 강자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해 대상경주 3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백광’, 외산마의 쌍두마차 ‘섭서디’, ‘밸리브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강자들과의 한 판 승부가 기다려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과연 트리플 크라운 달성의 주인공답게 국산 1군 강자들과의 승부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줄지 다음 경주를 한 번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