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불꽃튀는 막판 순위경쟁

2007-09-12     이수혁 
행운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시즌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프로축구 K-리그의 순위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팀당 6경기씩만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예년 같으면 어느 정도 순위를 점쳐볼 수 있는 시점이지만 올해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선수단이나 구단 관계자들은 입이 바짝바짝 마르지만 축구팬들은 즐겁기만 하다. 특히 챔피언결정전 직행 자격이 주어지는 1위 싸움 이외에도 올해부터 새로 적용된 6강 플레이오프가 중위권의 경쟁을 끝까지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성남은 지난 4월1일 4라운드에서 1위로 올라선 뒤 줄곧 독주를 하면서 1위 자리는 거의 굳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수원’이 무서운 기세로 따라붙은 사이 성남은 주춤하면서 결국 순위가 뒤바뀌고 말았다.

수원이 선두로 오른 것은 지난달 28일. 다음날인 29일 성남이 경남 FC를 누르면 수원의 ‘1일 천하’가 될 수 있었지만 성남은 안방에서 역전패를 당하며 선두 탈환에 실패했다. 1일 경기에서는 두 팀 모두 승리를 거둬 순위를 유지했다.

수원(13승4무3패.승점 43)과 성남(12승5무3패.승점 41)의 승점은 2점 차에 불과해 아직 섣부른 전망은 금물이다.

하지만 최근 성적을 보면 두 팀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수원은 거침없이 6연승을 달렸고, 휴식 없이 이어진 대회를 소화하느라 체력이 바닥난 성남은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1일 경기 전까지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에 허덕였다. 성남은 3위 울산 현대(승점 35)와 4위 경남(승점 34) 등에도 쫓기고 있는 형국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성남은 수원과 선두 경쟁이 절정을 이룰 9월에는 AFC 챔피언스리그(8강전)로 시리아를 갔다와야 한다.


무서운 수원의 상승세

반면 수원의 기세는 무섭다. 최근 수원이 연승행진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팀 분위기 상승’이 꼽힌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남일, 곽희주 등 주전 선수들의 복귀와 하태균 등 젊은 선수들의 맹활약에 팀 분위기가 살아나며 나머지 선수들의 집중력도 크게 좋아졌다. 과감한 포지션 변화도 수원의 달라진 점이다. 수비수인 조원희가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꾸며 허리가 강화됐고 이것이 전체적인 밸런스 유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또한 수원은 그동안 일방적으로 경기를 주도하다가도 상대방의 1~2 차례 역습에서 실점을 허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전방에 나가있던 공격수들이 수비에 적극 가담하며 후방의 수비가 더욱 견고해졌다.

‘두터운 선수층’ 역시 수원의 큰 강점 중 하나다. 다른 팀에서 당장 주전으로 뛸 만한 기량을 가진 후보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무한 경쟁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고 있다.

그렇다고 울산, 포항, 경남 등 껄끄러운 상대와 경기를 남겨놓은 수원도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는 상황.

정규리그 1위와 2위는 차이가 크다. 1위는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지만 2위는 단판 승부로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최종라운드가 열리는 10월14일, 과연 누가 웃을까.


포스트시즌 초대 손님은 누구

올 시즌 K-리그의 특징 중 하나는 6강 플레이오프 제도 때문에 일찍 시즌을 포기하는 팀이 줄었다는 것. 현재 5위 전북(승점 29)과 11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22)와는 승점이 7점 차에 불과하다. 인천 유나이티드(승정 28), 포항 스틸러스(승점 27), FC 서울(승점 26), 전남 드래곤즈(승점 25), 대전 시티즌(승점 22) 등이 고만고만한 점수 차로 6강 진출 희망을 살려가고 있다.

6강 싸움에서는 3위 울산과 4위 경남이 다소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승점차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어서 한 경기만 삐끗하면 순위가 확 달라진다. 매 경기 살얼음판을 걸을 수 밖에 없다.

비록 3~6위 팀은 6강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등의 관문을 차례로 넘어선 뒤에야 챔피언결정전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어쨌든 6위 안에만 들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다. 결국 물고물린 팀 간 맞대결 성적이 관건이다.

중위권 싸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시민구단 경남의 돌풍이다. 시즌 초반 약체로 꼽혔던 경남은 무서운 기세로 4위에 올라있다. 최근에는 성남을 주저앉히면서 성남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남 상승세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뽀뽀와 까보레의 선전을 꼽는다.

뽀뽀와 까보레가 체력적으로 지치지않고 장기간 버텨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 확실한 찬스에서 골을 넣을 줄 아는 선수들이 있어 공격축구를 추구하는 박항서 감독의 전술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